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회담의 결과는 사실 예견됐다. 북한은 핵문제는 남한이 아니라 미국과 담판해야 할 대상이라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 비핵화에 대한 남북회담은 북·미 회담으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라는 생각이다. 미국이 북·미 양자 회담의 전제조건으로 남북대화를 내걸고 있기 때문에 마지못해 응하는 요식절차인 셈이다. 북한이 핵보유를 안보와 생존을 위한 최선의 방책으로 여기고 있으며 협상용 핵카드를 결코 버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있다. 상당히 설득력있는 이 분석에 따르면 북한은 기존의 플루토늄으로 만든 핵무기는 포기할수 있어도 농축우라늄프로그램(UEP)은 군사용이 아님을 주장하며 폐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UEP 중단은 한·미·일이 6자회담 재개의 사전조치로 요구하는 전제조건의 핵심이다. 이명박 정부들어 길게는 3년 7개월간, 짧게는 천안함 폭침이후 1년 6개월간 얼어붙은 남북한간 상호불신의 얼음은 너무 단단하고 두터워 한 두번의 회담으로는 녹기 어렵다는 점도 남북간 비핵화 회담의 진전을 가로막는 장애요인이다. 이런 숱한 장애물 가운데서도 북한이 최근 류우익 통일부 장관 취임을 계기로 남측이 내놓은 `원칙 속의 유연성`을 기본으로 한 대화 재개 신호에 일견 호응하는 모습이어서 남북 관계 진전에 기대를 갖게한다. 최근들어 인도적 차원의 대북 밀가루 지원 등을 통해 남북관계가 조금씩 풀리는 듯하다. 그러나 아직 낙관은 금물이고 북한의 입장 변화 여부를 냉철하게 지켜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