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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13월의 월급

13월의 월급이란 연말정산시 매달 급여를 받을 때 소득에서 원천징수했던 세액을 연간 단위로 정산한 뒤 세금을 많이 냈다면 차액을 환급받고, 적게 냈으면 추가로 징수하는 금액을 일컫는 말이다. 이달 15일부터 시작되는 연말정산은 지난 해와 많이 달라졌다.우선 올해부터 산후조리원 비용이 200만원까지 의료비 세액공제 대상에 포함됐고, 급여 총액이 7천만원 이하인 근로자가 지난해 7월 1일 이후 박물관·미술관 입장료를 신용카드로 결제했을 경우 30%를 소득 공제받게 된다.기부금액의 30%가 산출세액에서 공제되는 고액기부금 기준금액도 2천만원 초과에서 1천만원 초과로 낮아졌다. 또 집이 없거나 1개 주택만 보유한 세대주 근로자는 금융기관 등에 상환하는 주택저당차입금 이자를 소득공제 받는데, 올해부터 공제 대상 주택의 기준시가 요건이 4억원 이하에서 5억원 이하로 상향됐다.월세액 공제 혜택은 지난해까지 국민주택 규모의 집을 임차한 경우에만 적용됐으나, 올해는 집이 기준시가 3억원 이하면 공제받을 수 있다. 생산직 근로자 야간근로수당 비과세 기준도 월정액 급여 190만원 이하에서 210만원 이하로 확대됐다.신용카드 소득공제는 총급여의 25%를 초과해서 쓴 경우만 해당되고, 의료비는 급여의 3%를 초과해야 공제 대상이 된다. 신용카드 결제 시 추가공제와 중복공제가 가능하다.대중교통 요금, 전통시장 이용액, 도서·공연비 등을 카드로 결제할 경우 각각 100만원까지 소득공제를 추가로 받을 수 있다. 또 의료비, 취학 전 아동 학원비, 교복 구입비는 중복으로 소득공제를 받는 것이 가능하다.‘13월의 월급’으로 불리지만 자칫하면 추가로 납부해야 하는 경우도 많아 공제요건을 꼼꼼이 확인하고 준비해야 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1-01

폰지 사기

폰지 사기는 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이자나 배당금을 지급하는 방식의 다단계 금융사기를 일컫는다. 1920년대 미국에서 찰스 폰지(Charles Ponzi)가 벌인 사기 행각에서 유래됐다.이탈리아 태생인 찰스 폰지(1882~1949)는 1903년 미국으로 건너와 허황한 꿈을 좇으며 도박과 낭비를 일삼다가 전과자가 됐다. 1919년 국제우편 요금을 지불하는 대체수단인 국제우편쿠폰이 제1차세계대전을 겪으면서 크게 변한 환율을 적용하지 않고 전쟁 전의 환율로 교환되는 점에 착안해 해외에서 대량으로 매입한 뒤 미국에서 유통시켜 차익을 얻는 사업을 구상했다. 폰지는 45일 후 원금의 50%, 90일 후 원금의 100%에 이르는 수익을 지급할 것을 약속하고 투자자를 모집했으며, 투자자들은 약정된 수익금이 지급되자 자신의 지인을 2차 투자자로 모집하게 됐다.이 소문이 미국 전역에 퍼져 투자 총액이 몇 달 만에 막대한 규모로 불어났다. 폰지는 몇 개월 만에 무일푼에서 갑부가 됐다. 그러나 이 사업의 실상은 나중에 투자한 사람의 돈으로 먼저 투자한 사람의 수익을 지급하는 금융피라미드였다. 여기에다 보스턴우체국에서 국제우편쿠폰을 환전하는 데는 폰지가 투자자들에게 약정한 기일보다 훨씬 더 오래 걸린다는 의혹을 제기하자 불안해진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회수하기 시작했다. 결국 1920년 8월 폰지는 결국 파산신고를 하고 사기혐의로 구속됐다.최근 국내 1위 사모펀드 운용사인 라임자산운용이 투자한 미국 펀드업체가 폰지방식의 다단계 금융사기를 저지른 것으로 밝혀져 물의를 빚고있다. 투자자들은 투자금을 아예 돌려받지 못할 상황에 놓였다니 일확천금의 꿈은 세계 어디서나 끊기힘든 범죄를 부른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12-30

성공한 ‘펭수’

