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태는 이처럼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민주당은 소중한 교훈을 새겨야 한다. 민주당이 당면한 위기는 단순히 서울시장 후보를 못 냈다는 차원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번 경선과정에서 그동안 민주당을 받쳐온 기반이었던 젊은 층이 등을 돌린 사실을 뼈아프게 생각해야 한다. 정부와 여당에 비판적인 20-30대 젊은 층이 제1야당을 외면한 것은 사상 처음 있는 현상으로 이전에는 상상하기조차 어려웠다. 이렇게 된 데에는 민주당이 젊은 층의 시대적 바람과 욕구를 읽고 소통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은 살인적인 등록금과 높은 청년실업, 벌어지기만 하는 양극화 현상 등에 절망했지만 민주당은 속 시원한 답을 주지 못했다. 이제라도 민주당이 이번 사태를 환골탈태 쇄신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하는 이유다. 기득권을 과감히 버리겠다는, 간판을 빼곤 다 바꾸겠다는 뼈저린 각오부터 다져야 할 것이다.
한나라당도 마찬가지다. 한나라당은 이번 범야권 서울시장 후보로 박 변호사를 뽑은 과정을 `단일화 쇼`라고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보수성향 시민단체 후보로 나선 이석연 변호사와 후보 단일화를 해보려다가 이 변호사가 지지율이 기대에 못 미쳐 사퇴하자 헛물만 켜는 망신까지 톡톡히 당했다. 게다가 박 변호사가 서울시장에 당선되면 한나라당은 지금의 민주당처럼, 아니 그 이상으로 시민 후보에 패한 후폭풍에 시달릴 것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신을 바짝 차려 근본적 쇄신 노력에 전념해야 한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