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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무엇을 담고 있을까?

1890년 영국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세발자전거를 타고 놀던 아들이 크게 부상을 당했습니다. 이 당시 자전거 바퀴는 나무와 무쇠로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타는 자전거는 작은 충격에도 심하게 흔들렸고 다치는 아이들이 많았습니다.아들의 상처를 치료하던 아버지는 더 안전한 자전거가 없을까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어느 날 아들이 축구공에 공기를 좀 넣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아버지는 이때 중요한 사실을 깨닫습니다. “자전거 바퀴에 공기 타이어를 사용하면 훨씬 안전하고 안락할 수 있을 것 같은데….”아들을 지켜 주고 싶은 마음과 사람들의 안전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공기타이어를 만들었습니다. 이 공기 타이어는 전 세계로 급속히 퍼져 나갔지요. 미국 포드사와 독일의 벤츠사도 이 타이어를 사용했습니다. 이 아버지가 세계 최초로 공기 타이어를 개발한 던롭입니다. 자녀를 사랑하는 마음과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에서 위대한 발명품이 나온 셈입니다.마음은 저수지와 같습니다. 안에 담은 것을 내 줍니다. 좋은 것을 나누어 주려면 먼저 마음속에 좋은 것을 채워야 합니다. 과거 독일이 분단 상태에 있을 때의 일입니다.한번은 동베를린 사람들이 쓰레기 더미를 서베를린 진영으로 쏟아 부었습니다. 서베를린 사람들은 어떻게 대처할지 고민합니다. 쓰레기를 모아 다시 동베를린 쪽으로 투척해 복수할까 했지만 결국 그런 식으로 일을 처리하지 않기로 정했습니다. 오히려 덤프트럭 한 대에 통조림과 또 쉽게 부패하지 않을 식량을 채워 동독으로 가서 멋지게 쌓은 후 그 옆에 표지판을 하나 세웠습니다. “사람은 각자 자기 속에 있는 것을 준다.”쓰레기를 소유한 사람은 상대에게 쓰레기를 주고, 음식을 소유한 사람은 음식을 줍니다. 선한 말, 진실한 마음을 나누려면 먼저 마음을 선하고 아름다운 것으로 가득 채워야 합니다./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

2020-01-21

중장년의 졸혼관

결혼은 인간이 혼자서 살아갈 수 없음을 자각하고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난 제도다. 그래서 결혼만큼은 매우 성스러운 행위로 여기는 것이 동서양의 일반적 개념이다. 결혼 당사자도 심리적으로, 경제적으로 남녀가 결합하는데 동의하고 그를 실천하기 위해 공동의 노력을 벌인다. “검은 머리가 파뿌리될 때까지 행복하게 살라”는 백년해로(百年偕老)가 그것이다.졸혼(卒婚)은 2004년 일본의 한 작가가 “졸혼을 권함”이라는 책에서 처음 사용된 신조어다. 결혼을 졸업하다는 뜻이지만 이혼과는 조금 다르다. 혼인관계를 유지하되 서로의 삶을 간섭하지 않고 자신의 인생을 즐기자는 것이다. 혼인신고만 유지할 뿐 사실상 이혼에 가깝다. 재산과 자녀문제 등을 고려한 결혼 형태라 볼 수 있겠다.인도의 마하트마 간디는 37살에 부인과 해혼(解婚)을 했다. 그의 해혼 제안을 받은 부인은 고민 끝에 동의했고 해혼한 간디는 고행의 길로 갔다고 한다. 인도에서 해혼은 그렇게 낯선 문화가 아니다. 결혼의 굴레에서 풀어준다는 뜻으로 사용되며 자유의 몸이 된 사람은 다수가 숲으로 들어가 수행을 한다고 한다. 인도의 종교적 영향이 큰 것으로 본다.우리도 영화배우 백일섭씨의 졸혼 이야기가 TV에 소개되는 등 졸혼과 관련한 유명인의 사생활이 알려져 화제가 됐다. 어느 시인은 TV에 출연, “졸혼도 삶의 한 형태”라고 당당히 말하기도 한다. 대구여성가족재단이 ‘대구 신중년 결혼생활 실태분석’에 따르면 “졸혼을 해도 불편하지 않을 것”이란 물음에 28%가 긍정적 답을 했다. 남성보다는 여성의 긍정 동의가 더 높았다. 시대가 바뀌어 결혼관이 달라질 수도 있겠다 싶다. 하나 이혼, 해혼, 졸혼 등 다양한 삶의 형태가 사회규범마저 무너뜨릴까 두렵다. /우정구(논설위원)