특정한 인물을 상징하거나 동식물을 의인화해 소비자에게 친근한 모습으로 다가가게 하는 상품을 캐릭터 상품이라 한다. 20세기에 등장한 캐릭터는 상상속의 인물이지만 소비 주체인 나와 접목되는 과정을 통해 마케팅의 도구로서 큰 인기를 모았다. 1930년대 디즈니사는 미키마우스를 필두로 도널드 덕, 구피와 같은 수많은 캐릭터를 만들고 캐릭터 시장을 오랫동안 독점한다. 디즈니 만화를 보지 않고 자란 아이가 얼마나 될까 상상해보면 캐릭터의 영향력을 쉽게 짐작해 볼 수 있다.EBS 프로그램 ‘펭 TV’에 등장한 펭수의 인기가 절정이다. 방송 시작 7개월만에 유튜브 채녈의 구독자수가 100만명을 넘었다. 카카오톡 이모티콘이 출시되더니 상업광고에도 픽업됐다. 펭수 달력은 출시된 지 16시간만에 17만장 팔렸다. 펭수의 인기는 이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최근 한 조사에서 펭수는 K-POP 대표주자인 BTS를 제끼고 올해의 인물 1위에 선정되는 기염을 토했다. 펭수는 펭귄의 펭과 빼어날 수(秀)가 합쳐진 이름이다. 원래 어린이 방송용으로 제작한 캐릭터지만 지금은 팬클럽이 만들어지고 어른까지 열광한다. 성인의 뽀통령(뽀로로 대통령), 직통령(직장인 대통령) 등의 애칭이 그의 인기를 대변한다.펭수의 인기 비결은 비록 인형의 탈을 썼지만 자기감정을 솔직하고 적극적으로 표현한 데서 비롯된다. “내가 내일 때 제일 좋은거다” 는 그의 말은 오롯이 나이길 바라는 젊은이의 감성을 건드리기에 충분하다. EBS 연습생 신분에도 사장 이름을 거침없이 불러댄다. 많은 직장인은 이를 보고 통쾌감을 느끼며 펭수가 마치 나인 것처럼 착각도 한다. 캐릭터가 이제는 마케팅 도구를 넘어 문화의 영역에 왔음을 보여준 사례다./우정구(논설위원)

2019-12-29

시민의 날

도시가 크든 작든 상관없이 그 도시마다 가진 역사성과 상징성이 있게 마련이다. 그를 기념하는 날이 바로 시민의 날이다. 시민의 날은 그 도시민이 자랑하는 역사며 문화며 자긍심이다. 그래서 시민의 날 제정은 특별한 의미가 있는 일이다. 서울시는 조선이 건국되고 개성에서 한양으로 도읍을 옮긴 날인 10월 28일을 시민의 날로 정했다. 1394년(태조 3년) 한양으로 도읍을 옮긴지 600년이 되던 해인 1994년에 제정했다. 서울시로서는 한 나라의 수도로 정해져 600년을 이어 왔으니 이날만큼은 감개무량한 날이다.부산시는 이순신 장관이 왜군의 대전단을 대파한 부산포해전 승전일인 10월 5일을 시민의 날로 정했다. 부산시민은 지금도 임진왜란 항전과 6·25 당시 임시수도를 지킨 도시의 자긍심을 매우 자랑스러워한다. 광주시는 직할시 승격에 맞춰 시민의 날을 운영하다 5·18민주화 운동을 계기로 바꾼다. 5·18 당시 시민이 힘을 모아 계엄군을 철수시키고 자율적 자치를 회복한 5월 21일을 시민의 날로 정했다.대구시가 시민의 날을 내년부터 국채보상 기념일이자 대구시민 주간의 첫날인 2월 21일로 바꾼다고 한다. 대구시는 그동안 직할시로 승격된 날로부터 100일째 되는 날을 시민의 날로 정해 왔다. 그러나 직할시 승격이라는 단순 방식보다는 대구의 상징성과 정체성을 드러내는 의미 있는 날로 정하자는 여론에 따라 바꾸기로 한 것이다. 대구는 우리나라 최초의 국권회복운동인 국채보상운동이 시작된 곳이다. 또 4·19 민주화 운동의 도화선이 된 2·28 민주화 운동도 일어난 곳이다. 이제 새롭게 시작할 대구 시민의 날을 계기로 대구시민의 애국·애향정신도 더 빛을 발하도록 노력해야겠다./우정구(논설위원)

2019-12-26

사라진 크리스마스캐럴

크리스마스 캐럴은 14세기 영국에서 종교 가곡의 한 형식으로 시작됐으나, 나중에는 성탄절을 축하하는 노래를 가리키게 됐다.연말 성탄절 분위기를 한껏 돋워온 크리스마스 캐럴이 길거리에서 사라진 이유는 저작권법상 막대한 음악 공연보상금을 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과거 한 백화점이 2년간 디지털 음원을 전송받아 스트리밍 방식으로 매장에 틀었다가 한국음반산업협회 등으로부터 소송을 당한 끝에 백화점은 2억3500만원을 배상해야 했다. 이로 인해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캐럴송을 틀면 공연보상금 폭탄을 맞는다”는 소문이 확산했고, 이후 크리스마스에 길거리에서 캐럴을 들을 수 없게 됐다.현행 저작권법은 원칙적으로 청중에게 돈을 받지 않고 상업용 음반을 공공연하게 트는 것을 금지하지 않는다. 다만 단서조항을 통해 커피 전문점이나 생맥주 전문점, 전문체육시설과 골프장, 무도학원 및 무도장, 스키장, 에어로빅장 등의 업종은 2018년 8월부터 매장에서 음악을 재생하려면 공연권료를 내야한다. 그렇다해도 영업허가면적이 50㎡(약 15평)를 넘지 않는 영세자영업자들은 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소규모 옷집, 밥집, 제과점, 생활용품점 등도 저작권법 시행령에 포함돼 있지 않기에 공연권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홍보 부족으로 소상공인들은 저작권료 폭탄을 걱정해 캐럴을 틀지 않고 있다.‘소음진동·관리법’에 따른 생활소음 규제로 가게 밖에 스피커를 설치할 수 없게 된 것이나, 지난 2014년부터 시행된 ‘문 열고 난방’하는 것을 금지한 에너지 규제 정책도 길거리 캐럴을 사라지게 만든 원인이다. 연말연시의 밤거리가 애꿎은 저작권료 오해로 허전하고 썰렁하기만 하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12-25

