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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규 검찰총장의 불미스러운 중도사퇴

고성협 기자
등록일 2011-07-05 21:42 게재일 2011-07-0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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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규 검찰총장이 결국 사퇴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관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에서 검찰의 뜻과 다르게 수정된 것을 책임지는 뜻이라고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남아공을 방문 중이어서 곧장 사표가 수리되지는 못하겠지만 이제 김 총장의 사퇴는 기정사실이 됐다. 사표가 공식 수리되면 김 총장은 임기제 도입 이후 취임한 16명의 검찰총장 가운데 10번째로 중도 사퇴하는 것이다. 검찰총수로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불명예의 꼬리표`를 달게 된 셈이다. 김 총장은 사표 수리를 기다리지 않고 당장 이날부터 직무를 중단한다고 한다. 박용석 대검 차장검사의 직무대행 체제로 가겠지만 이 또한 좋지 않은 선례가 될 것이 분명하다. 1년 반 가까이 끌어 온 검경 수사권 조정이 검찰한테는 최악의 모양새로 마무리되고 있다. 김 총장이 공식 사퇴 의사를 처음 내비친 것은 지난달 30일이다. 이틀 전 국회 법사위의 형소법 개정안 수정 통과 이후 검찰 고위 간부들의 사의 표명이 잇따르던 상황이었다. 당시 김 총장의 성명은 `사퇴 시사` 수준이었다. 하지만 사상 초유의 검찰지휘부 공백 사태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집단행동으로 치닫던 검찰의 기세는 만 하루도 지나기 전에 확연히 꺾였다. 검찰의 책임있는 자세를 요구한 이명박 대통령의 `공개 지시`가 일거에 분위기를 바꿨다. 이 대통령은 세계검찰총장 회의장에서 김 총장을 만나 “총장이 중심을 잡고 일 하라”며 사의를 반려했다. 국회 법사위가 수정 의결한 형소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된 것도 격앙된 검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검찰총장의 볼썽사나운 사퇴로 검경 수사권 조정의 대미가 불미스럽게 장식된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검찰은 이미 형소법 개정안의 국회 법사위 통과에 집단반발했다가 한 차례 된서리를 맞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검찰총장이 대통령의 국내 부재 중에 사표를 던지고 휴가를 가는 일이 벌어졌다. 검찰총장 이전에 고위 공직자의 한 사람으로서 무책임하기 짝이 없이 행동이다. 혹시 그런 `결기`로 검찰 조직의 체면을 지켰다고 본다면 그 것 또한 시대착오적 인식에 불과하다. 수사권 조정의 논의 과정에서 그랬듯이 검찰은 이번에도 국민의 마음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 국회 법사위의 합의안 수정 처리에 집단반발한 것이나, 검찰총장이 `항의 표시`로 임기 중에 사퇴한 것이나 모두 국민의 염원과 거리가 멀다. 검찰이 그 거리 만큼 국민의 신망을 잃었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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