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 결과에 시장직을 걸겠다고 선언했다. 오 시장은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사흘 앞둔 21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이 발표했다. 투표율이 유효 기준인 33.3%를 밑돌아 주민투표 자체가 무효화하거나, 33.3%를 웃돌더라도 개표 결과 과반수 찬성을 얻지 못하면 시장직을 사퇴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주민투표와 관련해 내년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지 9일 만이다. 오 시장은 대선 불출마 선언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결정이 정치적 계산이 아닌, 복지포퓰리즘의 폐해를 막으려는 충정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주민투표가 이미 정치 문제로 변질했다고 지적되는 상황인 만큼 오 시장의 선언은 주민투표 결과가 미칠 정치적 파장을 고려한 마지막 배수진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주민투표 결과에 시장직을 걸기로 한 오 시장의 결정이 어떤 셈법에 의한 것이든 그가 유권자의 선택을 받은 선출직 시장이라는 점에서 더 신중했어야 한다는 비판을 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주민투표 결과와 상관없이 오 시장의 사퇴에 반대하는 서울시 유권자가 70%에 육박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한 여론조사 전문기관이 지난주 조사해보니 주민투표 결과가 어떻게 나오더라도 시장직을 사퇴해선 안 된다는 의견이 66.7%로 `사퇴 찬성` 의견(14.4%)을 크게 웃돌았다. 더욱이 여당 지지층은 물론 야당 지지층에서도 사퇴 찬성보다 반대 의견이 더 많았다고 한다. 어떤 이유에서든 주민투표가 정치놀음이나 정치싸움으로 왜곡.변질해서는 안 된다는 시각을 반영한 것이라고 여겨진다. 이런 점에서 오 시장의 주민투표·시장직 연계 발표는 아쉽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유권자의 바람과 달리 정치권의 소모적 정쟁 대상으로 변질하면서 이미 만신창이가 됐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전면적 무상급식이냐, 단계적 무상급식이냐에 대한 찬반을 묻고자 한 본래 취지는 온데간데없고 오로지 투표 참가냐, 불참이냐를 놓고 볼썽사나운 줄다리기를 벌이는 형국이다.
24일 치러질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진정한 의미에서 승자는 없고 상처만 남게 될 공산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민투표는 찬반 진영의 상호 비방과 고발전으로 이미 진흙탕 싸움 양상을 보여온 만큼 적잖은 후유증이 예고된다. 투표 이후 후유증 최소화에 너나없이 발 벗고 나서야 한다. 그 전제조건은 투표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는 것이다. 표로 표출되는 유권자의 참뜻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아울러 선거관리위원회는 공정성 논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엄격하게 투표 관리를 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