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공개된 감사원의 감사결과는 국민연금공단의 도덕불감증을 여실히 보여준다. 기금운용직 간부가 관련 부서의 암묵적 동의하에 38차례나 증권사의 평가등급을 조작했다고 한다. 등급에 따라 증권사에 배정되는 물량이 달라지고 수수료 수익도 큰 차이가 난다. 공단의 연간 배정 물량은 190조원 가까이 되고 수수료 수익이 470억원에 달해 증권사의 경쟁이 치열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문제의 간부는 2008~2010년 대학 동문이 영업담당자로 근무하는 증권사나 공단 퇴직 간부가 임원으로 근무 중인 증권사에 대해 평가점수를 실제보다 높게 조작했다고 한다. 대신 경쟁사의 평가등급은 깎아내렸다. 혜택을 받은 증권사는 2억5천만원 가량의 수수료 수익을 챙겼고, 경쟁사는 그만큼 손해를 봤다. 더 기막힌 것은 공단이 보유한 청풍리조트 이용권을 증권사에 강매한 사실을 국회에 제보한 증권사는 아예 탈락하도록 평가결과를 조작했다는 것이다. 다른 두 간부는 이를 방조했다고 한다.
국민연금공단의 부적정한 투자행태도 도마에 올랐다. 감사원에 따르면 공단은 지난해 프랑스 오파리노쇼핑몰의 명목 투자수익률이 적정 투자기준인 6.7%를 밑도는 데도 투자를 승인했다. 2009년에는 극동빌딩을 매입하면서 운용사에 주지 않아도 될 수수료 14억4천만원을 지급했다. 공단의 자산은 국민이 노후생활을 위해 맡긴 보험료다. 특히 서민에게 국민연금은 유일한 노후보장 수단이다. 공단은 포트폴리오의 다양화와 장기적 수익률 제고를 위해 부동산을 비롯한 대체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하지만 부동산 투자를 이렇게 허술하게 관리하고 있다면 심각하게 재고해야 한다.
공단은 지난해에도 개인정보 외부 유출로 문제를 일으킨 바 있다. 도덕불감증을 뿌리뽑기 위해 비리 직원을 엄단하고 강도 높은 쇄신에 나서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