2020-01-21

대전족

대전족은 자녀 교육을 위해 대치동에 전세 얻어 들어온 사람들을 가리킨다.서울 강남구 대치동은 명문 학군과 각종 입시학원이 밀집한 이른바‘학세권’으로 불린다. 어느 도시보다 발달된 사교육 인프라가 집중된 대치동에는 자녀의 대학 입시를 위해 세입자가 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이 넘친다. 예를 들면 서울 은평구의 50평(약 165㎡)대 아파트에서 살던 A씨는 지난해 초 이 집을 7억원짜리 전세로 돌린 뒤 대치동의 23평(전용 78.71㎡) 아파트 전세를 약 10억원에 구했는데, 하나밖에 없는 아들(12)을 대치동의 중학교에 보내기 위해서라고 털어놨다. 집이 좁아 불편하지만 아이가 대학에 들어가기까지 7∼8년 전세살이를 감수할 생각이라고 했다. 이런 사람들을 흔히 ‘대전족’이라 부른다.분당 등 수도권 지역 고교평준화가 시작된 뒤 학부모들이‘강남8학군’으로 몰려들던 2000년대 초반부터 언론 등에 오르내리던 용어지만 20여 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대전족은 대치동 주택시장의 한 주축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 2018년 3월부터 1년 동안 이른바 교육특구로 불리는 서초2219강남2219송파구 등 ‘강남3구’로 전입한 초등학생 수는 4천693명으로 이 기간 서울로 전학 온 전체 학생 1만8천321명의 약 4분의 1에 달한다는 것만 봐도 우리나라 교육열이 빚어낸 증상을 목도할 수 있다.최근에는 대치사거리 등에 즐비한 학원을 이용하기 위해 인근 빌라나 오피스텔 원룸에 사는‘대원(대치동+원룸)족’도 적지 않다. 재수를 선택했거나 방학을 이용해 지방에서 대치동을 찾는 학생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강남부동산 불패의 뿌리는 바로 대전족 또는 대원족을 번성케 하는 교육열에서 찾을 수 있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1-20

중진국 함정

중진국에 들어 선 국가가 선진국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저소득 국가로 퇴보하는 현상을 ‘중진국 함정’이라 한다. 세계은행이 2006년 아시아경제 발전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처음 제기한 용어다. 아르헨티나, 칠레 등 포퓰리즘에 심취한 중남미 나라가 대표적 사례다. 중진국 함정의 원인으로는 짧은 기간 안에 경제성장을 주도한 압축성장 국가의 경제관료의 생각이 경직된 데 가장 큰 원인이 있다고 한다. 고비용 저효율의 경제구조로 바뀌면서 시장 경제 도입을 소홀히한 것도 원인이라 한다.14억 인구의 중국이 지난해 1인당 GDP가 1만 달러를 넘었다. 등샤오핑의 선부론을 필두로 1978년 중국이 개혁개방을 시작한지 40년만이다. 당시 중국의 1인당 GDP는 381 달러,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가난한 나라였다. 중국의 GDP 1만 달러 돌파는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뜻하는 중국몽(中國夢)을 외쳤던 시진핑 주석에게는 지지기반을 다지는데 큰 도움이 되는 결과다. 실제로 중국의 GDP 규모는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다. 지금의 환율로 계산하면 3위인 일본보다 2.8배나 높다.하지만 중국 내에서는 평균이 주는 착시에 빠져 환호하지 말고 심각한 빈부격차 해소와 국민 실질구매력 확대에 정진하라는 비판적 목소리도 있다. 1인당 GDP 1만 달러 돌파로 중국 내 심각한 빈부격차가 시 주석에게 새로운 부담이 될지도 모른다는 분석이 나온 것이다. 세계은행은 1인당 GDP 1만2천375 달러 이상인 국가를 고소득국가로 분류한다.중국이 GDP 1만 달러 돌파 후 고소득국가로 진입할 것인지는 또다른 관심사다. 일부학자는 사회주의 체제가 있는 한 선진국 진입은 어렵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지켜볼 일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0-01-19

정치권 인재 영입

인재 영입과 관련한 고사(故事)는 삼국지에 등장하는 삼고초려(三顧草廬)가 유명하다. 뛰어난 지략가며 불세출의 영웅 제갈량을 모시기 위해 유비는 자신보다 스물 살이나 어린 제갈량의 집을 세 번이나 찾아가 그를 감복시킨다. 훌륭한 인재를 맞는다는 것은 그만큼의 정성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삼국지 영웅 조조도 인재를 중시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수하에 수많은 인재가 운집한 것이 이를 입증한다. 그는 “오직 재능만이 추천의 기준(唯才是擧)”이라 했다. 능력만 있으면 남에게 욕을 먹거나 말거나 주저 없이 발탁하는 것이 그의 특별한 인재관이다.일본의 전기회사 파나소닉을 세운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일본에서 경영의 신으로 통한다. 그는 “사업은 사람이 전부다” 라고 말했다. 동서고금을 둘러봐도 인재 등용의 중요성을 틀렸다고 하는 사람은 없다. 모든 일의 중심에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최근 기업이 인재를 얻기 위해 인재가 근무하는 기업 자체를 인수하는 새로운 경영 방식이 도입되고 있다 한다. 주로 기술인력 스카우트가 치열한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세계는 바야흐로 인재확보 전쟁에 불꽃을 튕기고 있다.4.15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인재 영입바람이 한창이다. 여야는 좋은 인재 확보를 위해 물밑 경쟁도 마다 않는 모양이다. 그러나 그들이 발표한 영입 인재에 대한 평가는 노력에 비해 별로다. 장애인, 권익운동가, 극지탐험가, 경력단절 워킹맘 등 그럴 듯한 이름으로 포장을 했지만 국민 눈높이를 채우지 못한 탓이다. 구태 정치인은 그대로 두고 인재만 영입해봤자 포장만 바꾼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이다. “일회용, 추잉껌” 등의 악평도 나왔다. 눈가림보다 내부혁신이 먼저라는 뜻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0-01-16

