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측은 일단 부인하고 있지만 국내 철강업계의 역학구도에 따라 포스코강판의 동국제강그룹으로의 매각설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데다 포철산기와 포철기연의 합병도 연말을 전후해 본격화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국내 일부 언론은 포스코가 포스코강판을 동국제강 계열사인 유니온스틸에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포스코측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포스코강판이 통화옵션 상품인 키코(KIKO)에 가입했다가 수백억원의 적자를 보고 있는 상황과 과포화 상태인 국내 강판시장에 대한 선제적 구조조정에 포스코가 본격 나서고 있다는 관측이 업계에 퍼져 있기 때문에 추이가 주목되고 있다.
열연강판 시장의 경우 올해 전기로를 준공한 동부제철이 뛰어든 데다 현대제철도 올 연말 내부 용적 5천250㎥ 크기의 충남 당진 1고로를 완공, 생산량이 늘 것으로 보여 가격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 경우 포스코로서는 포스코강판을 넘기는 대신 유니온스틸과 열연강판에 대한 장기 구매 계약을 체결하는 방안을 논의할 수도 있다. 유니온스틸은 아연도금강판, 알루미늄 도금강판, 컬러강판 등 연간 200만t 규모의 제품을 생산하는 업계 3위 업체이며, 업계 4위인 포스코강판도 연간 100만t 규모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어 두회사가 합병될 경우 현대하이스코, 동부제철 등에 이어 매출 규모 2조원대의 회사가 탄생하게 되며 포스코측으로서는 전략적제휴관계에 있는 유니온스틸과의 윈-윈전략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와 동국제강은 2007년 4월 포스코강판과 유니온스틸의 지분을 각각 9.8%씩 맞교환하고 전략적 제휴를 맺었으며 같은 해 12월 연간 40만t 규모의 열연강판 위탁 가공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기술 제휴 등으로 제휴 범위를 확대해오고 있다. 여기에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이 12일 하이닉스반도체의 이천공장을 전격 방문한 것과 관련해서도 인수설이 불거져나왔다.
포스코와 하이닉스 측은 “인수를 검토한 바 없다. 정 회장의 방문은 의례적인 답방”일 뿐이라며 부인했지만, 매각이 추진중인 하이닉스의 주요 인수후보자 가운데 포스코가 중심에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 역시 향후 추이가 주목되고 있는 부분이다.
하이닉스는 12일 시장에서 인수 후보자로 거론된 포스코를 새 주인을 맞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기대감이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또한 대형 화주의 해운업 진출 문제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물동량이 연 7천900만t에 달하는 포스코는 이중 10% 가량을 담당했던 대우로지스틱을 인수해 해운업 진출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6월말 현재 6조원에 달하는 현금성자산을 보유한 포스코는 스테일리스 생산업체 대한ST를 인수했고, 최근에는 베트남 철강회사인 `아시아 스테인리스`를 사들이기도 한데다 정준양 회장이 최근 멕시코 자동차강판공장 준공식에 참여해 “올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가 M&A 적기”라면서 “대우건설도 매물로 나온만큼 지켜보고 있다”고 언급한 점 등을 감안하면 출자회사를 포함한 국내외 M&A를 본격화하려는 시도로 업계는 받아들이고 있다.
/이창형기자 chlee@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