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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포항 장성동 축산업체 ‘악취’ 논란⋯주민 의혹에 시 “장비 고장”해명

지난 21일 오전 포항시 북구 장성동의 한 주택가. ‘축산물 직판장’ 간판이 걸린 건물 주변에서 코를 찌르는 악취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인근 주민들은 “3년 전부터 시작된 이 악취 때문에 창문조차 열지 못한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제보자 A씨는 “해당 업체는 주로 밤마다 불을 켜놓고 작업을 이어왔다”며 “냉동고에서 폐기해야 할 정도로 부패한 고등어를 가져와 세척하고 조림용 등으로 장만하는 모습을 직접 목격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가공된 식재료가 어린이집이나 주요 공공기관 등 급식 시설로 납품되는 것 같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포항시와 북구청은 해당 업체가 정상적인 인허가를 받은 곳이라고 설명했다. 시에 따르면 이곳은 ‘식육포장처리업’ 및 ‘집단급식소 식품판매업’으로 등록된 업체다. 지육을 떼어와 포장해 납품하는 행위 자체는 법적 문제가 없다는 것이 시의 입장이다. 주민들의 민원으로 현장 조사를 실시한 시 관계자는 “최근 악취는 업주가 개인 사정으로 자리를 비운 사이 냉동고 모터가 고장 나면서 보관 중이던 육류가 부패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불법 납품 의혹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시 식품산업과 관계자는 “최근 부가가치세 및 세금계산서 발행 내역을 조회한 결과 관공서나 어린이집으로 공급된 기록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주민들이 주장하는 ‘3년 지속설’에 대해서도 “민원 접수 기록은 있으나 실제 행정 처분으로 이어진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논란이 된 업체는 최근 사업을 정리하고 폐업하겠다는 의사를 지자체에 전달한 상태다. 업체 측은 “최근의 야간 작업은 부패한 식재료를 정리하기 위한 과정이었다”며 관련 CCTV 자료를 시에 소명 자료로 제출했다. 포항시는 사업장 내부의 부패 식재료 폐기와 청소를 완료하도록 행정 지도했으며 이번 주 중 현장을 재방문해 조치 이행 여부를 점검할 방침이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6-04-26

봉화군수 선거 앞두고 ‘여론조사 조작 의혹’⋯30대 여성 검찰 고발

봉화군수 선거를 앞두고 특정 입후보예정자의 여론조사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금품과 식사를 제공한 혐의로 30대 여성이 검찰에 고발됐다. 경북 봉화군선거관리위원회는 24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A씨(30대·여)를 대구지방검찰청 안동지청에 고발했다. 선관위에 따르면 A씨는 지난 1월 지역의 한 식당에서 선거구민 3명에게 총 3만 5000원 상당의 식사를 제공하면서 봉화군수 선거 여론조사에서 입후보예정자 B씨를 지지해 달라고 요청한 혐의를 받고 있다. 1인당 식사 금액은 약 1만 1600원 수준이었다. 또한 A씨는 2월 중 B씨에게 제공할 목적으로 선거구민의 전화번호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전화번호를 제공한 주민 2명에게 각각 4만 원씩, 총 8만 원을 계좌이체로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함께 B씨는 A씨가 수집한 전화번호를 이용해 해당 유권자들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 여론조사 시 자신을 지지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선관위 관계자는 “이 같은 행위는 선거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중대한 위법 행위”라며 엄정 대응 방침을 밝혔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115조는 누구든지 선거와 관련해 후보자 또는 후보자가 되려는 사람을 위해 기부행위를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같은 법 제257조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선관위는 향후 유사 사례에 대해 지속적인 감시와 단속을 강화할 계획이다. /박종화·장은희기자

2026-04-24

몸무게·연봉 등 개인정보 다 털린 결혼 정보회사 ‘듀오’...서울경찰청 수사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24일 결혼정보회사인 듀오정보(듀오)에서 회원 약 43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건을 수사 중이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듀오 측이 지난해 2월 4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접수한 피해 신고를 이송받아 24일 현재까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관련 자료를 확보해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중심으로 유출 경로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경찰은 유출된 개인정보에 아이디, 비밀번호뿐만 아니라 생년월일, 주민등록번호, 성별, 이메일주소, 휴대 전화번호, 주소, 신장, 체중, 혈액형, 종교, 취미, 혼인경력, 형제 관계, 장남·장녀 여부, 학교명, 전공, 입학 연도, 졸업 연도, 학교 소재지, 입사 연월, 직장명, 연봉 등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모든 정보가 들어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또 듀오는 정회원 가입 과정에서 별도의 법적 근거 없이 주민등록번호를 수집·저장했으며, 개인정보처리방침에 명시된 보유기간(5년)이 지난 회원 정보 29만8566건을 파기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또 유출 사실을 인지하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72시간을 넘겨 신고를 지연했다. 정보주체에게 유출 사실을 통지하지 않는 등 2차 피해 방지 조치에도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한편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이 사건과 관련해 듀오에 과징금 11억9700만원, 과태료 1320만원을 부과하고, 개인정보가 유출된 회원에게 즉각 유출 사실을 통지하라고 명령했다. /최정암기자 am4890@kbmaeil.com

2026-04-24

고유가·보조금에 전기차 수요 폭증···포항 중고 전기차 시장은 ‘찬바람’

