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족 스프린터 오스카 피스토리우스, 블라인드 러너 제이슨 스미스, 장대높이뛰기의 미녀새 옐레나 이신바예바, 여전히 남성이라는 의심을 사고 있는 여자 800m 우승 기록의 카스터 세메냐 등 이름만으로도 황홀한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대구를 찾았다. 이들을 맞이하는 시민 서포터스와 취재진들의 환대에서 벌써 경기 열기가 느껴진다. 참가 선수들에 대한 환영과 경기력 향상을 위한 지원은 당연하다. 그러나 과공은 비례라 그랬다. 자칫 이들의 경기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
스프린터 우사인 볼트는 뉴스의 인물 중 인물이다. 그는 지난 16일 인천공항에 도착해서부터 기자들의 추적을 따돌리느라 쇼를 벌였다. 예정됐던 출구가 아닌 엉뚱한 출구로 빠져나왔다. 기자들의 질문 세례에도 노코멘트로 일관했다. 그는 스포츠 기업의 지원을 받는 프로선수였고 스폰서의 입김을 무시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대구 도착 후 이틀간 몸 풀기를 하며 쉬었을 뿐 20일 그의 생일 축하 오픈 세리모니와 후원사의 공개 행사에 잇따라 참석했다. 언론에 노출되는 볼트의 표정에는 아이러니하게도 피곤함이 역력했다. 세메냐도 대구 도착 직후 피곤하다며 환영인파 앞에 나서지 않았다. 인터뷰 없이 사진 촬영만 한다는 조건으로 기자들 앞에 나타난 세메냐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대구를 찾는 각국 선수들이 귀국해서 대한민국을, 또 대구시를 어떻게 선전하고 또 영향을 미칠지 생각하면 아무리 환대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그것이 지나쳐 그들이 경기에 지장을 받아서는 안 될 것이다. 88올림픽의 100m 금메달리스트인 칼 루이스는 “평생에 그렇게 시끄러운 곳에서 달려보긴 처음이다”고 했다니, 얼굴이 후끈거린다.
경기 매너 뿐 아니다. 우리의 손님맞이 자세가 자칫 우리를 얕잡아보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선수를 보호해야 기록이 나온다. 그래야 대구 대회가 성공한 대회가 될 수 있고 대구 브랜드도 높아진다. 우리가 대회를 개최하는 목표도 그것이다. 더구나 너무 지나친 선수들에 대한 환대나 치다꺼리가 마치 우리가 대회를 위해 자존심까지 내다 버리는 자세를 보여서는 안 된다. 떳떳하게 도와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