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국회 정무위원회는 퇴출되거나 정리중인 19개 저축은행에 예금했거나 후순위채에 투자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개인별 예금자보호한도 원리금 5천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의 55~60%를 보상받을 수 있게 했다. 예를 들어 저축 은행에 6천만원을 입금했다면 초과분인 1천만원의 55%, 550만원을 보상받을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보상 재원은 저축은행의 분식회계로 과오납된 법인세 환급금과 부실저축은행 감독분담금 등으로 1천여억원을 마련하기로 했고, 조달 가능 금액이 모자랄 경우 예금보험공사기금을 재원에 보태기로 했다고 한다.
이 법안은 오는 16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어서 처리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지만 네티즌들은 한마디로 `시장원리와 법적 안정성을 해치는 비상식적인 입법`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금융당국도 강경하게 반대하고 있다. 김석동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도덕적 해이와 채권자 평등 원칙, 자기투자 책임원칙 등 금융시장 원칙에서 벗어난다”며 반대했다.
금융권 관계자들도 “2002년 다시 도입돼 10년간 지켜져 온 원리금 합계 5천만원까지 보장받는다는 예금자보호 원칙이 무너지는 등 금융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형평성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구제대상이 2008년 9월부터 영업정지를 당한 저축은행들인데, 이 시점의 기준 자체가 모호할 뿐 아니라 저축은행이 아닌 다른 권역 피해자들과의 형평성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만약 그 이전에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이 국회에 모여들어 “우리들도 보상해달라”고 주장하면 무슨 근거로 이를 막을 수 있겠는가.
상황이 이런데도 국회 정무위 소속의원 24명 가운데 반대한 의원이 딱 1명뿐이었고, 나머지 참석자 17명이 찬성했다는 데서 정치판의 포퓰리즘에 대한 갈증이 어느 정도인지 실감난다.
입법권을 가진 국회가 이처럼 정부의 반대는 물론이고 국민의 뜻에 반한 입법을 자행한다면 국민적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여야 모두 쇄신과 개혁을 부르짖는 가운데 벌어진 국회 정무위의 이해못할 법안심사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