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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의 새로운 출발이 시작됐다

등록일 2012-02-10 21:28 게재일 2012-02-1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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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 본사의 도심권 이전을 추진하던 최양식 경주시장이 1년여 만에 백지화 선언을 한 의미는 너무나 크다.

지역이기주의, 이해관계, 정치적 갈등 등에 따른 총체적 부산물이라 할 수 있고 이 때문에 지역 발전의 방향성을 잃게 된 때문이다. 평가는 분명히 경주 역사에 기록으로 남을 것이다.

최 시장이 시장 직(職)까지 걸면서 추진했던 지역 최대현안을 과감히 포기한 용기있는 결단에 대해 시민들은 높이 평가한다. 결심에 앞서 최 시장은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향후 시민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눈, 또 정치적 반대세력의 공세, 정치적 데미지 등 어느 누구와도 분담할 수 없는 번뇌의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이런 고뇌에 찬 시간을 보낸 그는 “양북 주민 모두의 동의와 이를 존중하는 중앙정부 및 한수원의 적극적 지원을 얻지 못한 상태에서 더 이상 이 문제를 추진하는 것은 주민 갈등을 계속시키고 국책사업인 원전사업 수행 자체를 더욱 어렵게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며 종지부를 찍었다. 눈시울을 적시면서 발표문을 읽어가는 대목에서 정통 행정관료 출신인 그가 사회적 분위기가 자신의 이상과는 전혀 별개라는 것을 절실히 느꼈으리라 짐작된다. 지자체장 직에 오르지 않았다면 이같은 참담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최 시장이 이 사업을 추진한 배경을 설명한 대목은 애절했다. “세상에 어느 도시의 시장이 자신을 시장으로 만들어준 그 시민을 사랑하지 않는 시장이 있겠습니까. 어느 시장이 시민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사업을 들고 시민들에게 나아가겠습니까. 지역의 지도자들은 이렇게 고심 끝에 마련된 지역발전 계획에 대해 진지하게 비교검토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결단을 해야 할 책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게을리하거나 무시하고 거부한 지도자는 그 선택의 결과에 대해서도 역사적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추진과정이 미숙했기에 실패한 정책이 된 것이다. 포기 결심은 최 시장에게 해결해야 할 숙제를 남겼다. 시의회와 소통 부재, 한수원 조기 이전, 시민 정서에 반한 행정행위, 분열된 지역 민심 화합 대책 등이다. 그리고 시장은 한수원과 방폐물공단이 경주의 대표기업들이 되도록 아낌없는 지원도 하고 이에 대한 지원책도 정부에 요구해야 할 것이다. 포기가 아니라 경주의 새로운 출발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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