휴대폰 해킹 방지법

최근 주진모 씨를 비롯한 유명 배우와 아이돌 가수 등 연예인 10여 명의 휴대 전화 해킹으로 아주 사적인 SNS 대화들이 유출되는 사건이 있었다. 주씨는 휴대폰을 분실하거나 수리를 맡긴 적도 없고, 쓰던 폰을 판 적도 없다고 했는데 어떻게 카톡 대화가 털린걸까? 전문가들은 휴대폰에 있는 전화번호부 목록이나 캘린더 일정, 문자메시지 내용 등을 클라우드에 자동으로 백업되도록 해 놓았다가 백업해 둔 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보고 있다. 클라우드 백업은 스마트폰을 분실할 경우 데이터를 카피해서 복구할 수 있기에 대부분의 사용자들이 활용하고 있다. 다만 이 경우 클라우드 서비스가 해킹된 게 아니라 아이디, 패스워드를 도용당했을 가능성이 더 높다. 통상 해킹당한 사례를 조사해보면 진짜로 해킹당한 게 아니라 여러 사이트에서 같은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쓰는 것을 해커가 알아낸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A라는 연예인이 영세한 쇼핑몰에서 쓰던 아이디와 비번을 클라우드와 카톡, 그리고 다른 사이트에도 공통으로 쓸 경우 보안이 허술한 사이트에서 아이디와 비번을 알아내 다른 계정을 털수 있게 된다. 따라서 휴대폰 해킹 방지를 위해서는 첫째 사이트가 달라지면 비밀번호는 바꿔 쓰고, 둘째 비밀번호 외에 생체 인식이라든가 SMS 문자 확인 등 별도의 인증 수단을 추가하는 이중인증을 켜둔다. 셋째로 스마트폰 OS나 앱을 항상 최신 버전으로 바로바로 업데이트하는 게 중요하다. 업데이트 공지가 뜨면 해커가 보고 스마트폰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를 알아내 하루이틀 안에 공격 코드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첨단IT기술의 발달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개개인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1-15

청와대 불상의 귀환

김영삼 대통령 때 이야기. 보물 제1977호인 청와대 불상(경주 방형대좌 석조여래좌상)을 두고 세간에는 이상한 소문이 나돌았다. 소문은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등 때마침 일어난 대형 참사가 개신교 출신 장로인 김 대통령이 청와대 불상을 치웠기 때문이라는 것. 청와대는 사실 여부를 밝히기 위해 기자를 대동하고 경내 있던 불상을 전격 공개하는 해프닝까지 벌이게 된다. 그러나 이 사건 이후 청와대 불상의 존재감은 더 확실해진다.청와대 불상은 1912년 경주에서 조선총독 관저로 옮겨졌다. 당시 조선총독 데라우치 마사타케의 경주 순시 때 환심을 사려는 현지 일본인 유지가 갖고 있던 불상을 밀반출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불상을 일제 강점기 문화재 수난사의 대표 유물로 평한다. 불상은 시원한 이목구비와 딱 벌어진 어깨, 유연하게 흘러내린 법의 자락 등이 석굴암 본존불을 닮았다 하여 미남불(美男佛)로 불린다.벌써 경주를 떠난 지 100년 이상 세월이 흘렀다. 청와대 경내서만 80년을 보냈다. 그동안 변화무상한 권력을 묵묵히 지켜보았지만 존재 가치는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2018년에 와서 문화재청이 서울시 유형문화재에서 보물로 승격한 것이다. 통일신라시대 석불 중 보기 드물게 불상 전체가 온전히 보존돼 있고, 다른 불상에서는 찾기 힘든 사각형 대좌로 만들어져 통일신라 불상의 대표적 수작이라고 평가한 것이다. 경주시 도지동 이거사(移車寺)가 원출토지로 보고 있다. 최근 문화재청은 최초 출토지가 이거사로 확실시됨에 따라 불상의 경주이전을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언이다. 일제 강점기에 함부로 옮겨진 불상이 100여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다는 것만으로도 뜻 깊은 일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0-01-14

따뜻한 겨울

따뜻한 겨울이 전세계를 놀라게하고 있다.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3주 동안 알래스카와 북서 태평양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겨울이 ‘동면’에 들어간 수준이며, 지난달 말부터 미국 동부 날씨는 3월·4월의 봄 날씨에 가까웠다고 보도했다. WP는 따뜻한 겨울의 원인으로 유난히 강한 ‘폴라 보텍스’(Polar Vortex·극 소용돌이) 때문이라고 했다.폴라 보텍스는 북극이나 남극 지방의 대류권 상층부부터 성층권까지에 걸쳐 형성되는 영하 50∼60도의 한랭 기류를 말하는데, 이것이 극권의 차가운 공기와 그보다 낮은 위도에 위치한 따뜻한 공기 사이의 경계를 따라 흐르는 제트기류의 영향으로 중위도 지방으로 남하하지 않고 북극 주변에만 집중되는 바람에 따뜻한 겨울이 펼쳐지고 있다는 것.한랭 기류가 북극 일대에 집중된 탓에, 오히려 북극해 인근의 덴마크령인 그린란드 등에서는 오히려 기록적인 추위가 찾아왔다. WP에 따르면 지난주 그린란드의 대륙 빙하 온도는 화씨 영하 87도(섭씨 영하 66도)까지 떨어졌다. 이는 지난 11년간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온도였다.우리나라도 이상 기후로 남원 남꽃축제·평창 송어축제·안동 암산얼음축제 등 전국의 겨울축제장이 직격탄을 맞았고, 가장 유명한 겨울축제 중 하나인 화천 산천어축제도 두 차례나 개막이 미뤄졌다.일본 북부 섬 홋카이도에도 올해 기록적으로 눈이 오지 않아 오는 31일 개막을 앞둔 삿포로 눈축제를 위해 삿포로 교외 지역에서부터 행사장으로 눈을 옮기느라 진땀을 흘릴 정도다.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가 천재(天災)가 아니라 인재(人災)가 된 지 오래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1-13