12·16부동산대책

23일부터 적용된 12·16부동산대책의 골자는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해서는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하는 한편 모든 차주의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주택담보대출에 대해 LTV(담보인정비율)를 40%에서 20%로 강화한다는 것.예를 들면 이 지역에서 14억원 주택을 매입시 14억원×40%=5억6천만원의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9억원×40%+5억원×20%=4억6천만원으로 줄어든다.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관리도 강화된다. DSR는 주담대를 포함한 각종 금융 대출심사 시 차주의 모든 대출에 대해 원리금 상환 부담을 계산하는 지표다. 현재는 각 시중은행이 DSR 시행 이후 신규취급한 가계대출을 평균 DSR 40% 내로 관리하더라도 개별 대출에 대한 DSR가 40%를 초과하는 것 역시 대출취급이 가능했다. 앞으로는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서 시가 9억원 초과 주택 담보대출 차주에 대해 차주 단위로 DSR규제가 적용되며, 은행권엔 40%, 비은행권에선 60%가 한도다.또 고가주택의 기준이 공시가격 9억원에서 시가 9억원으로 변경되고,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서 1주택세대는 1년 내 기존주택을 처분하거나 전입해야하며, 9억원 초과의 고가주택을 구입하는 무주택 세대의 경우 기존 2년에서 1년내 전입해야 한다.이번 대책으로 집값 상승의 주범인 서울 강남권 일부 아파트 가격이 내렸다는 보도가 있지만 일단 청신호로 보인다.다만 이주비 대출규제에다 분양가상한제로 직격탄을 맞은 재개발·재건축아파트의 공급이 줄어들면 오히려 가격이 오를 우려도 있다는 주택전문가들의 전망도 있어 이래저래 앞길을 점치기 어려운 게 부동산대책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12-23

타산지석(他山之石)

미국의 45대 대통령에 당선된 트럼프는 미 공화당 내에서도 비주류 정치인으로 통했다. 과거 대권에 도전했던 정치인과는 딴판의 길을 걸었다. 하원과 상원의원, 주지사 등의 이력과 인지도를 발판으로 삼아 대권에 도전했던 기성의 정치인과는 경로가 달랐다는 뜻이다. 그를 아웃사이더 대통령이라 부른 이유다.아버지의 재산을 물러 받은 막강한 재력과 사교계를 통해 이름을 알렸다. 특히 TV쇼에 출연해 “넌 해고야”라 하는 유행어를 만들면서 그는 일약 명사가 됐던 것이다. 그가 민주당 힐러리 후보를 제끼고 대통령에 당선된 것을 두고 당시 여론은 기성정치에 대한 분노와 좌절이 대폭발한 것이라 해석했다. 그의 미국 제일주의와 보호무역 정책은 세계를 충격과 혼란에 빠뜨렸다. 여성비하와 인종차별 발언 등 각종 논란의 중심에 선 그를 두고 역대 대통령 중 가장 천박한 대통령이란 고약한 평가도 받았다.권력 남용과 의회 방해라는 두 가지 의혹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미 하원에서 탄핵안이 가결되는 불명예를 썼다. 평소의 변덕과 즉흥적이고 돌발적이며 대통령으로서는 매우 부적절한 언행을 본다면 그에 대한 탄핵은 예측된 측면도 없지 않다. 하지만 정작 탄핵안 통과에 대한 미국 내 반응은 오히려 차분하다. 상원의 탄핵안 가결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주요 이유지만 핫 이슈임에도 국민적 공감대가 별로 없다는 것이 이상하다.지금의 미국 경제는 너무 잘 돌아가고 있다. 미국 내 실업률 등 각종 경제 지표는 전례 없는 호황세다. 탄핵이 되레 야당인 민주당의 짐이 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예부터 정치는 백성이 잘 먹고 사는데 기본을 두고 있다. 우리의 정치가 타산지석으로 살펴볼 대목이 많은 트럼프 탄핵 사태다./우정구(논설위원)