중동 전쟁으로 휘발유와 경윳값이 오르면서 포항시가 하반기 보급 물량을 상반기에 조기 공급할 정도로 전기차 신차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중고 전기차 수요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경북매일신문 취재진이 포항 북구 흥해중고자동차매매단지, 포항중고차일번지 중고차매매단지, 포항경북자동차상사, 포항오토파크를 비롯해 남구 Kcar포항직영점을 방문해 확인한 결과, 중고 전기차를 찾는 시민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요가 없다 보니 중고 전기차를 확보한 업체가 드물었다. 반면에 수요가 부족한데다 수출길마저 막힌 내연기관 중고차 물량만 쌓여있었다. 중고차 업체 운영자 A씨는 “예전에는 1주일에 10명 정도 방문했는데, 최근에는 1~2명 오면 많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현장 딜러들에 따르면, 최근 중고차 가격 흐름은 차종별로 엇갈린다. 내연기관 차량은 30만~100만 원가량 가격이 하락했지만, 전기차는 전국적으로 지난해보다 150만~200만 원 정도 상승한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포항에서는 전기차 매물 자체가 거의 유입되지 않고 있으며, 수요 부족으로 매물을 들여놓지 않는 상황이다. 구하려면 구할 수는 있지만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고, 대신 하이브리드 차량 수요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 구조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대 아이오닉5의 경우 보조금과 제조사 프로모션을 적용하면 신차 실구매가는 3300만~3500만 원 수준으로 형성된다. 중고차 시세는 3200만~3400만 원 선에 형성돼 있어 체감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 소비자 인식도 전기차 수요 위축 흐름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강현주씨(36·북구 흥해읍)는 “아파트에 충전시설이 없어 전기차 구매를 고려하지 않았다”고 했고, 장현민씨(45·북구 양덕동)는 “하이브리드차와 연비나 연료비를 비교했을 때 전기차가 크게 매력적이라고 느끼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편, 포항에서는 2011년 2대를 시작으로 2015년 58대, 2018년 352대로 증가한 후 2019년 900대, 2020년 1214대, 2021년 1949대, 2025년 5636대의 전기차가 등록돼 있다. 올해 3월에는 6469대로 늘어 3개월 동안 833대(약 14.8%) 증가했다. 글·사진 /김보규기자·김국진수습기자 kbogyu84@kbmaeil.com

2026-04-23

통계라는 이름의 족쇄⋯대게 어민 잡는 ‘계산기 행정’

“일찍 조업 접는 배 하나면 우리 몫이 다 날아갑니다” 23일 오전 포항시 남구 구룡포항. 대게잡이 어업인 A씨(50)는 총허용어획량(TAC) 제도<본지 4월 21일 1면·23일 3면 보도>를 두고 짧지만 무거운 한마디를 던졌다. 그가 말한 ‘우리 몫’은 국가가 어종별로 설정한 어획 한도인 TAC다. 해양 자원 보호를 위해 도입된 제도지만, 현장에서는 생계를 위협하는 규제로 작동하고 있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본지가 입수한 ‘TAC 배분량 배정 산정방법’에 따르면, 지역별 할당량 산정 시 최근 3년 평균 어획 실적이 80% 반영된다. 반면 어선 척수나 총톤수 등 실제 조업 능력은 20%에 그친다. 이 같은 구조는 어민들을 ‘연쇄 감산’의 굴레로 몰아넣는다. 자원 감소로 어획량이 줄어들면 당장 소득이 감소할 뿐 아니라 이 실적이 다음 해 할당량 산정에 반영돼 또다시 감축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실제 포항 지역 대게 근해자망 어선 12척의 할당량은 2024년 396t에서 올해 330t으로 1년 만에 66t(17%) 감소했다. 더 큰 문제는 줄어든 물량조차 효율적으로 배분되지 않는 데 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올해 전국 대게 TAC 780t 중 경북 배정량은 655t으로 약 84%에 달한다. 경북이 가장 많은 TAC량을 배분 받았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물량 가뭄’이 이어지고 있다. 원인은 지자체 간 할당량 조정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제도상으로는 시·군 또는 어선 간 할당량 이전(전배)이 가능하지만, 실제로는 복잡한 절차와 행정 장벽으로 활용이 되지 못하고 있다. A씨는 “조업을 하지 않는 배가 할당량을 보유하면 전체 평균이 낮아지고 정작 바다에 나가는 어민은 물량이 부족하다”며 “행정이 자원 활용보다 통계 관리에만 치중돼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자원 감소를 주요 원인으로 지목한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TAC 총량은 과학적 자원 평가에 따라 산정되며 할당량 감소는 특정 어선의 조업 여부보다 전체 자원량 감소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할당량 이전은 제도적으로 허용돼 있으나 운영 과정의 절차적 문제는 지자체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덧붙였다. 지자체도 대응에 나섰다. 포항시는 실조업 어선에 유리하도록 실적 가중치를 90%까지 상향하고 1월 말 기준 할당량의 50%를 채우지 못한 경우 잔여 물량의 절반을 회수해 재배분하는 제도를 시행 중이다. 하지만 한계는 뚜렷하다. 포항시 관계자는 “타 시·군의 남는 물량을 확보하려 해도 절차가 까다로워 지자체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경북도 역시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도 관계자는 “포항시의 요청을 수용해 앞으로는 시·군 간 경계를 넘어 도내 전 지역에서 할당량이 유연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규정을 적극적으로 운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6-04-23

