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디로 우리 군은 이번에 국제적으로 큰 망신을 당했다. 국가의 위신이 크게 실추된 것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경계 근무중이던 해병대 초병들이 국내 민항기를 북한 공군기로 잘못 보고 100발 가까이 소총을 쐈다. 단순히 초병들이 실수했다고 둘러댄다 해서 덮어질 수 있는 성질의 사건이 아닌 것이다. 중국 등 해외 언론들도 이 사건을 심각하게 보고 있는 것 같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20일 “여객기를 사격한 병사의 행동이 규정에 부합해, 한국군은 이 병사를 처벌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하지만) 이틀이 지나도록 오인사격의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국제뉴스 전문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20일 `여객기 총격 사건이 한국의 체면을 떨어뜨렸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남북 대치가 초목마저 적의 군대로 보이게 했다. 한국의 방공 수준이 의문시되고 있다”고 비꼬았다. 그런가 하면 미국의 일간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는 19일 `남북간 긴장이 얼마나 고조돼 있는지를 이번 사건은 상징적으로 보여줬다`고 전했다. 프랑스 일간지 르 피가로도 20일 “북한의 공세적 발표에서 기인한 이 사건은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면서 우려를 표시했다.
기왕에 당한 망신도 부끄러운 일이지만 더 큰 문제는 원인 규명과 대책 수립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항상 그렇듯이 임시방편의 미봉책은 정답이 될 수 없다. 무엇이 잘못됐는지 반성하는 것에서부터 해답을 찾아야 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 군이 엄격하면서도 합리적인 군인정신으로 재무장해 진정한 `강군`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