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의 납품비리는 이번이 처음이 안니다. 고리원전 제2발전소 D과장은 발전소 정비소에 녹슨 채 방치되던 터빈밸브작동기 중고 부품을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여러 차례 부산의 한 협력업체에 빼돌렸고, 이 업체는 중고부품을 씻고 색칠해 새 제품인 것처럼 꾸며 고리원전에 다시 납품했다. 이 업체가 이렇게 부정하게 챙긴 돈은 32억여원에 이르고, D씨는 금품과 향응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말 구속기소됐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것은 원전 납품비리가 만연됐을 것이라는 점이다. 검찰은 구속된 B씨 주변 계좌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다른 업체 3-4곳으로부터 5천만-6천만원 가량을 받은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른 업체에서도 납품 비리가 있었을 개연성이 많은 것이다. 여기다 B씨 말고도 영광원전의 A과장 등 다른 직원들이 납품과 관련한 뇌물수수의 혐의를 받고 있다. 여러 업체가 납품비리와 관계됐을 것이란 추정을 하기에 충분한 근거다. 그렇다면 원전의 다른 부품에도 짝퉁이나 중고가 사용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원전 시설의 총체적 부실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원전의 안전에 한 치의 오차나 실수가 있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