낮에는 메스, 밤에는 펜⋯두 명의 삶을 사는 사내

내과 의사의 손은 차가워야 한다. 청진기 너머 들려오는 숨소리 뒤에 숨은 질병의 징후를 포착하고 냉정한 진단명을 내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퇴근 후 그 손이 펜을 잡으면 풍경은 달라진다. 타인의 고통을 진단하던 손은 어느덧 삶의 행간을 어루만지는 문장을 써 내려간다. 지난 20일 오후 포항시 북구 양덕동의 한 골목에서 진료실과 서재라는 두 세계를 오가는 사내를 만났다. 내과 개원의이자 2017년 등단한 소설가, 출판사 ‘득수’ 대표이며 문학 전문 독립서점 ‘책방수북’의 주인장인 김강(54) 작가다. 김강에게 진료실은 철저한 전문가의 공간이다. 그는 “진료를 잘하는 의사와 친절한 의사 중 고르라면 나는 주저 없이 전자를 택한다”고 말한다. 생명을 다루는 현장에서 타협 없는 정확함이 최우선이라는 신념이다. 이러한 전문가적 엄격함은 그의 문학관에서도 이어진다. 그는 최근 문단에 범람하는 재난과 사고의 즉각적인 소설화를 경계한다. “사건이 우리 시대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소화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그의 말은 타인의 고통을 문학적 장치로 소비하지 않겠다는 작가적 태도다. 그가 2021년 책방과 출판사를 동시에 연 배경에는 지역 작가로서 체감한 현실적 장벽이 자리한다. 첫 소설집 발간 과정에서 겪은 고충을 통해 “나도 이렇게 힘든데 남들은 오죽할까”라는 마음으로 직접 문학의 정거장을 세우기로 했다. ‘책방수북’은 소설가·의사·출판인이 한데 모인 다중역할이 빚어낸 공간이다. 온라인 서점과는 다른 대면의 대화와 만남을 중심에 둔 결과, 3년 만에 참여 작가 100여 명, 회원 1000명을 넘어서며 포항의 문학 아지트로 자리 잡았다. 최근 그는 취재 여행 중 돌연사한 청년 작가(故 홍기훈)의 유고집 발간을 위해 텀블벅 펀딩을 진행하고 있다. 고인을 상업적으로 이용하고 싶지 않다는 그는 담담하게 그와 약속했던 원고들을 정리해 세상에 내놓을 준비를 마쳤다. 슬픔을 팔지 않고 문장을 지키려는 그의 태도에서 문학을 대하는 자세가 읽힌다. 그의 문장은 차가운 지성과 감성이 조화된 관찰자를 닮았다. 조급해하는 후배들에게 “삶이 익어가는 연한을 기다리라”고 건네는 조언은 본인이 견뎌온 시간의 증명이다. “책방에 앉아 있으면 힐링이 된다”며 웃는 그에게서 의무감이 아닌 즐거움으로 일궈낸 공간의 힘을 본다. 몸의 병은 진료실에서 마음의 허기는 양덕동 골목 끝 책방에서 채우는 그의 이중생활이 포항의 문학을 일궈내고 있다. 글·사진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6-04-23

울진·영덕·봉화, 산불재난 국가위기경보 ‘주의→경계’ 상향

산림청은 22일 오후 6시부로 경북 울진, 영덕, 봉화 지역과 강원도 전체 지역에 대해 산불재난 국가위기경보를 ‘주의’에서 ‘경계’ 단계로 상향했다고 밝혔다. 현재 강원 영동 및 경북 동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건조 특보가 발효 중이며, 평년보다 높은 기온으로 산불 위험이 커짐에 따라 산불재난 국가위기경보 단계를 상향하게 됐다. 산림청은 산불재난 국가위기경보 단계 상향에 따라 전남 담양 및 경북 김천·영천 지역의 산림 헬기를 강원 강릉·정선 및 경북 울진 지역으로 전진 배치해 산불에 신속하게 대응할 계획이다. 또, ‘경계’ 단계가 발령된 지역의 산림재난방지기관에서는 소속 공무원 6분의 1 이상을 비상대기시키고, 산불 발생 취약 지역에 감시 인력을 증원하는 등 산불 대비 태세를 더욱 강화할 예정이다. 특히 지방정부에서는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하여, 산불 발생 시 산불 진화, 주민 대피 등 철저하게 대응할 계획이다. 금시훈 산림청 산불방지과장은 “고온 건조한 날씨로 산불 위험이 매우 큰 상황이다.”라며, “조그마한 불씨가 대형 산불로 확산할 수 있으니 국민 여러분께서는 산불 예방을 위해 산림 및 인접 지역에서 화기 사용, 불법소각 등 위법 행위를 삼가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배준수기자 baepro@kbmaeil.com

