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1만명도 안되는 작은 자치단체인 울릉도는 다른 큰 자치단체와 달리 친·인척, 학교 선·후배, 교우, 친목회원, 직장동료 등 연결되지 않은 사람이 없다. 울릉도 선거에서 공무원의 선거 개입 여부를 가리기란 쉽지 않다.
공무원이 선거 운동을 하고 안 하고 보다는 어느 정도 적극적으로 가담했고 얼마만큼 선거에 영향을 줬나가 문제다. 울릉도는 가담하기 싫어도, 의도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가담할 수밖에 없다.
군수직이 상실된 지난 선거에는 울릉군 공무원은 물론 언론, 기타 공공기관, 사회단체 등 선거와 연관되지 않은 곳은 거의 없다. 이것은 울릉도에서 항상 일어날 수 있는 자연현상이고 크게 탓하는 사람도 없다. 이게 어쩌면 울릉군민들의 선거 정서인지도 모른다.
이번 울릉군수의 당선무효 된 공직자선거법위반은 선거업무관련공무원이 전화번호가 적힌 부재자명단을 군수의 지시를 받고 건넸고 또 군수의 정책 입안 및 사업개발, 추진하는 정책발전팀에서 선거 공보를 작성했다는 것이다.
울릉군청 내에서 이 같은 정보를 빼내기는 군수가 아니라도 아주 쉬운 일이다. 부재자명부는 물론 전체 유권자 전화번호, 신상명세까지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쉽게 알아 낼 수 있다.
이것이 죄가 안 된다는 것이 아니라 지난 선거를 살펴보면 공무원이 후보자의 홍보물 돌리기, 정책 만들기, 인쇄물을 이용한 노골적인 폄하 등 육지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불법선거가 진행됐다. 이것이 지금까지 울릉도 선거문화였다.
악법도 법이기에 따라야 하지만 대한민국 서울은 서울인 것처럼 관습법도 있다. 지난 선거에서 당선자나 낙선자도 선거법위반에 대해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
울릉도는 좁은 지역이다. 온종일 다니면 거의 모든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선거 탓에 서로 고소, 고발이 난무하고 갈등과 반목이 연속되면 좁은 사회에 서로 믿지 못하고 불신 풍조가 만연된다. 시기, 질투는 물론 형제 자매간에 싸울 수도 있다. 실제 군수 자리는 놓고 집안간 치열한 선거전이 치러진 적도 있다.
작은 섬에서 군민들의 축제여야 할 선거가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하는 안타까운 일이 자꾸 일어나고 있다. 이제 또다시 선거를 치러야 한다. 이번만큼은 바른 선거풍토를 만들고 축제로 승화시킬 수 있도록 함께 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