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런 정도의 KTX 운행 사고는 요즘 뉴스거리도 되지 못한다. 하루가 멀다 할 정도로 꼬리를 물어, 올해 들어 고장으로 멈춰선 경우만 9일 현재 27건에 달한다. 특히 국산기술로 개발된 KTX-산천이 더 자주 말썽이다. 작년 3월 상업운전을 시작한 이후 41차례나 고장을 일으켰다. 이러다 보니 최고 시속 305㎞의 KTX가 대형 사고를 낼 뻔한 상황도 여러 차례 있었다. 지난 2월11일 서울행 KTX가 광명역 인근 터널 안에서 탈선한 사고가 바로 그랬다. 어이없게도 선로전환 컨트롤박스의 7㎜ 너트가 하나 풀린 것이 원인이었다. `에러 신호`를 무시한 채 열차를 몬 기관사의 안전불감증도 한 몫을 했다. 4월4일 국내 최장의 금정터널 내 상행 선로에 KTX가 멈춰섰던 것도 돌이켜보면 매우 위험했다. 같은 날 목포행 KTX는 서울 한강철교 위에서 갑자기 멈춰섰다. `사고열차`라는 KTX의 오명이 국민의 뇌리에 각인된 하루였다.
빗발치는 비난 여론에 떠밀린 코레일은 4월13일 `항공기 수준의 안전정비`를 목표로 내건 KTX 안전대책을 내놨다. 고장 우려가 높은 부품의 예방적 교체, 부품 교체주기 단축, 견인전동기 522량 전수 교체, 1단계 구간 노후시설 조기 개량, 수송안전실 사장 직속 배치 등을 담은 `백화점식`이었다. 문제는 대책 발표 이후 한달 가까이 됐는데도 KTX의 운행성적이 좋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문제가 발견될 경우 `2보 전진`을 기약하며 과감히 뜯어고쳐야 한다. 지금처럼 문제를 덮고 어물쩡 넘어가려 하다가는 정말 큰 사고를 낼 수도 있다. 더 이상 미적거리는 것은 곤란하다. 호미로 막을 수 있는 기회는 놓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