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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과 동떨어진 금융소비자보호원

정상호 기자
등록일 2011-11-07 19:36 게재일 2011-11-0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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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소비자보호원(가칭) 설립 과정이 가관이다. 정부는 금융감독원에서 소비자 보호 관련 부서를 떼어내 금소원을 신설하려 하고 있다. 소비자 권익과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금융당국은 그간 금융회사의 건전성 감독에 치중하느라 소비자 보호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또한 금감원 출신 간부들이 감사 등으로 금융회사 곳곳에 포진하면서 감독당국과 금융회사의 유착관계가 생겨 소비자 보호를 게을리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는 바람에 저축은행의 비리사태에서 보듯 무수한 서민들이 억울하게 돈을 떼이고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은행들이 우월적 지위에서 대출금리를 마구 올려도 소비자들은 속수무책이다. 금융계의 탐욕을 규탄하는 시위도 소비자 보호가 무시된 탓이 크다. 사각지대에 놓인 금융소비자 보호를 이런 상태로 방치해서는 안될 일이다.

그렇다고 굳이 별도의 조직을 만들어야만 소비자 보호를 강화할 수 있는 것인가. 저축은행 사태의 근본 원인 중 하나는 당국의 총체적 부실감독이다. 금감원이 제 역할에 충실했다면 소비자 보호기관을 새로 만들 필요도 없다. 의식의 전환이 없는 한 별도의 조직으로 떼어낸다고 무엇이 달라지겠는가. 중복 규제는 비효율성을 초래할 뿐이다. 금소원 설립을 둘러싼 금융감독위원회와 금감원의 잦은 충돌을 보면 누구를 위해 금소원을 만들려는지 한숨만 나온다. 총리실 산하 `금융감독혁신 태스크포스`에서 소비자보호 독립기구화를 내놓자 두 기관은 감독부실에 대한 반성은 커녕 치졸한 밥그릇 싸움을 시작했다. 서로 인사와 예산권, 금융회사 제재권을 차지하겠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금융소비자보호원`이라는 명칭에 대해 금감원과 대등한 기관처럼 보일 수 있다며 `금융소비자보호처`를 고집했다. 얼마나 권위적인 발상인가. 하지만 정부부처 가운데 기능별 조직을 뜻하는 `처(處)`라는 명칭을 붙이는게 부적절할 수 있다고 법제처가 제동을 걸어 논의는 원점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과연 이들의 모습에서 개혁 의지를 읽을 수 있단말인가.

비난 여론을 의식한 금융위와 금감원이 큰 틀에서 합의를 보았다고 한다. 개혁은 사라지고 기관 이기주의만 남은 이런 조직개편은 안하니만 못하다. 감독당국의 근본적인 대수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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