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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수준 드높이는 대구세계육상

이경우 기자
등록일 2011-08-31 22:41 게재일 2011-08-3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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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는 역시 축제다. 청우제 덕분인지 지루하던 여름비도 멎고 대회 기간 맑은 하늘을 보여줬다. 대구시민들의 열렬한 환영과 열광적인 성원으로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순항하고 있다. 불편을 불평 않고 참아내며 대회 운영에 자기 일처럼 나서주는 수많은 대구시민이 자랑스럽다. 일부에서 불거지는 대회 운영 미숙에 따른 불평이 터져 나오는 데 비하면 더욱 그렇다.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적 봉사는 대회를 더욱 빛나게 만든다. 규모는 작지만 이미 세계 대회를 몇 차례 경험한 덕택이기도 하겠지만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 의식이 돋보인다. 통역 자원봉사자는 길을 헤매는 관광객을 안내해주고 경기장을 못 찾은 선수를 경기장까지 데려다 줘 무사히 경기를 치르게 해주기도 했다. 택시 기사가 말을 잘못 알아들어 엉뚱한 곳으로 데려다주어 생긴 요금 시비도 해결해 주었다.

경기장 내에서의 대구 시민들의 관람 태도도 훌륭했다. 잔뜩 기대했던 우사인 볼트가 남자 100m 경기에서 부정 출발로 실격되자 아쉬움의 탄성이 대구스타디움을 뒤덮었으나 격려도 잊지 않았다. 의족의 장애인 스프린터 오스카 피스토리우스가 역주할 때는 그의 이름을 연호하며 인간 승리에 우레같은 박수갈채를 쏟았다. 그가 결승 진출이 좌절됐을 때, 또 시각장애인 스미스가 예선에서 탈락했을 때도 비장애인과 경쟁에 나선 그들의 도전 의지에 감동받은 관중들은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한국 선수들이 초반에 탈락해 남의 잔치가 됐지만 대구 시민들은 기죽지 않았다. 정윤희 최보라 박정숙 등 한국 최고 마라토너들이 출전한 여자 마라톤이 그랬고 남자와 여자 장대 높이뛰기의 김유석과 최윤희가 그랬다. 남자 20km 경보에서 6위에 그친 김현섭의 투혼에 감동했고 남자 10종 김건우의 마지막 질주에는 즐겁기까지 했다. 세계 대회를 유치했다는 자부심, 그 대회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는 대구 시민으로서의 긍지가 대회를 더욱 빛나게 만들고 있다.

지구 반대쪽 시간에 맞춘 대회 진행으로 경기가 끝나면 늦은 밤이 된다. 그래도 시민들은 불평하지 않고 셔틀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는 번거로움을 기꺼이 감수한다. 식당 밥이 가격에 비해 질이 형편없이 떨어져도, 대구스타디움 근처에 변변한 먹거리타운이 없어도 불펀을 묵묵히 잘도 참아낸다. 이런 대구 시민들의 정신이 대회 이후에도 계속 이어져 대구의 격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대구 시민을 비롯한 관계자 모두에게 대구시와 대회 조직위원회는 큰 빚을 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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