2026-04-22

7년 키운 ‘9cm’ 지키려 손발 묶였는데⋯규제 없는 수입산에 안방 내준 어민들

“9㎝ 대게 한 마리를 잡으려면 바다에서 7년을 기다려야 합니다. 우리는 그 긴 세월을 참고 법을 지키는데 수입산은 치수 미달도 합법이라니. 조업 나갈수록 빚만 쌓입니다” 지난 21일 오후, 포항시 남구 구룡포항에서 만난 60년 경력의 어부 최주호 씨(78)는 텅 빈 갑판 위에서 한숨을 내쉬었다. 16세에 배를 탄 이래 지금이 가장 힘들다는 최 씨의 호소는 법을 준수하는 어민만 손해를 보는 구조적 ‘역차별’<본지 4월 21일자 1면 보도> 때문이다. 국내 수산자원관리법상 대게는 코끝부터 등딱지 뒤까지 잰 갑장(甲長)이 9㎝ 이상인 수컷만 포획할 수 있다. 대게가 이 크기에 도달하려면 심해에서 7년을 성장해야 한다. 알을 품은 암컷 대게 일명 ‘빵게’ 포획 금지와 더불어 9㎝ 치수 제한은 어민들이 자원 보호를 위해 인내하며 지켜온 마지노선이다. 단 한 마리라도 이 기준에 못 미치면 어민은 즉각 범법자로 몰린다. 하지만, 이 기준은 수입산 대게 앞에서 무력해진다. 일본이나 러시아 등에서 들어오는 수입 대게는 국내 유통 시 ‘수산자원’이 아닌 ‘식품’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국내산이라면 포획 자체가 불법인 7~8㎝급 어린 대게와 암컷 대게가 ‘수입 식품’으로 둔갑해 합법적으로 식탁에 오른다. 7년을 기다려 법을 지킨 국산 대게가 규제 없는 수입산의 저가 공세에 밀려 제값을 받지 못하는 배경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울진·영덕·구룡포 연안 어민들의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다. 동해안 수심이 얕은 연안에서 잡아 올리는 ‘연안대게’는 최상급 박달대게보다 크기는 작아도 단맛이 진하고 부드러워 서민들이 가장 즐겨 찾는 대표적 실속형 수산물이다. 박달대게를 찾기 부담스러운 대중 소비층을 지탱하며 연안 어업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최근 치수 제한 없이 쏟아지는 저가 수입 대게가 이 시장을 직격했다. 정성윤 구룡포근해자망통발선주협회장은 “연안대게의 주 소비층이 규제 없는 수입산으로 대거 이동했다”며 “가격 경쟁 자체가 안 되니 어민들은 죽을 맛”이라고 성토했다. 경북도에 따르면 연간 국내로 쏟아지는 수입 대게는 약 8000t 규모다. 반면 2025년 7월~2026년 6월 경북 전체에 배정된 TAC 물량은 고작 655t(포항 330t, 영덕 175t 등)에 불과하다. 현장에서는 수입산의 무분별한 허용이 국내 불법 포획까지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식당 수족관에 수입산 어린 대게들이 합법적으로 깔리다 보니 일부 업자들이 국내산 치수 미달 포획물을 수입산으로 둔갑시켜 파는 ‘세탁 유통’의 통로로 악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 씨는 “9㎝ 이하 어린 대게가 수입산과 섞여 있는데 정부가 이걸 방치하는 건 불법을 가르치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기형적 규제를 방치해온 정부도 뒤늦게 제도 개선에 착수했다. 경북도 해양수산과 관계자는 “해양수산부로부터 지난 21일 ‘수산물 유통의 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에 대한 의견 수렴 공문을 받았다”며 “그간 보호 자원이 수입되는 순간 ‘식품’으로 분류돼 규제 사각지대에 놓였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 입법 절차의 시작은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의원 발의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련되도록 도 차원에서도 적극적인 의견을 개진하겠다”고 덧붙였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6-04-22

포항해경, 수중레저 안전관리 ‘키’ 잡았다⋯23일부터 업무 공식 개시

포항해양경찰서가 23일부터 수중레저 안전관리 업무를 공식 개시하며 본격적인 현장 안전 행보에 나선다. 이번 업무 개시는 지난해 4월 22일 공포된 ‘수중레저활동의 안전 및 활성화에 관한 법률(수중레저법)’ 개정안에 따른 조치다. 1년간의 준비 기간을 마친 해경은 해양수산부로부터 관련 업무를 공식 이관받아 즉각적인 관리 체계에 돌입하게 된다. 앞으로 해경은 △수중레저사업 등록 및 변경 △사업장 안전점검 △수중레저 안전관리 등 핵심 업무를 수행한다. 실효성 있는 관리를 위해 수중레저활동 금지구역 지정 등 일부 사무는 시장·군수·구청장과 공동으로 수행하며 빈틈없는 안전망을 구축할 방침이다. 현장 행정도 속도를 낸다. 업무 개시 첫날부터 전국 수중레저사업장을 대상으로 안전점검 체계를 가동하고 사업 등록 및 변경 신고 접수를 시작한다. 특히 사고 예방과 안전문화 정착을 위한 현장 교육 및 홍보 활동을 병행하여 단순 행정을 넘어선 실질적인 안전 확보에 주력할 계획이다. 이근안 포항해양경찰서장은 “해양경찰이 가진 독보적인 현장 대응력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수중레저를 즐기는 국민 한 분 한 분의 안전을 철저히 지켜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6-04-22