2019-12-22

고가 주택

돈의 가치는 어떻게 평가되는 것이 정당할까.10년 전에 내가 가졌던 1억원의 가치가 올해 와서는 분명 다를 수 있다. 이렇듯 돈의 가치는 시간과 장소에 따라 느끼는 무게가 달라진다. 경제학적으로 말하면 물가상승이나 인플레이션 등의 경제현상에 따라 돈의 가치가 변동되는 것을 의미한다. 100억원 가진 사람과 100만원을 가진 사람이 있다고 치자. 만약 두 사람이 내일 죽는다고 가정했을 때 누가 더 억울할 것인지 생각해 보면 돈의 가치는 또 어떻게 평가하는 것이 옳을까. 돈은 사람의 형편과 장소, 여건에 따라 그 가치 평가가 천차만별이라 하겠다.대한민국에서는 얼마만큼 있어야 부자로 평가 받을 것인지 한 취업 포털에서 조사를 했다. 4천여명의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물어보았더니 39억원을 부자의 기준점으로 보았다. 우라나라 가구당 평균 자산인 4억원을 기준하면 10배쯤 되는 금액이다. 연봉 5천만원을 버는 직장인은 한 푼도 안 쓰고 78년을 모아야 할 돈이다.정부가 치솟는 아파트 값을 잡는다고 부동산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15억원 이상을 고가주택이라 칭했다. 왜 15억원 이상이 고가주택인지에 대해서는 자세한 설명은 없다. 주택 보유자 입장에서는 14억원은 되고 15억원은 안 된다고 하니 그 기준점이 궁금할 뿐이다.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 당국의 규제 의지는 이해되나 내 재산을 담보로 내 마음대로 돈을 빌려 쓸 수 없다고 하니 그것 또한 답답한 노릇이다. 아니나 다를까 정부의 부동산 규제조치 후 하룻만에 “대출금지는 위헌”이라는 헌법 소원이 제기됐다. 정부 정책이 정당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국민을 설득하는 법리가 분명해야 한다. 헌법소원의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해진다. /우정구(논설위원)

2019-12-19

레이더 vs 라이더

레이더(Radar)는 전파를 사용해 목표물의 거리, 방향, 각도 및 속도를 측정하는 감지 시스템이다. 전쟁에서 적 비행기의 위치를 알아내기도 하며, 사람이 들어가지 못하는 심해의 수심을 알아내기도 한다. 또한 물체의 형상을 확실하게 인식할 수는 없지만 날씨나 시간과 관계없이 제 성능을 발휘하는 센서여서 자율주행자동차에 널리 쓰인다. 주파수에 따라 단거리부터 중거리, 장거리를 모두 감지할 수 있어 현재도 긴급자동제동장치, 스마트크루즈컨트롤 등 다양한 첨단운전자 지원시스템 기술에 적용되고 있다. 중장거리 레이더는 150~200m 이상을 확인할 수 있지만 화각이 40도 안팎으로 좁고, 단거리 레이더는 100m 이내 거리를 감지하되 화각이 100도 이상으로 넓다. 중장거리 레이더 센서는 앞차와의 거리와 속도를 측정해 충돌을 피하는 전방충돌 방지보조기술 등에 주로 활용되고, 단거리 레이더 센서는 후측방 사각지대 감지 기술 등에 주로 활용된다.라이더(Lidar)는 전자파가 아니라 직진성이 강한 고출력 레이저를 발사하여 산란되거나 반사되는 레이저가 돌아오는 시간과 강도, 주파수의 변화, 편광 상태의 변화 등으로부터 측정 대상물의 거리와 농도, 속도, 형상 등 물리적 성질을 측정하는 센서를 말한다. 이 센서는 고해상도의 3차원공간 정보를 확보할 수 있어 오차가 cm단위에 불과할 정도로 정확하다. 다만 비싼 가격과 짧은 수명 등으로 상용차에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기술적 한계가 있다. 레이더와 라이더 센서는 카메라와 함께 미래기술인 자율주행자동차의 3대 핵심센서로 꼽힌다. 공상과학영화에나 나오던 자율주행자동차의 출현에 가장 큰 기여를 하고 있는 기술의 발전이 눈부신 요즘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12-18

참수제도

사형수의 목을 베는 사람을 예부터 망나니라 불렀다. 닥치는대로 한다는 뜻의 접두사 ‘막’에다 ‘낳은 이’를 합해 부른 이름이다. 나라마다 그들은 대개 천인이나 중죄인 가운데 뽑아 강제로 일을 시켰다. 요즘은 언행이 좋지 않거나 버르장머리가 없는 이를 망나니라 부르지만 그 어원을 따져보면 사형수의 목을 벤 사람이다.사람의 목을 베어 형을 집행하는 참수형(斬首刑)은 동서양 어느 문화권에서든 쉽게 만날 수 있는 사형제도다. 조선조에도 1896년까지 이 제도에 의해 죄인을 다스렸다. 한국인 최초 천주교 사제인 김대건 신부가 참수형으로 처형된 것은 잘 알려진 일화다. 중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오형(五刑) 중 하나로 참형 또는 참시라고 불렀다. 근대에 와서 대부분의 나라에서 이 제도가 사라졌으나 아랍권 일부 국가에서는 아직 잔존한다. 그러나 실제 집행되는 나라는 사우디가 유일하다. 사우디에서는 아직 참형을 집행하는 망나니를 공개 모집까지 하고 있다고 한다. 원래 참수는 동물의 도살을 모방한 것으로 아랍권에서는 치욕스런 죽음으로 인식한다. 극렬 테러리스트가 인질을 참수하는 장면을 공개하는 것도 적군은 사람 취급을 않겠다는 나쁜 의도를 담고 있다. 그러나 참수형 자체가 비인간적이며 혐오성이 강해 사회적 거부감은 크다. 조선조에서도 극악무도한 범죄자가 아니면 참수형 보다는 사약으로 형을 다스렸다는 기록이 있다.최근 친북 반미단체가 주한 미 대사에 대한 참수 퍼포먼스를 벌여 논란을 빚었다. 한미동맹 관계에 갈등을 일으킬 외교적 문제와는 별개로 참수 퍼포먼스 행위 자체가 자극적이고 충격적이어서 높은 비난을 쌌다. 우리 사회의 무질서가 어디까지 갈 것인지 우려되는 일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19-12-17

