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포항환호공원에서 열린 어린이 날 행사에서 보여준 포항시의 의전은 칭찬할 만하다. 연례행사처럼 돼 온 내빈소개가 사라진 대신 박승호 시장이 고깔모자를 쓴 마술사로 변신해 어린 아이들 앞에서 재롱을 떨며 갖가지 마술시범을 선보였다. 참석한 내빈들도 한꺼번에 단상으로 올라가 어린들에게 축구공을 선물로 나눠주며 인사말을 대신했다. 보기 좋은 장면이었다.
행사 때마다 관행처럼 돼 온 권위주의가 사라지고 내빈과 시민들이 함께 어울리는 화합의 장으로 변했다. 보통 20~30분 걸리던 내빈소개나 축사, 격려사, 환영사 따위가 줄어들어 고루하고 따분하기만 했던 행사장 분위기가 부드럽게 바뀌었다. 그동안 단상에 배치하던 내빈들의 좌석도 단상 아래 시민 옆으로 배치해 권위주의적인 모양새를 없앴다. `단상 격하`는 무엇보다 환영할 일이다. 단상 좌석의 서열 때문에 빚어진 웃지 못 할 `사건`은 또 얼마나 많았던가.
포항시의 이 같은 의전 개혁은 계속돼야 한다. 시의 행사뿐만 아니라 민간단체가 개최하는 각종 행사에서도 `단상격하`의 풍경이 연출돼야 한다. 그래야만 권위주의 청산과 함께 시민이 행사의 주체가 되는 시민의식의 선진화를 기대할 수 있다.
단상의 주인공은 내빈이 아닌 행사에 참여한 시민들이 돼야 한다. 그래야 그 행사가 빛이난다. 그동안 단상에서 주인공 행세를 해 온 이른바 `유지`들은 이제 시민들을 위한 조연자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해묵은 관행의 틀을 깬 포항시의 의전 개혁은 이제 포항시를 벗어나 경북도내 전역으로 퍼져 나갔으면 좋겠다. 이 같은 좋은 본보기가 전국으로 퍼져 나간다면 더욱 좋은 일이다. 비단 행사 의전뿐만 아니라 이참에 시정이나 국정의 모든 분야에서도 단호하게 의전 격식이 손질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더 개선할 일이 생기면 뜯어고치는 데 망설임이 없기를 바란다.
포항시가 세계화에 발맞추어 시도한 의전개혁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지만 절반의 성공은 거둔 셈이다. 포항시의 과감한 의전개혁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