비행자동차

상상 속에서나 가능했던 일이 현실화되는 세상이다. 불과 100여년 전만 해도 비행기를 타고 세계 각국을 돌아다닌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었다. 미국의 라이트 형제가 꿈꾸었던 단순히 하늘을 날아보고 싶다는 인간의 욕망이 지금은 현실화돼 인류의 삶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우리가 영화나 만화에서나 보았던 도심 위를 나는 비행물체가 조만간 가상이 아닌 현실화될 것 같다는 소식이다. 또한번 과학이 우리를 놀라게 한다.‘플라잉카’로 불리는 도심 하늘을 날아다니는 이 물체는 이미 선진국에서는 상당 부분 개발에 들어간 상태다. 회사마다 에어택시, 비행자동차, 개인항공기 등 여러 용어를 사용하나 자동차와 비행기의 기능이 결합된 차세대 운송수단이라는 뜻에서는 같은 말이다.라이트 형제에 의해 최초 개발된 비행기가 발전하며 인류의 삶을 이토록 바꾸게 될지 그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싶다. CF영화의 장면이 우리의 현실로 다가오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일 뿐이다.지난해는 독일에서 제작된 미래차 ‘볼로콥터’는 싱가포르에서 시범 비행도 마쳤다고 한다. 미국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전자박람회인 ‘CES 2020’에서 현대자동차가 세계 최초의 실물크기 비행자동차를 선보여 화제다. 현대차는 2023년 시험비행을 거쳐 2025년부터 실용화에 들어갈 예정이라 한다.비행자동차 산업의 발전 속도가 놀랍도록 빠르다. 때마침 지역업체 격려차 이곳을 방문한 권영진 대구시장이 현대자동차관을 방문, 실물크기의 비행자동차의 대구 전시를 요청했다고 한다.현대측의 긍정 답변이 있었다고 하니 올 10월 개최 예정인 대구국제미래자동차 전시회가 한층 기대된다. 도심 하늘을 나는 자동차 상상만 해도 즐겁지 아니한가./우정구(논설위원)

2020-01-12

날씨의 역습

지난 6일은 절기상 소한(小寒)이다. 소한은 새해 들어 가장 먼저 돌아오는 절기지만 정초한파라는 말처럼 매서운 추위가 찾아오는 때다. 절기 이름으로 보면 대한(大寒)이 더 추워야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소한 무렵이 연중 가장 춥다. “대한이 소한 집에서 얼어 죽는다”는 속담이 이래서 생긴 말이다. 옛날 우리의 조상은 농사를 끝내고 소한부터 입춘까지 약 한달 간은 혹한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한다. 눈이 많이 올 것에 대비해 땔감과 충분한 식량도 집안에 비치해 둔다. 이 무렵이 그 만큼 추웠다는 뜻이다.올 소한은 포근한 기온 속에 비까지 내렸다. 겨울이 실종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기온이 따뜻해 소한 같지 않은 겨울을 보내고 있다. 제주도에서는 한 겨울에 철쭉꽃이 피고 반팔 차림으로 다닌다는 사람이 눈에 띄기도 했다. 7일 제주도의 기온은 23.6℃였다. 1923년 기상관측 후 97년 만에 최고 기온을 나타냈다. 지금까지는 1950년 1월17일 낮 기온 21.8℃가 가장 높았다. 이날 전남 완도는 19.3℃ 전북 고창은 17.8℃를 나타냈으며 대구와 포항도 낮 기온이 13℃를 기록했다.지구 온난화로 지난 100년 동안 지구의 평균 온도가 1.5℃가 올라가는 등 지구촌 곳곳이 기상이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산업화의 전개로 불가피하게 에너지 사용이 많아지면서 나타난 기상변화는 이제 인류의 삶까지 위협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혹한의 추위가 맹위를 떨치고 아시아권에서 홍수로 난리를 겪는다. 기후변화는 이제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누군가 말했다. 인류의 최대 위협은 핵무기가 아니고 기후변화라고. 겨울 속에 만나는 봄이 반갑지만은 않은 것은 이같은 기후변화의 역습 때문일 것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0-01-09