정어리집회

정어리 집회는 수만 마리가 무리를 지어 몸집이 큰 포식자에 대항하는 정어리처럼 시민들이 하나로 뭉쳐 반(反)이민 등 극우주의에 저항하자는 풀뿌리 시민운동이다.길이가 15㎝ 정도인 정어리는 동물성 플랑크톤을 먹는 먹이사슬의 가장 아래쪽에 있는 물고기다. 다른 어류는 물론 고래나 물개 같은 해양 포유류의 먹잇감이다. 하지만 무리를 이룬 정어리 떼는 조밀하게 뭉쳐 몸집을 키우고, 지느러미를 움직여 진동을 만들어내면서 포식자의 공격을 피한다.정어리 집회의 시초는 내년 1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伊 살비니의 동맹당과 우호 정당들이 지지 집회를 갖기로 하자 마티아 산토리와 친구들이 인근 광장에서 대응 집회를 갖기로 하고 소셜미디어로 알린 것이 시초다. 산토리와 친구들은 흩어져 있을 땐 공격에 속수무책인 정어리가 무리를 지어 큰 적을 물리치는 것처럼 극우주의에 대항해 힘을 모으자며 소셜미디어에서 호소했고, 시민들이 이에 호응해 정어리가 집회의 상징이 됐다. 볼로냐에서 1만5000명으로 시작된 시위는 시칠리아, 밀라노, 토리노 등을 거쳐 수도인 로마에 상륙하면서 세를 점점 불려 최근에는 스스로를 정어리(sardine)라 부르는 시민 약 10만 명이 로마 산조반니 광장에 모여 이탈리아에서 득세하는 극우주의에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냈다.특징적인 것은 집회 참석자들은 각양각색의 정어리를 그린 그림과 포스터 등을 손에 들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 집회는 정당이나 시민단체 등 특정 단체가 주도하는 일반적인 집회와 달리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이뤄진다.이탈리아에서 벌어진 정어리 집회 역시 민의의 준엄함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대한민국의 촛불집회를 떠올리게 한다. 정어리로 변신한 촛불이 세계를 가만히 흔들고 있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12-16

호구지책의 해

한해를 마무리할 때 흔히 다사다난(多事多難)이란 표현을 잘 쓴다. “한해동안 일도 많았으며 어려움도 많았다”는 뜻으로 한해를 회고하는 자리에서 사용하기에는 제격이다.연말이 다가오면서 올 한해를 되돌아보는 사자성어가 발표되고 있다. 다사다난했음은 물론이거니와 유난히 한해가 어려웠다고 회고하는 표현이 눈에 들어온다. 특히 청년 실업자가 내뱉는 아픔의 표현이 우리를 우울케 한다. 한 취업포털 사이트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구직자가 가장 많이 뽑은 사자성어는 전전반측(輾轉反側)이다. 걱정거리로 마음이 괴로워 잠을 이루지 못해 몸을 뒤척인다는 뜻이다. 지난해 같은 시기에 그들은 “마른나무와 불기 없는 재와 같다”는 심정의 고목사회(枯木死灰)를 그해 사자성어로 선정한 바 있다. 한해가 지났어도 그들은 여전히 취업난에 시달리고 있음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한 언론이 만들어 낸 3포세대란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어려운 경제사정으로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한 젊은 세대를 두고 한 말이다. 세월이 지나 3포는 5포와 7포로 바뀌더니 지금은 포기할 것이 너무 많아 n포세대라 부른다고 한다.꿈을 먹고살아야 할 젊은이에게 들이닥친 호구지책(糊口之策)의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고 또 해를 넘기고 있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젊은이는 삶의 가장 중요 가치로 ‘경제적 안정’을 압도적으로 손꼽았다. 도전과 성공, 성취라는 이상적 희망보다 경제라는 현실을 택한 젊은 세대의 생각이 반영된 결과라 하겠다. 워라벨(일과 삶의 균형)과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 등이 새로운 트렌드로 등장한 것도 호구지책에 매달린 젊은이의 사고가 낳은 결과가 아닐까. 내년에도 모두가 각자도생(各自圖生)의 길로 가야겠다./우정구(논설위원)