23명 사망 아리셀 대표 항소심, 징역 15년→4년으로 감형

지난해 6월24일 경기도 화성 일차전지업체 아리셀 공장 화재로 23명의 사망자가 발생,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던 회사 대표 박순관씨가 항소심에 대폭 감형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수원고법 형사1부(신현일 고법판사)는 22일 박씨 등의 중대재해처벌등에 관한 법률(산업재해치사)·파견법·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 항소심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앞서 1심은 박 대표에게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기소된 사건에서 내려진 최고 형량인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지난달 27일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박씨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한 바 있다. 항소심은 또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기소된 박씨 아들 박중언 아리셀 총괄본부장에게 징역 15년 및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7년에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 화재로 23명이 사망하고 9명이 상해를 입어 그 결과가 매우 중하다“면서도 “다만 박순관이 아들에게 아리셀 업무 중 상당 부분을 맡긴 이유에는 경영상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중처법이나 파견법상 책임을 면탈할 목적이 있었다고 볼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최정암기자 am4890@kbmaeil.com

2026-04-22

민노총 포항지부, 포항 철강산단 ‘그린 메탈·수소 클러스터’ 전환 촉구

포항의 노동단체가 철강산업단지를 ‘그린 메탈·수소 클러스터’로 재편하고, 산업·일자리 전환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탈탄소 전환 압박, 글로벌 철강 공급 과잉과 고율 관세, 중국의 자급률 확대와 저가 공세라는 삼중고가 결합된 복합적이고 구조적인 위기를 극복하고,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 시행 등 근본적인 체질 개선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민노총 포항지부는 22일 오전 10시 포항시청 브리핑룸에서 ‘산업위기 극복과 그린철강·정의로운 전환 특구 지정 모색’을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고 이런 입장을 밝혔다. 송무근 민노총 포항지부장은 “포항의 상황은 일시적 경기 침체가 아니라 구조적 산업 전환 국면”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기존 생산 방식으로는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며 “수소환원제철 기술의 조기 실증과 상용화, 그린수소 인프라 구축을 통한 산업 구조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동단체는 주력 산업의 체질을 완전히 바꾸는 구조적 산업 전환기임을 강조하고, ‘그린 메탈&수소 클러스터’로 재편할 것을 제안했다. 수소환원제철의 핵심 원료인 그린 수소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 대규모 수전해 시설, 수소 저장 및 운송 터미널 등 그린 수소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구축하고, 철강 생산과 친환경 에너지 인프라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복합 클러스터는 포항을 글로벌 그린 철강 시장의 메카로 탈바꿈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산업의 대전환이 어느 한 주체의 힘만으로는 절대 불가능하다고 지적한 노동단체는 산업·일자리 전환 거버넌스를 즉각 출범시켜 포항을 ‘정의로운 전환 특별지역’으로 지정해 범국가적 차원의 재정 지원과 고용 대책을 끌어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과 혜택이 공정하게 분배될 때 비로소 포항의 재도약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보탰다. 신명균 금속노조 포항지부장은“산업 전환 과정에서 비용이 하청과 비정규직에 전가되는 ‘조용한 해고’를 막고, 대기업이 고용 안정과 산업 안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민주노총 포항지부는 ‘K-스틸법’ 개정을 상반기 중 국민청원 방식으로 추진하고, 4~5월에는 노정교섭 단위를 활용해 고용위기 선제대응지역 기간 연장 탄원에 나설 계획이다. 또, 정의로운 전환 특구 지정을 위한 특별법 제정과 법·제도 정비를 통해 부처 간 정책을 연계하는 ‘통합지원 특례’를 마련하고, 산업 전환과 고용 유지가 동시에 작동하는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글·사진 /김보규기자·김국진 수습기자 kbogyu84@kbmaeil.com

2026-04-22

영덕군 남정면 구계리 10년만에 풍어제

영덕군 남정면 구계리 풍어제가 지난 17∼19일까지 성대하게 열렸다. 마을 어민들이 중심이 되어 치른 이 마을 풍어제는 10년 만에 개최돼 의미를 더했다. 구계리는 영덕군내에서도 고기가 잘 잡히는 으뜸 해안 동네다. 동민들과 어민들은 이번에 사흘에 걸쳐 정성들여 제사 음식을 준비하고 제례를 올리며 올 한해 안전한 조업과 풍요로운 어획, 마을의 안녕과 화합을 기원했다. 특히 이번 구계리풍어제에서는 당주(當主)를 이 마을 출신으로 충남 공주 계룡산 인근에서 활동하고 있는 치국산 나라굿당 허경연 대무당(태백산보살)이 직접 맡아 집전, 고향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관련 분야에서 이름이 널리 알려진 허 보살은 3일 내내 시퍼런 칼날의 12작두에 올라서 구계어민들의 풍어는 물론 동민들의 힘든 일들이 술술 잘 풀리길 혼신을 다해 축원했다. 마을 주민들은 고향 출신의 아낌없는 무대에 박수갈채로 화답했다. 풍어제가 진행되는 기간에 행사장에는 강구 등 영덕군민과 인근 외지인 등 2천여 명 찾아 구계리 주민들과 마음을 나누며 즐겼다. 허준영, 강봉진 구계리풍어제 공동추진운영위원장은 “동민들과 어민들이 함께 마음을 모으고 십시일반 도와줘서 이번 행사가 성황리에 마무리된 것에 대해 감사드린다”면서 이번 풍어제의 기운이 다음 풍어제때까지 이어져 만선은 물론 마을에 항상 좋은 일만 가득하길 빌고 염원했다고 전했다. /박윤식기자 newsyd@kbmaeil.com