말 많은 마일리지 개편안

마일리지는 고정 고객 확보를 위한 기업의 판매 촉진 프로그램으로, 고객은 이용 실적에 따라 점수를 획득하는데, 누적된 점수는 항공권을 구입하는 화폐의 기능을 한다. 마일리지는 항공사에서 시작돼 근래에는 신용카드사, 통신회사 등에서도 고객 유치를 위해 이용하고 있다.최근 대한항공이 내놓은 마일리지 개편안에 대해 소비자들이 연대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할 움직임을 보이는 등 논란이 많다. 대한항공은 이번 개편안에서 보너스 항공권과 좌석 승급 마일리지 공제기준을 대륙별 ‘지역’에서 ‘운항거리’로 바꿨다. 이에 따라 일반석 기준으로 전체 125개 대한항공 국제선 운항노선 중 64개 노선의 보너스 마일리지가 인하되고, 49개 노선이 인상됐다. 12개 노선은 종전과 같다. 소비자들의 불만은 장거리 노선에서다. 예를 들어 인천∼뉴욕(미국) 구간의 프레스티지석을 보너스 항공권으로 구입하려면 종전에는 평수기 편도 6만 2천500마일이 필요했지만 개편안 기준으로는 9만마일이 적용된다. 같은 구간을 일등석으로 사려면 종전 8만마일에서 13만5천마일로 늘어난다. 항공사측은 공제 마일리지의 합리적 기준 마련이 목적이며, 중국, 미국 등의 경우 동일 지역 내에서 2천마일 이상 운항거리 차이가 나는 데, 그동안 운항거리 차이를 반영하지 못해 비합리적이었다는 주장이다. 탑승 마일리지 적립률을 바꿔 일등석과 프레스티지석은 적립률을 최대 300%까지로 대폭 높이고, 일반석 가운데 여행사 프로모션 등으로 할인이 적용되는 등급의 적립률은 최하 25%까지로 낮춘 데 대한 불만도 크다. 마일리지 산정방식이 ‘빈익빈 부익부’ 방식으로 바뀌었으니 논란이 쉽게 사그라들지는 않을 듯 하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1-08

트로트 열풍

국악이란 한국 음악의 준말이다. 한국에서 뿌리를 내리거나 한국적 토양에서 나온 음악이란 뜻이다. 시대적으로 보면 일제 강점기보다 앞선 19세기 이전부터 있었던 우리 음악이다. 선조의 생활 속에서 계승 발전된 음악이다. 요즘 종편 TV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는 트로트는 국악과 현대 대중가요와 구분되는 일제 강점기에 형성된 음악 장르다. 국어사전에서는 “정형화된 리듬에 일본 엔카(演歌)에서 들어온 음계를 사용하여 구성지고 애상적인 느낌을 주는 음악”이라 정의하고 있다. 트로트는 1930년대 중반 정착되면서 우리국민 사이에는 신민요와 더불어 대중가요의 양대산맥이었다. 당시 이미 국민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음악이다. 황성 옛터, 타향살이, 목포의 눈물 등이 당시 인기곡이다.트로트(trot)는 영어로 “빠르게 걷다” 는 뜻이다. 서양음악 폭스 트로트에서 나왔지만 일제 강점기라는 시대적 배경을 본다면 일본 가요인 엔카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그래서 한 때는 왜색이라는 이유로 외면도 받았고 금지곡이 되는 수난도 겪었다. 하지만 1960년대 ‘동백 아가씨’를 계기로 인기가 회복되며 점차 국민의 가요로 자리를 잡았다.최근 종편 방송에서 방영한 트로트 경연이 지상파 방송을 크게 압도하는 시청률로 화제를 모았다. ‘뽕짝’으로 통하던 트로트가 세상의 이목을 갑자기 확 끌어들였다. 트로트가 갖는 꺽기 창법의 매력과 오락적 요소가 우리 국민정서와 잘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트로트의 인기는 구태를 벗어던지고 자유분방한 시대적 흐름을 잘 잡아낸 기획이라는 평가가 오히려 더 적합하다. 과거에 매달린 그리고 고정관념에 빠진 기성세대에 대한 반발적 현상으로 보아도 좋을 것 같다./우정구(논설위원)

2020-01-07

현금 없는 사회

현금없는 사회란 정보화 사회로의 발전 및 각종 금융 기관 업무의 전산화에 따라 지폐·동전 등 현금이 필요하지 않은 사회를 말한다.우리나라는 현재 현금 없는 사회로 진입을 앞두고 있다. 특히 1990년대 후반 IMF를 겪고 난 뒤 조세확보 차원에서 신용카드 보급을 촉진했고, 여기에 소득공제 등의 혜택까지 더해지면서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2015년 일본 경제산업성이 세계 각국의 현금 없는 결제 비율을 조사한 결과, 한국의 비현금 결제 비율은 무려 90%에 달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해 11월 잔돈 계좌적립서비스 시행을 위해 시범 유통사업자를 모집한다고 밝혔고, 올해 초부터 현금거래후에 생긴 잔돈을 계좌로 직접 적립하는 서비스를 실시할 예정이다.현금없는 사회의 도래는 모든 금융 거래가 전산화해 투명성이 높아지고, 지폐·동전을 사용하면서 일어나는 보관·휴대의 불편함들이 한 번에 해결된다. 휴대하고 다니지 않으니 강도에 의한 도난·분실 우려가 없고, 지폐·동전 제조비용이 절감된다.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100원짜리 동전 2억5천만개 등 동전 6억 개를 제조하는 데 든 비용만 539억원이다. 홍수나 화재 등 자연재해로 돈이 타거나 사라지는 등의 물리적 손상에 대해 매우 안전하다는 장점이 크다. 반면에 현금 대신 사용하게 될 거래수단은 모두 기록이 남기 때문에 다른 누군가의 추적이 가능해 사생활 침해 논란이 있고, 지진이나 태풍같은 자연재해나 화재와 같은 재해로 통신망 마비 사태가 발생할 때는 결제기능이 멈춰버릴 우려가 있다.노약자나 장애인, 어린이 등 사회적 약자들의 이용하기에 불편한 것도 단점이다. 세상만사 어디에나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게 자연의 섭리인가 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1-06

