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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오 경찰청장 가벼운 언행 자제해야

정상호 기자
등록일 2011-10-28 20:42 게재일 2011-10-28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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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과 전쟁`을 선언한 조현오 경찰청장이 구설(口舌)에 오르고 있다. 시기와 방법에서 `조폭과 전쟁`이 적절한지도 논란거리지만 총기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라는 지시를 놓고 더 말들이 많다. 조 청장은 기자들 앞에서 `조폭한테는 인권이 없다`는 취지의 말까지 했다고 한다. 아무리 흉악한 범죄자도 기본적 인권은 보장하는 것이 법치의 기본 정신이다. 조폭들의 난투극을 방관한 인천 지역 경찰을 질타하면서 나온 발언이지만 너무 경솔했다는 생각이 든다. 국민의 치안을 책임지고 있는 경찰총수의 `인권의식`이 그렇게 천박하다는 것도 놀랍다. 경찰청장이 그 지경이니 일선 경찰이 어떨지는 불문가지다. 경찰청장의 가벼운 입에서 무너진 인권이 치안 현장에서 되살아날 리 없다.

무엇보다 조 청장의 `조폭과 전쟁`은 충동적이라는 느낌은 준다. 발단은 지난 21일 인천의 한 장례식장 앞에서 2개 조직의 폭력배 130여명이 패싸움을 벌인 것이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조폭들의 난투극을 지켜만 보고 윗선에 보고도 제대로 하지 않았으니 조 청장이 화를 낸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사건이 터지고 곧바로 `오늘부터 전쟁`이라며 서슬 퍼렇게 나선 것은 아무래도 부자연스럽다. 조폭들이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것도 아니고, 그들이 떼를 지어 싸움질하는 것이 어제오늘 일도 아니지 않은가. 물론 이 사건으로 경찰은 또 한 차례 호되게 망신을 당했다. 하지만 그것은 경찰의 문제다. 경찰청장이 갑자기 결기를 부리면 엉뚱한 데 분풀이한다는 오해를 사기 쉽다. 경찰의 공권력은 항상 신중하고 엄정하게 행사돼야 하며 이번의 경우처럼 불필요한 오해를 사서도 안 된다. 아쉽게도 이번 `조폭과 전쟁`은 절차와 명분에서 석연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경찰청장이 자꾸 구설에 휘말리면 치안총수로서 리더십에 심각한 손상이 생길 수 있다. 그런 리더십 훼손은 검찰과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경찰의 조직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조현오 경찰청장의 좀 더 현명하고 신중한 처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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