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조 청장의 `조폭과 전쟁`은 충동적이라는 느낌은 준다. 발단은 지난 21일 인천의 한 장례식장 앞에서 2개 조직의 폭력배 130여명이 패싸움을 벌인 것이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조폭들의 난투극을 지켜만 보고 윗선에 보고도 제대로 하지 않았으니 조 청장이 화를 낸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사건이 터지고 곧바로 `오늘부터 전쟁`이라며 서슬 퍼렇게 나선 것은 아무래도 부자연스럽다. 조폭들이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것도 아니고, 그들이 떼를 지어 싸움질하는 것이 어제오늘 일도 아니지 않은가. 물론 이 사건으로 경찰은 또 한 차례 호되게 망신을 당했다. 하지만 그것은 경찰의 문제다. 경찰청장이 갑자기 결기를 부리면 엉뚱한 데 분풀이한다는 오해를 사기 쉽다. 경찰의 공권력은 항상 신중하고 엄정하게 행사돼야 하며 이번의 경우처럼 불필요한 오해를 사서도 안 된다. 아쉽게도 이번 `조폭과 전쟁`은 절차와 명분에서 석연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경찰청장이 자꾸 구설에 휘말리면 치안총수로서 리더십에 심각한 손상이 생길 수 있다. 그런 리더십 훼손은 검찰과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경찰의 조직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조현오 경찰청장의 좀 더 현명하고 신중한 처신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