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 안 원장의 선문답식 행보가 `전략적 모호성`에 기초한 것인지는 입증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안 원장에게 `나이브(naive)하다`는 평가도 거의 없을 뿐 아니라 어울리지도 않아 보인다. 그동안 일부 언론과 정치권에서는 안 원장이 정치참여 여부에 대해 확실한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답답함을 느끼고 있는 당사자는 사실상 `반(半) 정치인`에 속하는 안 원장 본인일지도 모른다. 이런 맥락에서 가칭 안철수 기부재단의 발족과 `안철수 역할론`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안 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기부재단 설립을 대권 행보와 직접 연관짓는 시각에 대해 “지금까지 그런 분이 있었느냐. 왜 연결시키는지 잘 모르겠다”며 순수한 재산환원으로 받아들여줄 것을 당부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문제가 없었다면 당초 지난해 9월말께 재단설립을 발표할 계획이었다는 안 원장의 설명과 재단설립 취지는 액면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 옳을 듯 싶다. “이번을 계기로 함께 사는 사회에서 많은 사람에게 긍정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활동이 활발해지고 기부문화가 확산됐으면 하는 바람이다”는 겸손한 당부와 함께 재단운영 불참의사를 피력한 것은 분명 선행의 미덕으로 평가받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총선을 앞두고 설립된 기부재단이 안철수 개인의 이미지 제고와 지지율 상승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우호적인 여론이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고 대선출마 압박 요구로 이어지는 선순환의 구조는 상정해볼 수 있다.
`안철수 신드롬`은 기성 정당과 정치에 대한 불신의 반작용이다 정당 지지도와 `안풍`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점에서 안 원장의 정치참여 여부는 궁극적으로 주요 정당이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진정한 개혁을 실행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