경세제민

유전무죄(有錢無罪) 무전유죄(無錢有罪)라는 말이 아직은 통용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돈이면 무엇이든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이 우리를 여전히 지배한다. 자식에게 “행복은 성적순이 아냐”고 가르치고 있지만 물질적 가치가 주는 행복의 무게를 부정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KBS가 행복을 화두로 신년 여론조사를 했다. 국민에게 자신의 삶에 대해 만족하느냐는 물음에 전체의 46%가 만족으로 답했다. 이를 계층별로 구분해 다시 질문했다. 자신을 상위 80% 이상이라 생각하는 쪽은 무려 82.4%가 만족으로 답했다. 반면에 자신을 소득하위 20% 이하라 생각하는 사람은 19.5%만 만족으로 답했다. 소득계층별로 느끼는 삶의 만족도가 극명하게 갈라졌다. 물질만이 행복이 아니라고 말하기에 궁색한 결과다. 여론 조사 결과는 우리 국민이 느끼는 행복은 소득 순이다. 소득이 높으면 반드시는 아니지만 행복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말해 주는 결과다. 경세제민(經世濟民)은 세상을 다스려 백성을 고난에서 구한다는 뜻이다. 경제(經濟)라는 말이 여기서 유래했다. 세상을 다스린다는 것은 지금의 정치와 같은 의미다. 위정자가 가장 근본으로 여겨야 할 부분은 백성을 배부르게 잘 살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가 정치의 근본이 돼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올 한해 한국의 경제전망은 여전히 밝지가 않다. 미중갈등과 한일갈등 그리고 불안전한 한반도 비핵화 문제 등 우리의 경제를 둘러싼 환경이 녹록지가 않다. 한국의 석학 43인이 2020년 한국경제의 키워드를 오리무중(五里霧中) 속 고군분투(孤軍奮鬪)라 했다.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위기속 외로운 싸움이란 뜻이다. 경세제민의 지혜가 더 절실해지는 한해다./우정구(논설위원)

2020-01-05

쾌도난마

한해를 되돌아보거나 새로운 각오를 펼치고자 할 때 사람들은 사자성어를 인용해 자신의 뜻을 표현한다. 사자성어는 자신이 표현하고픈 내용을 비유적으로 설명할 뿐 아니라 짧은 네 글자 안에 내용이 함축적으로 담겨 있어 전달하기 좋기 때문이다. 특히 한해가 끝나는 세모 무렵이나 신년 초에 사자성어가 자주 등장한다. 대표적인 것이 교수신문이 뽑는 올해의 사자성어다. 교수신문은 벌써 18년째 우리사회 현상을 사자성어로 표현했다. 지난해는 공명지조(共命之鳥)를 선정했다. 자기만 살려면 결국 공멸하고 만다는 뜻이다. 우리사회의 갈등과 분열상을 꼬집은 말이다.지난해 우리나라 구직자가 가장 많이 추천한 사자성어는 전전반측(輾轉反側)이다. 걱정이 많아 잠을 못 이뤄 뒤척인다는 말이다. 2위는 노이무공(勞而無功)이다. 온갖 애를 썼지만 애쓴 보람이 없었다는 것이다. 올해 경북도는 녹풍다경(綠風多慶)을 사자성어로 정했다. 푸른 바람을 일으켜 좋은 일 많이 만들겠다는 도정의 각오다. 포항시는 지진극복 의지를 담은 합심진력(合心盡力)을 꼽았고 경주는 난관을 뚫고 나가겠다는 의미의 십벌지목(十伐之木)을 지정했다.신년 초를 맞아 각자가 올해 내가 바라는 소망이나 목표를 생각해 볼 때다. 내가 생각하는 소망과 부합하는 사자성어를 찾아 한해의 각오를 준비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작심삼일이 될지는 모르나 한해 목표와 소망을 담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자기 준비의 일이다.쾌도난마(快刀亂麻)란 헝클어진 삼을 잘 드는 칼로 단숨에 자른다는 뜻이다. 복잡한 문제를 빠르고 명쾌하게 해결할 때 쓰는 말이다. 복잡하게 얽힌 내 주변의 각종 문제가 올해는 쾌도난마처럼 잘 풀려나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나의 올 소망은 쾌도난마다./우정구(논설위원)