2026-04-21

전국 농민·농축협 조합장 2만여 명, 여의도에서 ‘농협 자율성 수호 농민 결의’

서울 여의도 국회 앞이 21일 오후 농민들의 함성으로 가득 찼다. 전국 농축협 조합장과 농민 약 2만 명이 ‘농협 자율성 수호 농민 결의대회’를 열고 정부의 농협법 개정안에 강력히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날 참석자들은 결의문을 통해 △농협 자율성 침해하는 관치 감독 중단 △법적 안정성 해치는 독소조항 폐기 △자회사 지도·감독권 존치 △비효율적 감사 기구 신설안 철회 △중앙회장 직선제 변경 시도 중단 등 5대 요구사항을 채택했다. 이날 결의대회의 배경에는 최근 전국 조합장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가 있다. 조사에 따르면 96.1%가 중앙회장 직선제 도입에 반대했으며, 농식품부 직접 감독권 확대(96.8%), 외부 감사기구 설치(96.4%) 등 주요 쟁점에서도 압도적인 반대 의견이 확인됐다. 이는 정부의 개혁 방향이 농협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현장의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농업 단체들도 이날 연대 성명을 통해 “농협에 대한 과도한 규제와 통제는 농업인 지원 사업 축소와 농가 경영 부담 가중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끝까지 투쟁할 뜻을 밝혔다. 박경식 공동 비상대책위원장은 “전국 농민들이 생업을 뒤로하고 국회 앞에 모인 것은 농협 자율성 상실이 곧 농업의 위기로 직결된다는 절박함 때문”이라며 “이번 농협법 개정은 개혁이 아닌 개입”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속도전식 입법이 아닌 충분한 논의와 공론화를 통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오늘 2만여 명의 결집은 농협 자율성 수호를 위한 현장의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농협의 주인은 정부가 아닌 조합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현장에서 낭독한 결의문을 국회와 농림축산식품부에 전달할 예정이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6-04-21

[지구의 날] 10년째 버려진 것에 가치 입히는 포항시민 하은희씨

커피 찌꺼기로 비누 만들고, 해변에 버려진 유리와 플라스틱은 액자와 조명으로 바꾼다. 와인병을 눌러 접시나 생활 소품으로 활용한다. 포항시민 하은희씨(56)는 10년째 이런 방식을 실천하고 있다. 지구 환경오염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자연보호자들이 제정한 지구의 날(22일)을 하루 앞둔 21일 만난 하씨는 “버려지는 폐소재에 디자인과 쓰임을 더해 더 높은 가치로 바꾸는 게 업사이클”이라며 “직접 만들어보면 버리던 것을 재료로 보게 된다”며 활짝 웃었다. 폐차장이 계기가 됐다. 녹슨 철과 금속 사이에서 다시 쓸 수 있는 가능성을 알아본 하씨는 그때부터 버려진 것들을 다르게 보기 시작했다. 유리병과 플라스틱, 커피 찌꺼기 등으로 재료의 범위를 넓혔다. 2021년 개봉한 해양 다큐멘터리 ‘씨스피라시’를 보고 해양환경에 대해 눈을 뜬 하씨는 해양쓰레기를 업사이클해서 일상생활 속에서 소비하고 순환할 수 있는 작업에 천착하고 있다. 2022년 태풍 힌남노 이후부터 포항지역 해변을 돌며 해양쓰레기를 직접 수거해 바다가 토해 놓은 것들 속에서 다시 쓸 수 있는 재료를 찾는다는 하씨는 “그게 바다의 통증이자 언어다”라고 말했다. 소비 방식도 달라졌다. 새 제품보다 기존 자원을 오래 쓰는 법을 먼저 고민한다. 덕분에 버려지는 모든 소재를 재료로 보게 되면서 물건을 쉽게 버리지 못하게 됐고, 버리기 전에 어떻게 다시 쓸 수 있을지 먼저 생각하게 됐다. 하씨는 “카페에서 모은 커피 찌꺼기로 비누 만들어 쓰면서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와 합성세제 사용을 줄이면, 그만큼 미세플라스틱과 화학물질의 바다 유입도 줄일 수 있다”면서 “재료를 함께 모으는 과정부터 참여가 시작되고, 쓰레기가 사람을 이어주면서 바다와 도시를 연결한다”고 밝혔다. 하씨는 오는 9월 세계 자원순환의 날을 맞아 ‘땅바닥 미술관-껌딱지 그림 캠페인’을 준비 중이다. 포항시 북구 중앙동 길바닥에 눌어붙은 껌 위에 포항 시화인 장미꽃을 그리고, 한 달간 전시한 뒤 함께 제거하는 방식이다. 중앙동 원도심을 중심으로 학생들이 참여해 포항 전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그는 “아무렇지 않게 버려진 껌 하나부터 줄여보자는 취지”라며 “직접 참여하면 거리도 정리되고 버리는 습관도 돌아보게 된다”고 말했다. 하씨는 “환경을 바꾸는 힘은 결국 소비자에게 있다”며 “제품이 만들어지고 버려지는 과정까지 따져 선택하면 기업도 바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커피 찌꺼기 비누 하나, 해변에서 쓰레기 한 개를 줍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며 “그런 실천이 쌓이면 도시와 바다도 달라진다”고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김보규기자 kbogyu84@kbmaeil.com

