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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러 정상회담 `찻잔속 태풍`이지만 주시해야

고성협 기자
등록일 2011-08-26 21:35 게재일 2011-08-26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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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러시아는 24일 시베리아 바이칼호에서 가까운 동부 시베리아 도시 울란우데에서 9년만에 처음으로 열린 북·러 정상회담에서 북핵 해결을 위한 6자회담 재개에 합의했다. 나탈리야 티마코바 러시아 대통령 대변인은 이날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 간 정상회담이 끝난 뒤 “김 위원장은 아무런 전제조건 없이 6자 회담에 복귀할 준비가 돼 있다는 뜻을 밝혔다”며 “그러면 6자 회담 과정에서 북한이 핵물질 생산 및 핵실험을 잠정중단(모라토리엄)할 준비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회담 뒤 기자들에게 “김 위원장과 허심탄회하고 실질적인 대화를 했다”면서 북한이 자국을 거쳐 남한까지 이어지는 천연가스 수송관을 지지함으로써 가스관 건설에 합의할 수도 있다고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북·러 정상회담은 한반도를 비롯한 둥북아 질서에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이며 동북아 경제 협력 구도에 영향력을 미칠 것이란 관측 속에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됐지만 막상 그 결과는 `찻잔 속의 태풍`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북·러가 6자 회담 조기개최에 합의함으로써 6자 회담 재개는 추진력을 얻게 되고 남북-북·미간 후속 대화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있었다. 그러나 북·러 정상회담에선 6자회담 재개와 관련해 새로운 내용이 없었다. 그러나 아직 회담의 정확한 내용이 파악되지 않은 만큼 북한의 공식 발표와 러시아 정부의 디브리핑(사후 설명)을 기다려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되지만 북한은 기본적으로 핵 문제는 미국과 협상하겠다는 입장이라는 외교가의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러시아가 북한과 유대 강화를 통해 6자회담과 동북아 문제에 대해 점점 입지가 강화되고 목소리도 커지게 될 것임은 부인할 수없는 사실이다. 미·중과 남북한을 중심으로 진행돼오던 6자 회담 국면에 러시아라는 새로운 변수가 개입돼 국면이 더욱 복잡하게 될 것이다. 우리 당국은 북·러 정상회담이 아직은 찻잔 속의 태풍 수준이지만 앞으로 천변만화의 풍운을 몰고 올 가능성에 대비해 미국과의 굳건한 동맹의 기초를 유지하되 중국·러시아와의 다각적이고 전략적인 외교에 전력 추구해야 할 것이다. 북측은 남북관계의 개선없이는 미국이나 중국은 물론 러시아의 관계 발전에서도 한계가 있음을 깨달아 남측과의 무모한 체제 경쟁과 기싸움을 증단하고 남북간의 상생·협력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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