2020-01-02

13월의 월급

13월의 월급이란 연말정산시 매달 급여를 받을 때 소득에서 원천징수했던 세액을 연간 단위로 정산한 뒤 세금을 많이 냈다면 차액을 환급받고, 적게 냈으면 추가로 징수하는 금액을 일컫는 말이다. 이달 15일부터 시작되는 연말정산은 지난 해와 많이 달라졌다.우선 올해부터 산후조리원 비용이 200만원까지 의료비 세액공제 대상에 포함됐고, 급여 총액이 7천만원 이하인 근로자가 지난해 7월 1일 이후 박물관·미술관 입장료를 신용카드로 결제했을 경우 30%를 소득 공제받게 된다.기부금액의 30%가 산출세액에서 공제되는 고액기부금 기준금액도 2천만원 초과에서 1천만원 초과로 낮아졌다. 또 집이 없거나 1개 주택만 보유한 세대주 근로자는 금융기관 등에 상환하는 주택저당차입금 이자를 소득공제 받는데, 올해부터 공제 대상 주택의 기준시가 요건이 4억원 이하에서 5억원 이하로 상향됐다.월세액 공제 혜택은 지난해까지 국민주택 규모의 집을 임차한 경우에만 적용됐으나, 올해는 집이 기준시가 3억원 이하면 공제받을 수 있다. 생산직 근로자 야간근로수당 비과세 기준도 월정액 급여 190만원 이하에서 210만원 이하로 확대됐다.신용카드 소득공제는 총급여의 25%를 초과해서 쓴 경우만 해당되고, 의료비는 급여의 3%를 초과해야 공제 대상이 된다. 신용카드 결제 시 추가공제와 중복공제가 가능하다.대중교통 요금, 전통시장 이용액, 도서·공연비 등을 카드로 결제할 경우 각각 100만원까지 소득공제를 추가로 받을 수 있다. 또 의료비, 취학 전 아동 학원비, 교복 구입비는 중복으로 소득공제를 받는 것이 가능하다.‘13월의 월급’으로 불리지만 자칫하면 추가로 납부해야 하는 경우도 많아 공제요건을 꼼꼼이 확인하고 준비해야 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1-01

폰지 사기

폰지 사기는 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이자나 배당금을 지급하는 방식의 다단계 금융사기를 일컫는다. 1920년대 미국에서 찰스 폰지(Charles Ponzi)가 벌인 사기 행각에서 유래됐다.이탈리아 태생인 찰스 폰지(1882~1949)는 1903년 미국으로 건너와 허황한 꿈을 좇으며 도박과 낭비를 일삼다가 전과자가 됐다. 1919년 국제우편 요금을 지불하는 대체수단인 국제우편쿠폰이 제1차세계대전을 겪으면서 크게 변한 환율을 적용하지 않고 전쟁 전의 환율로 교환되는 점에 착안해 해외에서 대량으로 매입한 뒤 미국에서 유통시켜 차익을 얻는 사업을 구상했다. 폰지는 45일 후 원금의 50%, 90일 후 원금의 100%에 이르는 수익을 지급할 것을 약속하고 투자자를 모집했으며, 투자자들은 약정된 수익금이 지급되자 자신의 지인을 2차 투자자로 모집하게 됐다.이 소문이 미국 전역에 퍼져 투자 총액이 몇 달 만에 막대한 규모로 불어났다. 폰지는 몇 개월 만에 무일푼에서 갑부가 됐다. 그러나 이 사업의 실상은 나중에 투자한 사람의 돈으로 먼저 투자한 사람의 수익을 지급하는 금융피라미드였다. 여기에다 보스턴우체국에서 국제우편쿠폰을 환전하는 데는 폰지가 투자자들에게 약정한 기일보다 훨씬 더 오래 걸린다는 의혹을 제기하자 불안해진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회수하기 시작했다. 결국 1920년 8월 폰지는 결국 파산신고를 하고 사기혐의로 구속됐다.최근 국내 1위 사모펀드 운용사인 라임자산운용이 투자한 미국 펀드업체가 폰지방식의 다단계 금융사기를 저지른 것으로 밝혀져 물의를 빚고있다. 투자자들은 투자금을 아예 돌려받지 못할 상황에 놓였다니 일확천금의 꿈은 세계 어디서나 끊기힘든 범죄를 부른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12-30

성공한 ‘펭수’

특정한 인물을 상징하거나 동식물을 의인화해 소비자에게 친근한 모습으로 다가가게 하는 상품을 캐릭터 상품이라 한다. 20세기에 등장한 캐릭터는 상상속의 인물이지만 소비 주체인 나와 접목되는 과정을 통해 마케팅의 도구로서 큰 인기를 모았다. 1930년대 디즈니사는 미키마우스를 필두로 도널드 덕, 구피와 같은 수많은 캐릭터를 만들고 캐릭터 시장을 오랫동안 독점한다. 디즈니 만화를 보지 않고 자란 아이가 얼마나 될까 상상해보면 캐릭터의 영향력을 쉽게 짐작해 볼 수 있다.EBS 프로그램 ‘펭 TV’에 등장한 펭수의 인기가 절정이다. 방송 시작 7개월만에 유튜브 채녈의 구독자수가 100만명을 넘었다. 카카오톡 이모티콘이 출시되더니 상업광고에도 픽업됐다. 펭수 달력은 출시된 지 16시간만에 17만장 팔렸다. 펭수의 인기는 이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최근 한 조사에서 펭수는 K-POP 대표주자인 BTS를 제끼고 올해의 인물 1위에 선정되는 기염을 토했다. 펭수는 펭귄의 펭과 빼어날 수(秀)가 합쳐진 이름이다. 원래 어린이 방송용으로 제작한 캐릭터지만 지금은 팬클럽이 만들어지고 어른까지 열광한다. 성인의 뽀통령(뽀로로 대통령), 직통령(직장인 대통령) 등의 애칭이 그의 인기를 대변한다.펭수의 인기 비결은 비록 인형의 탈을 썼지만 자기감정을 솔직하고 적극적으로 표현한 데서 비롯된다. “내가 내일 때 제일 좋은거다” 는 그의 말은 오롯이 나이길 바라는 젊은이의 감성을 건드리기에 충분하다. EBS 연습생 신분에도 사장 이름을 거침없이 불러댄다. 많은 직장인은 이를 보고 통쾌감을 느끼며 펭수가 마치 나인 것처럼 착각도 한다. 캐릭터가 이제는 마케팅 도구를 넘어 문화의 영역에 왔음을 보여준 사례다./우정구(논설위원)

