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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장의 돈봉투 사건 해명

정상호 기자
등록일 2012-01-19 21:21 게재일 2012-01-1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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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파문`의 한복판에 서 있는 박희태 국회의장이 18일 해외순방을 마치고 귀국했다. 박 의장은 인천공항 귀빈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사건으로 국민께 심려를 끼쳐 대단히 죄송하다”면서 “사죄하는 마음으로 우선 오는 4월에 있을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돈봉투 살포 의혹에 대해서는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소정의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면서도 `모르는 얘기`라고 거듭 밝혔다. 검찰 수사에 따른 사법적 책임은 추후에 지겠지만 당장 여야 모두 요구하는 `의장직 사퇴`라는 정치적 책임은 거부한 것이다. 이에 따라 현직 국회의장이 재임 중 검찰 조사를 받는 초유의 일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 의장이 해명한 대로 돈봉투 사건이 발생한 지 4년이 다 되어가기 때문에 기억이 희미할 수 있다. 또 당시 5차례의 선거를 몇 달 간격으로 치렀기 때문에 헷갈리기도 하고 정신이 없을 수도 있다. 마침 돈봉투 전달자로 지목된 고명진 전 비서와 구속된 안병용 서울 은평갑 당협위원장 등 박 의장 주변 사람들도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검찰 수사가 난관에 빠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때문에 돈을 받은 사람은 있는데 돈을 준 사람이 없는 이상한 사건이 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경선자금이 모두 얼마이고 어디에서 나와 어떻게 쓰였는지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바로 박 의장 자신일 것이다. 구체적으로 누구에게 얼마를 주었는지 세세한 사항은 모를 수 있지만 적어도 전체 돈 흐름의 윤곽은 알고 있었을 것이란 얘기다. 당장 박 의장의 해명에 대해 친정인 한나라당에서부터 “미흡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권영세 사무총장은 “경륜에 걸맞은 결단을 조속히 해주길 바란다”고 의장직 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민주통합당도 `박희태 국회의장 사퇴촉구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며 압박 강도를 높였다. 박 의장은 6선의 원로 정치인이다. 또 검찰 고위직을 거쳐 법무부 장관까지 지낸 법률가 출신이다.그럼에도 국민적 공분을 사는 의혹에 대해 입법부 수장으로서 무조건 잡아떼는 식의 입장을 보이는 데 대해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 특히 정치권의 추악한 돈선거 행태에 진저리치는 국민 입장에선 이런 태도에 대해 실망을 넘어 분노와 지탄의 목소리가 높아질 것이란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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