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의 대학진학률은 80% 안팎으로 세계 최고다. 미국, 스웨덴, 네덜란드 등 선진국들의 대학진학률은 40-50%에 그친다. 고등학생 10명 중 8명이나 대학에 진학하다 보니 요즘 대졸 출신들은 30년 전의 고졸 출신과 다른 게 없다. 그러다 보니 대학을 졸업해도 제대로 취업을 못하는 고학력 실업자만 양산된다. 본인은 물론 가족과 나라의 불행이다. 그럼에도 학력인플레가 계속되는 것은 학력차별이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학력별 임금격차는 고졸을 100으로 할 때 전문대졸 106.3, 대졸 154.4에 이른다. 이런 차별을 받는데 대학 진학을 포기하긴 어렵다. 채용과 임금수준 등에서 학력과 학벌을 이유로 차별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의 제정이 필요한 이유다.
정부는 지난해 모든 공공기관의 채용과 승진에서 학력요건을 폐지하거나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학력차별 실태가 감사원 감사에서 확인됐다. 캠코는 고졸, 전문대졸, 대학졸 등 학력에 따른 차별은 물론이고 대학을 세등급으로 나눠 차등 점수를 부여하는 등 노골적인 학교등급제까지 적용했다. 정부가 시행 중인 학력차별 개선안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는 현실을 드러낸 것이다. 법을 제정해서라도 제도 개선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만한 것이다.
학력차별 금지법이 내달 국회에서 통과되고 이를 계기로 고졸 출신에게도 채용의 문이 활짝 열리는 학력파괴가 시작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