2019-12-15

30대 지도자

인간의 수명이 짧았던 공자가 살았던 시절의 나이와 지금의 나이는 무게감에서 차이가 있다. 공자 시절 15세면 성인이다. 지금은 청소년 정도로 부르면 적합할 나이지만 그 시절에는 결혼을 해도 무방한 성년의 나이로 인식됐다. 공자는 나이별로 30세를 이립(而立), 40세면 불혹(不惑), 50세는 지천명(知天命)이라 불렀다. 지금에도 그가 부여한 나이별 의미를 두고 삶의 가치 기준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수명이 거의 배 가까이 늘어난 지금의 현실에 부합할지는 모르나 생활 실천의 기준으로 보는 것은 무방해 보인다.지금 지구촌 곳곳에서 30대 총리의 등장이 화제다.핀란드에서는 34세의 여성 총리가 선출됐다. 핀란드 여성총리로서는 세 번째지만 최연소를 기록했다. 현직 총리로도 세계 최연소라 한다. 특히 워킹맘이자 교통통신부 장관인 그녀는 총리 선출과 함께 19명의 장관 중 11명을 여성으로 채워 우먼파워를 과시했다고 한다. 2017년 8월 뉴질랜드에서도 30대 여성 총리가 선출됐으며,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도 38세 나이로 대통령직에 올랐다. 우크라이나와 엘살바도르도 30대 총리가 등장했다. 오스트리아에서는 33세의 총리 탄생이 예고된다고 외신은 전한다.우리나라 30대는 과연 어떤 위치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공자는 인생의 뜻을 세우고 장래를 고민할 나이를 30세로 보았으나 우리 현실은 아직 많은 이가 취업난에 허덕이고 있는 실정이다. 안타깝고 불운한 현실이다. 지구촌의 흐름을 보면서 우리 30대의 분발을 기대해 본다. 한편으로 30대 총리를 뽑고 그에게 국가 경영을 맡긴 그 나라 국민의 포용성이 돋보이기도 한다. 노령화된 우리 정치 현실이 안타깝다./우정구(논설위원)

2019-12-12

붉은깃발법

붉은깃발법은 영국 빅토리아 여왕시절인 1865년 제정돼, 1896년까지 약 30년간 시행된 세계 최초의 도로교통법인 동시에 시대착오적 규제의 대표적 사례다. 정식 명칭은 ‘The Locomotives on Highways Act(약칭 Locomotive Act)’이다. 당시 증기자동차가 출시되면서 마차(馬車)업자들의 항의가 계속되자 제정된 법안으로, 기존의 마차 사업을 보호하고 마부들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조치로 시행됐다. 이 법안에 따르면 한 대의 자동차에는 반드시 운전사, 기관원, 기수 등 3명이 있어야 하며, 자동차의 최고 속도는 6.4km/h, 시가지에서는 3.2km/h로 제한했다. 기수는 낮에는 붉은 깃발, 밤에는 붉은 등을 들고 자동차의 55m 앞에서 차를 선도하도록 했다.즉, 자동차를 운행하기 위해서는 붉은 깃발을 앞세워 자동차가 마차보다 빨리 달릴 수 없게 한 것이다. 이 법은 소비자들의 자동차 구매 욕구를 감소시키는 주원인이 됐다. 특히 산업혁명의 발상지였던 영국은 자동차를 가장 먼저 만들고도, 이 법 때문에 자동차 산업의 주도권을 독일·미국·프랑스 등에 내주는 결과로 이어졌다.우리나라에서는 차량공유서비스인 타다서비스를 금지하는 타다금지법이 붉은 깃발법에 비유되며 찬반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쏘카의 이재웅 대표는 최근 ‘타다금지법’이 국회 교통위를 통과하자 “150년 전 영국의 ‘붉은 깃발법’과 다를 것 없다”고 비판했다. 타다금지법은 관광 목적으로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 승합차를 빌려줄 수 있는 조건’을 한 번에 6시간 이상 대여하거나, 고객이 승합차를 타고 내리는 장소가 공항·항만이어야만 가능하도록 규정해 타다 서비스는 조만간 중단될 위기에 처해 있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12-11

명문 집안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지도층 인사에게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감이다. 고대 로마시대 왕과 귀족들이 전쟁에 직접 출전하는 등 실천적 솔선수범 정신이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기원이 됐다. 지금도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는 이런 도덕적 의무감을 정신적 지주 혹은 자부심으로 삼는다. 실제로 영국의 명문가 집안 자녀가 많이 입학하는 이튼스쿨은 1·2차 세계대전에 참여해 목숨을 잃은 2천여 명의 모교 졸업자 명단을 비문에 새겨 희생정신을 기리고 있다.달성 서씨는 대구에 터를 잡은 700년 전통의 명문 집안이다. 조선조 대제학을 지낸 서거정 선생을 비롯, 현대사에서는 시서화에 능한 서병오, 항일 투쟁에 앞장섰던 서상일, 총독부 요인을 암살하려다 체포된 서상한 등 많은 애국자와 선비가 난 집안이다. 특히 조선 영조대왕의 원비 정성왕후의 본관이 바로 달성이다. 영조가 왕자였던 시절 가례를 올려 달성군부인에 봉해진다. 그러나 영조와 좋지 않은 관계로 비운의 시절을 보낸 왕비다. 달성 서씨 문중의 유허비가 달성공원 안에 세워진 것은 이곳이 본래 달성 서씨 세거지였기 때문이다. 1424년 세종 6년 구계 서침(徐沈)은 서씨 일문의 근거지인 달성공원을 나라에 헌납하게 된다. 이에 세종이 포상하려 하자 서침은 상 대신 주민에게 거둬들인 환곡의 이자를 감해 줄 것을 조정에 건의한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져 뒷날 서침 선생의 공덕을 기린 구암서원이 건립된다.달성 서씨 대종회는 동산동에 있는 옛 구암서원의 터를 대구시에 기증했다. 지금 평가 가치로 35억원 정도 된다고 한다. 대종회는 이번 결정이 서침의 뜻을 따르는 일이라 했다. 나라와 지역을 사랑하는 숭고한 정신이 바로 명문 집안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다./우정구(논설위원)