2019-12-29

시민의 날

도시가 크든 작든 상관없이 그 도시마다 가진 역사성과 상징성이 있게 마련이다. 그를 기념하는 날이 바로 시민의 날이다. 시민의 날은 그 도시민이 자랑하는 역사며 문화며 자긍심이다. 그래서 시민의 날 제정은 특별한 의미가 있는 일이다. 서울시는 조선이 건국되고 개성에서 한양으로 도읍을 옮긴 날인 10월 28일을 시민의 날로 정했다. 1394년(태조 3년) 한양으로 도읍을 옮긴지 600년이 되던 해인 1994년에 제정했다. 서울시로서는 한 나라의 수도로 정해져 600년을 이어 왔으니 이날만큼은 감개무량한 날이다.부산시는 이순신 장관이 왜군의 대전단을 대파한 부산포해전 승전일인 10월 5일을 시민의 날로 정했다. 부산시민은 지금도 임진왜란 항전과 6·25 당시 임시수도를 지킨 도시의 자긍심을 매우 자랑스러워한다. 광주시는 직할시 승격에 맞춰 시민의 날을 운영하다 5·18민주화 운동을 계기로 바꾼다. 5·18 당시 시민이 힘을 모아 계엄군을 철수시키고 자율적 자치를 회복한 5월 21일을 시민의 날로 정했다.대구시가 시민의 날을 내년부터 국채보상 기념일이자 대구시민 주간의 첫날인 2월 21일로 바꾼다고 한다. 대구시는 그동안 직할시로 승격된 날로부터 100일째 되는 날을 시민의 날로 정해 왔다. 그러나 직할시 승격이라는 단순 방식보다는 대구의 상징성과 정체성을 드러내는 의미 있는 날로 정하자는 여론에 따라 바꾸기로 한 것이다. 대구는 우리나라 최초의 국권회복운동인 국채보상운동이 시작된 곳이다. 또 4·19 민주화 운동의 도화선이 된 2·28 민주화 운동도 일어난 곳이다. 이제 새롭게 시작할 대구 시민의 날을 계기로 대구시민의 애국·애향정신도 더 빛을 발하도록 노력해야겠다./우정구(논설위원)

2019-12-26

사라진 크리스마스캐럴

크리스마스 캐럴은 14세기 영국에서 종교 가곡의 한 형식으로 시작됐으나, 나중에는 성탄절을 축하하는 노래를 가리키게 됐다.연말 성탄절 분위기를 한껏 돋워온 크리스마스 캐럴이 길거리에서 사라진 이유는 저작권법상 막대한 음악 공연보상금을 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과거 한 백화점이 2년간 디지털 음원을 전송받아 스트리밍 방식으로 매장에 틀었다가 한국음반산업협회 등으로부터 소송을 당한 끝에 백화점은 2억3500만원을 배상해야 했다. 이로 인해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캐럴송을 틀면 공연보상금 폭탄을 맞는다”는 소문이 확산했고, 이후 크리스마스에 길거리에서 캐럴을 들을 수 없게 됐다.현행 저작권법은 원칙적으로 청중에게 돈을 받지 않고 상업용 음반을 공공연하게 트는 것을 금지하지 않는다. 다만 단서조항을 통해 커피 전문점이나 생맥주 전문점, 전문체육시설과 골프장, 무도학원 및 무도장, 스키장, 에어로빅장 등의 업종은 2018년 8월부터 매장에서 음악을 재생하려면 공연권료를 내야한다. 그렇다해도 영업허가면적이 50㎡(약 15평)를 넘지 않는 영세자영업자들은 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소규모 옷집, 밥집, 제과점, 생활용품점 등도 저작권법 시행령에 포함돼 있지 않기에 공연권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홍보 부족으로 소상공인들은 저작권료 폭탄을 걱정해 캐럴을 틀지 않고 있다.‘소음진동·관리법’에 따른 생활소음 규제로 가게 밖에 스피커를 설치할 수 없게 된 것이나, 지난 2014년부터 시행된 ‘문 열고 난방’하는 것을 금지한 에너지 규제 정책도 길거리 캐럴을 사라지게 만든 원인이다. 연말연시의 밤거리가 애꿎은 저작권료 오해로 허전하고 썰렁하기만 하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