2026-04-21

“나갔다 하면 다 죽어 돌아온다”⋯꿀벌 떼죽음 부른 ‘4월의 저주’

지난 16일 오전 포항시 북구 청하면의 한 양봉장. 30년 베테랑 양봉인 임현수 씨(60)가 벌통 하나를 열었다. 평소라면 ‘잉잉’ 대는 날갯짓 소리와 함께 쏟아져 나와야 할 벌들이 보이지 않았다. 대신 입구엔 날개가 쪼그라든 벌 몇 마리만 힘없이 바닥을 기어 다녔다. 임 씨는 “이게 다 이상기후가 설계한 거대한 덫”이라며 짧은 한숨을 내뱉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4~6월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확률은 80%에 달한다. 북대서양 해수면 온도가 변하는 ‘양의 삼극자 패턴’이 만든 결과다. 이 ‘비정상적인 초여름’은 꿀벌들에게 치명적인 유혹이 됐다. 낮 기온이 27도까지 치솟아 채밀에 나섰던 벌들이 밤사이 기온이 급락하면 근육이 굳어 벌통으로 돌아오지 못한 채 폐사한다. 임 씨는 “따뜻한 날씨에 속아 나갔다가 길에서 죽는 ‘객사(客死)’ 꼴”이라고 했다. 생태계의 균열은 천적의 역습으로 이어졌다. 이른 고온은 ‘꿀벌응애(진드기)’의 번식 시계를 한 달이나 앞당겼다. 응애가 매개하는 ‘날개불구바이러스’ 탓에 날지 못하는 기형 벌이 급증했다. 여기에 중동 사태 장기화로 석유화학 계열 원자재 물가가 폭등하며 농민의 숨통을 조인다. 나무 벌통(83%↑), 꿀병(100%↑) 등 자재 가격은 1~2년 사이 두 배로 뛰었다. 임 씨는 “자재비만 ‘더블’이 됐다. 꿀 한 병 팔아봐야 벌통 하나 못 산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현 상황을 ‘이상기후가 설계한 구조적 재난’으로 규정한다. 정철의 국립경국대 식물의학과 교수(3P 화분 매개 중점연구소장)는 “2~3월 저온 뒤 4월 이상고온이 닥치면 겨울벌이 조기 육아 노동에 투입돼 급격히 노화한다”며 “수명이 단축된 벌이 귀환하지 못하고 폐사하는 ‘총감(總減) 현상’이 핵심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정 교수는 특히 고장 난 개화 시계가 양봉 산업의 근간을 흔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개나리·벚꽃 등이 한꺼번에 피는 ‘계절적 불일치’로 채밀 기간이 반토막 났다”며 “전국을 돌며 네 차례 채밀하던 이동 양봉이 이제는 두 번도 힘든 실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천적 응애의 번식으로 ‘날개불구바이러스’가 창궐한 것은 생태계 면역력이 무너진 증거”라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성주 참외, 안동 딸기 등은 꿀벌 없이는 생산이 불가능하다”며 “화분매개에 의존하는 농업 가치가 연간 6조 원을 상회하는 만큼 이를 식탁 안보와 지역 경제를 뒤흔드는 중대한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6-04-21

우리복지시민연합 "선거법 개정안, 기득권만 유지한 생색내기"

우리복지시민연합이 최근 국회를 통과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대해 “정치적 다양성과 비례성 개선이 빠진 채 거대 양당의 기득권만 유지한 생색내기 개편”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복지연합은 21일 논평을 통해 “대구·경북 시·도민들이 요구해 온 민의의 비례성 확대와 정치 다양성 확보 기대를 저버린 기만적 결과”라고 강조했다. 특히 기초의원 중대선거구제 시범 실시 지역이 일부 확대된 점은 인정하면서도, “풀뿌리 민주주의의 핵심인 광역의회 중대선거구 도입이 무산된 것은 심각한 후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대구시의회와 경북도의회의 구조적 문제도 짚었다. 특정 정당이 의석을 독식하는 구조 속에서 집행부에 대한 견제 기능이 약화됐으며, “사실상 집행부의 하수인이라는 비판까지 받아온 상황에서 제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또 이번 개정안이 광주 지역에 한해 광역의회 중대선거구제를 시범 도입하기로 한 데 대해 “여야 거대 양당이 지역별 정치 지형을 고려해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타협의 산물”이라며 “정치개혁이 아닌 정치적 담합의 결과”라고 비판했다. 비례대표 확대 폭이 제한적인 점도 도마에 올랐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비율이 기존 10%에서 14%로 소폭 상향된 것과 관련해 “극심한 표의 왜곡을 해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단순 수치 조정이 아니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등 근본적 개편이 필요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인구 미달 지역의 독자 선거구 유지에 대해서는 “지역 대표성 차원에서 불가피한 측면은 있다”면서도 “표의 등가성 문제를 심화시켜 유권자들의 정치적 효능감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복지연합은 “이번 합의는 정치적 다양성을 압살하고 기득권 안주를 선택한 결과”라며 “다가오는 지방선거가 또다시 특정 정당의 독식 구조로 치러질 경우 그 책임은 민의를 외면한 국회와 거대 양당에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진정한 지방자치와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서는 승자독식 선거제를 혁파하고 다양한 시민의 목소리가 의회에 반영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비례성 강화 방안을 즉각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황인무기자 him7942@kbmaeil.com

