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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성한 위조지폐 사기범

권광순기자
등록일 2012-01-20 21:09 게재일 2012-01-2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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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지역 농협서 “대통령 비자금 세탁” 속여

현금 10억원 챙겨가다 신고받은 경찰에 잡혀

“대통령 비자금이니 일련번호가 다른 돈으로 바꿔주는데 큰 농협에서 통 큰 협조를 부탁하오”

농협을 상대로 청와대 장학재단 직원을 사칭한 30대가 위조지폐를 현금 10억원으로 바꿔 달아나려다 경찰에 붙잡혔다.

안동경찰서는 19일 안동 모 농협 K조합장에게 접근해 자신을 청계재단 권 비서관이라고 사칭하고 위조지폐를 다른 현금으로 바꿔 도주하려한 혐의로 이모(30·서울 양천구)씨를 긴급체포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이미 수일 전부터 K조합장에게 이명박 대통령이 재산을 출연해 설립한 청계재단의 직원이라고 소개한 뒤 18일 오후 8시 해당 농협 사무실에 찾아와 비자금 15억원이 들었다며 5만원권 위조지폐 600여장이 든 가방 일부분만 보여준 뒤 다른 현금으로 바꿔 줄 것으로 요구했다.

이씨는 이미 영주농협에서도 이 같은 방식으로 5억원을 돈세탁했다고 안심시켰지만 이를 눈치 챈 K조합장이 경찰에 신고한 것.

당초 현금 15억원을 요구했던 이씨는 18일 오후 9시30분께 현금 10억원만 건네받고 농협을 유유히 빠져나왔지만 미리 잠복해 있던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경찰 조사에서 이씨는 쇼핑몰을 운영하다 생긴 부채 7억원을 갚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특히 이씨는 은행 직원을 속이기 위해 스포츠 가방을 복사용지 5뭉치로 채우고 컬러 프린트기로 정교하게 인쇄한 5만원권 위조지폐 600여장으로 위장하는 수법을 썼다.

또 A4용지 2장 분량의 `실행 계획서`를 작성하는 등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농협 관계자는 “처음 연락받았을 때부터 미심쩍은 부분이 너무나 많아 미리 경찰에 알렸다” 며 “어쨌든 슬기롭게 대처했지만 아직도 이 같은 범행을 시도하려는 자체가 황당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 다른 공범이 있는지 여부 등 보강조사를 거쳐 이씨를 사기미수 및 통화위조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안동/권광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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