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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항기 `오인 사격` 덮고갈 일 아니다

고성협 기자
등록일 2011-06-22 21:41 게재일 2011-06-2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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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발생한 해병대 초병들의 민항기 `오인 사격` 사건은 우리 군 방위 태세에 적지 않은 허점들이 감춰져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공교롭게도 남북 간의 군사적 긴장이 잔뜩 고조돼 있는 상황에 그런 일이 터져 국민의 안보 불안감도 덩달아 고조되는 분위기다. 그런데 사안의 심각성에 비해 우리 군의 대응은 지나칠 정도로 안일하다는 느낌을 준다. 일례로 군은 21일 현재 나흘이 지나도록 `초병들의 오인에 따른 돌발상황`이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 사건의 원인을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재발방지 대책도 초병들에 대한 민간 항공기 식별교육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전부다. 국민의 걱정을 덜어줘야 할 군이 오히려 불안감을 부채질하고 있는 꼴이다.

한 마디로 우리 군은 이번에 국제적으로 큰 망신을 당했다. 국가의 위신이 크게 실추된 것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경계 근무중이던 해병대 초병들이 국내 민항기를 북한 공군기로 잘못 보고 100발 가까이 소총을 쐈다. 단순히 초병들이 실수했다고 둘러댄다 해서 덮어질 수 있는 성질의 사건이 아닌 것이다. 중국 등 해외 언론들도 이 사건을 심각하게 보고 있는 것 같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20일 “여객기를 사격한 병사의 행동이 규정에 부합해, 한국군은 이 병사를 처벌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하지만) 이틀이 지나도록 오인사격의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국제뉴스 전문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20일 `여객기 총격 사건이 한국의 체면을 떨어뜨렸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남북 대치가 초목마저 적의 군대로 보이게 했다. 한국의 방공 수준이 의문시되고 있다”고 비꼬았다. 그런가 하면 미국의 일간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는 19일 `남북간 긴장이 얼마나 고조돼 있는지를 이번 사건은 상징적으로 보여줬다`고 전했다. 프랑스 일간지 르 피가로도 20일 “북한의 공세적 발표에서 기인한 이 사건은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면서 우려를 표시했다.

기왕에 당한 망신도 부끄러운 일이지만 더 큰 문제는 원인 규명과 대책 수립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항상 그렇듯이 임시방편의 미봉책은 정답이 될 수 없다. 무엇이 잘못됐는지 반성하는 것에서부터 해답을 찾아야 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 군이 엄격하면서도 합리적인 군인정신으로 재무장해 진정한 `강군`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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