2026-04-21

“국산은 규제 족쇄, 수입산은 무사통과”⋯역차별에 우는 대게 어민들

“국내 어민들은 자원 보호 명목으로 손발이 묶였는데 수입업자들은 아무 제약 없이 물량을 쏟아내며 시장을 흔들고 있습니다” 지난 19일 오전 영덕 강구항에서 만난 52t급 어선 선주 이재복 씨(55)는 텅 빈 갑판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씨의 배에 할당된 올해 총허용어획량(TAC)은 59t. 매년 11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약 반년간 이 한도 안에서만 조업이 허용된다. 1999년 도입된 TAC는 수산자원 보호를 위한 엄격한 잣대다. 배분량을 초과하거나 암컷 대게(빵게)를 포획하면 조업정지 등 행정처분은 물론 형사처벌까지 감수해야 한다. 문제는 수입산 대게가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자국 배타적경제수역(EEZ) 내 자원 보존 의무를 규정한 국제 협약에도 불구하고 수입산 대게는 국내 유통 시 ‘수산자원’이 아닌 ‘식품’으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국내산은 엄격히 금지된 규격이나 종류도 수입산이라면 아무런 제약 없이 반입·유통되는 실정이다. 이 씨는 “일본은 자국 쿼터의 15%까지 암컷 조업을 허용하는데 이것이 한국에 들어오면 ‘합법적 식품’으로 둔갑한다”며 “국내산 암컷은 잡기만 해도 ‘벌금 폭탄’인데 수입산 암컷은 시내 수족관마다 가득 차 있는 황당한 역차별이 벌어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허술한 관리 체계에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 이 씨는 “제도는 거창하지만 현장 관리 인력이 없어 전화로 통계나 확인하는 수준”이라며 “우리 어획량은 1t 단위로 깐깐하게 체크하면서 수입 물량은 신고만 하면 통과시키는 게 무슨 관리냐”고 반문했다. 어민들은 수입산이 국산으로 둔갑하는 것을 막기 위해 스스로 자구책까지 마련했다. 근해선주협회 명의의 브랜드 인식표(고리) 색깔을 매년 바꿔가며 부착하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이 씨는 “브랜드 도용 업체를 어민들이 직접 찾아내 고발하며 스스로 국산의 가치를 지키고 있는 꼴”이라고 전했다. 경영 환경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10만 원대였던 면세유 가격은 현재 17만 원 선으로 치솟았다. 선원 10여 명을 연중 고용하는 이 씨는 반년 조업으로 1년 치 비용을 벌어야 하는 구조에서 가파른 원가 압박까지 감당해야 한다. 여기에 기후변화로 지난 56년간 동해 표층 수온이 1.9℃ 오르면서 연근해 어획량은 1980년대 연간 151만t에서 2020년대 91만t으로 급감했다. 행정당국도 이 같은 역차별 구조를 인정하면서도 법적 권한의 한계를 토로했다. 경북도 해양수산과 관계자는 “수입 대게는 식품으로 분류돼 들어오다 보니 유통 이력 관리를 제외하면 지자체 차원에서 제한할 장치가 전무하다”며 “국내법이 엄격한 만큼 수입산에 대해서도 형평성 있는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점에 깊이 공감한다”고 밝혔다. 이어 “현장의 애로사항을 바탕으로 수입 쿼터제나 규격 제한 등 실효성 있는 가이드라인 마련을 중앙정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있다”며 “어민들과의 소통을 통해 실질적인 대책이 정책에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6-04-20

국내 코로나19 증가 우려…방영당국 백신 접종 당부

방역당국이 새로운 코로나19 바이러스 변이 확산이 우려되고 있어 고위험군의 백신 접종을 당부했다. 질병청은 20일 정례 브리핑에서 코로나19 'BA3.2' 변이를 포함해 전체 발생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질병청에 따르면 BA3.2 변이는 새로 등장한 게 아니라 2024년 11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처음 출현했다가 당시 다른 변이 발생으로 인해 사라진 후 최근에 발생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된다. BA3.2 변이를 포함해 최근 몇 년간 등장한 코로나19 변이는 모두 오미크론의 '후손'으로 볼 수 있는 아형이어서 완전히 새로운 돌연변이로 볼 수는 없다는 게 질병청의 설명이다. 질병청은 BA3.2 변이는 시중에 있는 키트로도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으며 WHO(세계보건기구)에서도 현재 접종 중인 백신 효과가 유효하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 해당 변이가 면역 회피 능력을 키운 탓에 코로나19 발생이 일부 늘어날 수 있는 만큼 국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질병청 관계자는 "국내 코로나19 상황은 지난해 10월 이후 안정적인 편이고, 전년 동기 봄철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라면서도 "현재 발생 상황을 보면 향후 4주간 소폭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므로 고위험군은 반드시 백신을 접종해달라"고 당부했다. 현재 65세 이상 노인, 면역저하자 등 코로나19 고위험군은 코로나19 백신을 무료로 접종할 수 있다. 기간은 오는 6월 30일까지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6-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