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당시 고리 1호기는 정기 정비 중이어서 원자로는 정지된 상태였지만 원자로 안에 남은 열(熱)을 제거해주는 설비가 기능을 상실했다. 정전이 오래 이어지면 냉각수가 돌지 않아 핵연료봉이 녹아내리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한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바로 그런 사례라는 것이다. 전원이 비교적 짧은 시간에 복구됐기에 망정이지 어떤 대형 사고로 이어졌을지 모를 일이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이번 사고는 `두꺼비집` 역할을 하는 보호계전기를 시험하던 중 외부 전원 공급이 끊기고, 비상 디젤발전기도 작동하지 않아 일어났다는 것이 원전 측 설명이다. 하지만, 비상 디젤발전기가 먹통이 되면 예비 비상발전기를 즉각 가동해야 하는데도 그러지 않았다고 한다. 12분 만에 전원이 복구돼 예비 비상발전기를 가동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안전 불감증이 얼마나 심각한지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사고 사실 은폐, 늑장 보고 논란에 대한 해명은 할 말을 잊게 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가뜩이나 긴장한 상태에서 잇단 고장에 가동중지 가처분 신청 등이 겹쳐 분위기가 어수선한 탓도 있었다는 하소연이다. 현장에서 전원 복구에 경황이 없어 보고 시기를 놓쳤다는 해명은 더더욱 이해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