2019-12-10

에잇포켓족

에잇포켓(8 Pocket)족은 부모는 물론 양가 조부모의 식스 포켓에다 삼촌과 고모 또는 이모까지 더하여 아이를 위한 지출을 아끼지 않는 가족들을 이르는 말이다.아이 한 명을 위해 온 가족이 지갑을 연다는 의미의 ‘에잇 포켓’이라는 신조어에서 비롯됐다. 에잇포켓족이 늘면서 국내키즈 산업규모 역시 크게 성장하고 있다.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키즈 산업 규모는 2002년 8조 원에서 지난해에는 40조 원까지 성장했다. 출산율이 둔화되면서 아이 한 명에게 소비가 집중됨에 따라 아이들을 위한 프리미엄 제품들이 인기를 끌고있다.특히 어린이 키성장과 건강관리를 위한 건강기능식품이 에잇포켓족들에게 큰 인기다. 장기적인 경기 불황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있지만 자녀들의 건강을 위한 제품들의 경우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에잇포켓족의 소비경향 덕분에 아기를 덜 낳는 저출산 시대지만 유아와 어린이 시장은 쑥쑥 커지고 있다.또 연말연시를 맞아 백화점 유아·아동 매장에 중장년층 여성들이 붐비고 있다. 크리스마스 연휴와 연말연시를 앞두고 책가방과 옷 등 손주나 조카 선물을 사러 온 고객들이다. 백화점에서도 아동복과 완구 등 유아·어린이 상품 매출 역시 극심한 불황 속에도 쑥쑥 커지고 있다. 매장도 장난감 가게와 놀이 시설, 도서관 등 모두 아이 눈높이에 맞춰 꾸며 놓고 쇼핑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했다. 신도시 등 유아나 어린이 비율이 비교적 높은 지역의 백화점들도 아이들과 관련한 특화된 매장을 선보이며 고객 잡기에 나섰다.온라인 업체와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새로운 VIP로 떠오른 아이와 ‘에잇포켓족’의 발길을 잡기 위한 유통업계의 변신이 눈부실 정도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12-09

편의점 일자리

생활의 편의성을 좇아 생겨난 편의점의 본산은 미국이다. 1927년 미국 텍사스주 달라스의 ‘사우스랜드’라는 작은 회사가 세븐일레븐이란 이름으로 소형점포 사업을 시작한 것이 시초다. 다른 소매점이 문을 닫는 오전 7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영업을 한다는 뜻에서 ‘세븐일레븐’이다.국내에 편의점 형태의 점포가 들어선 것은 1982년 롯데쇼핑이 서울 약수동에 문을 연 점포가 처음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편의점이 대중적 붐을 일으킨 것은 1990년대 들어서다. 인기 드라마의 남녀 주인공이 편의점에서 라면과 김밥을 먹는 장면이 TV에 방영되면서부터다. 이때부터 편의점은 새로운 생활공간의 하나로 자리를 잡는다. 2017년도 집계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4만개가 넘는 편의점이 생겨났다고 하니 놀라운 변화다.편의점은 이름 그대로 편리함을 개념으로 도입된 소형 점포다. 연중무휴와 24시간 영업이 특징이다. 맞벌이 부부와 1인 가구의 증가와 같은 새로운 사회 현상과 더불어 지속적 성장을 한다. 다른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개설 비용 부담이 적어 자영업으로도 큰 인기를 모았다. 지금은 직장인 등 젊은층이 즐겨 찾는 휴식 공간으로 대중화된 셈이다.확산일로에 있던 편의점이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영향으로 지난해 2천 곳이나 문을 닫았다 한다. 인건비 부담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가 주원인이다. 이에 따라 편의점에서 일하던 알바 일자리도 한해동안 4만개가 사라졌다는 소식이다. 짬짬이 틈내 일하던 대학생과 저소득층 근로자의 일자리가 사라져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한계 근로자의 일자리를 되레 뺏어갔다는 비판도 나온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고용쇼크의 비명소리가 우리를 우울케 하는 연말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19-12-08

