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 사태는 29일 국회 청문회가 계획돼 있고 7월 9일이면 2차 희망버스가 농성장을 격려차 방문할 예정으로 있어 시간을 끌면 또 다른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현장이다. 노조의 파업 철회에도 동래조선소의 높이 35m 타워크레인 85호에서는 김진숙 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174일째 여전히 고공 농성중이며 일부 노조원들도 집행부의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그들을 설득하고 농성장에서 모두 철수시켜야 제대로 된 노사합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한진중공업은 2000년대만 해도 세계 5위의 조선사였다. 그러나 수주 감소와 장기 파업 등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경영 위기를 맞았다. 회사는 지난 해 12월 15일 1천400명 근로자 중 400명을 해고하겠다고 통보했고 이에 반발한 노조가 12월 20일부터 파업을 벌인 것이다. 여기에다 올해 1월 6일 김진숙 민노총 지도위원이 정리해고 철회를 주장하며 고공 농성으로 가세했다.
회사측의 직장폐쇄로 노사가 전면 대립하던 중 노조측이 전격 파업을 철회한 것은 정부가 노사분규에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당사자간 협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한 원칙을 고수한 때문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무노동 무임금 원칙 고수에 따른 실질적 고통이 직접적인 원인이 됐을 것이다. 그리고 사측의 손배소송에다 법원의 퇴거 및 출입금지 결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실리와 명분 사이에서 실리를 택한 셈이다. 27일 법원이 집행관들을 동원해 퇴거를 집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남은 노조원들을 물리력으로 끌어내기 위한 공권력 투입은 자제하고 대신 시간을 두고 협상과 설득을 계속해야 한다. 파업 철회를 결정한 노조측의 고민이나 농성장에 남아있는 노조원들의 주장이나 크레인에서 내려오지 않는 김진숙 지도위원의 주장이 원인은 다른 데 있지 않음을 사 측은 읽어야 한다. 정리해고는 조건이 충족돼야 하고 그리고도 신중해야 하며 마지막으로 선택해야 하는 카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