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독과점 대기업들의 담합은 고질병이다. 정유사의 기름값, 항공사의 유류할증료, 밀가루, 세제, 음료수, 보험료 등 담합 품목을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사례도 `담합 불감증`의 전형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발표를 보면 두 회사는 전화통화와 모임을 통해 출고가 인상, 판매 장려금 축소 등의 방법으로 소비자판매 가격을 최대 20만원까지 올렸다. 영업 담당 부장과 팀장들이 수시로 모여 갖가지 담합 방법을 모의했다. 가격이 가장 싼 제품은 생산을 중단하기로 합의한 적도 있다. 할인율을 축소하거나, 상품권과 장려금 등을 줄이기로 입을 맞추기도 했다. 한 회사가 먼저 가격을 올리면 이를 뒤따르는 방식도 취했다. 담합의 대상이 된 세탁기, 평판TV, 노트북PC는 주로 일반인이 자주 찾는 이마트, 하이마트, 리빙프라자·하이프라자 직영점, 백화점 등에서 판매됐다. 그간 소비자들은 삼성과 LG의 전자제품이 유독 비싼데는 품질 등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부도덕한 담합으로 부당이득을 취했다니 허탈할 뿐이다.
두 회사는 2년 전에도 담합으로 공정위의 제재를 받았다. 광주지방교육청 등에 에어컨과 TV를 납품하면서 가격을 담합해 200억원 가량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그런데도 또 다시 불공정행위를 서슴지 않았다는 것은 고질적인 담합관행을 보여준다. 담합행위는 시장질서를 교란하는 중대한 경제범죄다.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처벌을 크게 강화해야 한다.
대기업들이 담합을 밥먹듯이 저지르는 것은 `솜방망이` 처벌 탓이 크다. 공정위가 부과하는 과징금보다 부당이득이 훨씬 크니 틈만 나면 담합에 기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