자살이란 사회 병리

사회 병리란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개인과 집단이 어떤 충격적 요소에 의해 질병을 앓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 질병의 사례는 빈곤, 실업, 계층간 대립, 범죄, 가정불화, 자살, 마약 등 수두룩하다.우리사회 체제나 구조가 지닌 모순으로 사회적 기능에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해법은 매우 어렵다. 1997년 말 IMF체제로 온 국민이 어려운 시절을 보낸후 한 통계에서 드러났다. 우리나라의 자살자가 처음으로 교통사고 사망자를 넘어선 것이다. 불경기라는 불행한 사회구조로 자살이라는 사회 병리가 국민의 한구석에 자리를 튼 것이다.자살은 어떤 이유로든 용납되지 않는다. 그것이 정치적 이유로든 연예인이 가지는 대중성 때문이든 용서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인간의 소중한 생명과 직결된 문제로 인간의 본성이 지닌 엄격한 도덕적 규율에도 어긋난다. 국가가 이런 문제에 적극 대처해야 하는 것은 국가 윤리에 관한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최근 우리사회에 빚어지는 연이은 자살 사건은 매우 충격적이다. 특히 젊은 연예인의 잇단 자살은 안타까움을 넘어 우리 사회에 대한 원망의 자책으로 되돌아온다. 뭔가 잘못된 사회 시스템을 꼬집고 싶지만 손에 잡히지 않는 문제라 더욱 곤욕스럽다.자살은 질병이고 전염이고 재발한다. 1년 전 죽은 사람을 아는 사람은 모르는 사람보다 자살할 가능성이 3.7배 높다는 조사가 있다. 괴테 작품에서 딴 베르테르의 효과가 이런 것이다.1962년 미국의 영화배우 ‘마릴린 먼로’의 죽음은 미국 내 큰 파장을 미쳤다. 그녀의 자살로 미국의 자살률이 12%까지 올라간 것이다. 우리 주변에 일어나는 자살의 사회병리 현상은 누가 고칠 것인가. 국가가 먼저 고민해야 할 문제다./우정구(논설위원)

2019-12-05

ESG투자

ESG 투자에서 ESG는 환경·사회·지배구조(Environment· Social·Governance)의 약자다. 기업의 재무적 성과뿐만 아니라 기업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같은 환경적 요소나 지배구조처럼 비재무적 성과를 고려하는 투자를 의미한다. 즉, 투자 의사를 결정할 때 ‘사회책임투자’(SRI) 혹은 ‘지속가능투자’의 관점을 기업의 재무적 요소들과 함께 고려하는 투자를 말한다. 사회책임투자란 매출이나 수익성외에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 가치와 지속가능성에 영향을 주는 ESG 등의 비재무적 요소를 충분히 반영해 평가한다. 기업의 ESG 성과를 활용한 투자 방식은 투자자들의 장기적 수익을 추구하는 한편, 기업 행동이 사회에 이익이 되도록 영향을 줄 수 있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기업과 투자자의 사회적 책임이 중요해지면서 세계적으로 많은 금융기관이 ESG 평가정보를 활용하고 있다. 영국(2000년)을 시작으로 스웨덴, 독일, 캐나다, 벨기에, 프랑스 등 여러 나라에서 연기금을 중심으로 ESG 정보 공시 의무 제도를 도입했다. UN은 2006년 출범한 유엔책임투자원칙(UNPRI)을 통해 ESG 이슈를 고려한 사회책임투자를 장려하고 있다.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국내 최대 기관투자가인 국민연금이 전체 자산군에 사회책임투자 원칙을 적용키로 하면서 ESG요소를 갖춘 착한 기업에 대한 투자가 전방위적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 지난 2016년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된 이후에 사회책임투자(SRI) 펀드의 순자산이 증가하고 펀드 개수는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착한기업에 대한 투자로 수익도 창출된다면 국민혈세로 조성된 기관투자가의 투자로서는 ‘일석이조’의 쾌거라 할 수 있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12-04

시네마의 책임

올해는 한국 영화 100주년 되는 해다. 한국 영화가 국민과 가까워지면서 100년 영화 역사에 대한 국민적 호응도 높았다. 때마침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해 한국 영화 100년사의 의미를 더 높여주었다. 한국영화 100주년은 1919년 10월 27일 단성사에서 상영된 ‘의리적 구토’를 기준점으로 한다. 이 영화는 당시 신파극단을 이끌던 김도산이 감독, 주연한 연쇄극이다.시네마토 그라프(Cinemato Graphe)는 1895년 프랑스의 뤼미에르 형제가 발명한 영화촬영 겸 영사기의 이름이다. 당시로는 특허를 얻을 만큼 획기적 발명품이었다. 그리스어 움직이다(Kinema)와 기록하다(Graphein)를 합성한 단어에서 따온 이름이나 시간이 지나 영화란 뜻의 시네마(Cinema)로 바뀐다.올해 한국 영화 관객이 사상 최다를 기록할 것 같다는 전망이다. 지난달까지 총 2억421만명을 기록했다. 연말까지 2억2천만명은 무난히 넘길 것이란 관측이다. 2013년 처음 2억명을 돌파한 이후 6년째 2억명 선을 유지한다. 영화가 왜 인기가 있을까 하는 점에 대해서는 관점에 따라 여러 가지 해석이 있다. 오락 기능으로서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과 접근성과 인프라 등이 좋다는 것. 그리고 팍팍한 현실 속에 초라해진 나를 위로해주는 카타르시스를 들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할 것은 100년을 맞는 우리 영화가 이제 예술성과 오락물의 차원을 넘어섰다는 것이다. 사회적 가치로서 영향력이 커졌다는 뜻이다. 영화 이후 나타나는 신드롬 현상이 이를 말한다. 어쩌면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으로 도약하고 있다고 봐야 할지 모른다. 관객의 높은 호응도만큼 책임감도 커진 것이 영화산업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19-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