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권의 실세로 불려왔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결국 7일밤 구속됐다. 그가 받고 있는 혐의는 지난 2005년부터 2007년까지 서울 양재동 복합유통단지 시행사인 파이시티의 이정배 전 대표측으로부터 인허가 청탁과 함께 1억7천만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박 전 차관은 파이시티 관련 인허가를 담당하는 서울시 공무원을 소개하거나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조정실장에게 파이시티 인허가 진행상황을 묻는 방법으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차관의 구속은 최근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구속과 함께 이명박정권의 도덕성에 큰 흠집을 냈다. 박 전 차관은 영장이 발부된 뒤 기자들의 질문에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죄송하다는 말에 그의 진심어린 뉘우침이 얼마나 포함돼 있는 지, 또 자신의 각종 비리 의혹에 대한 입장이 얼마나 담겨 있는 지 궁금하다.
영장에 적시돼 있는 그의 혐의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거론되는 그의 비리 의혹이 한두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박 전 차관의 형의 계좌에는 2007년부터 수시로 거액이 입금됐고 그 규모는 10억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한다. 검찰은 이 돈의 출처와 성격 등을 조사하고 있다. 또 이동조 제이엔테크 회장은 박 전 차관의 비자금을 관리하고 그의 `돈세탁`을 도운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그가 중국에서 귀국하는 대로 조사할 방침이라고 한다.
그 뿐만이 아니다. 박 전 차관은 이 정권 초기 청와대에서 대통령실 기획조정비서관으로 근무할 때에도 서울시 관계자로부터 수시로 파이시티 인허가 업무에 대해 보고받았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것도 검찰이 확인해야 할 문제다. 박 전 차관은 이미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과 관련, 불법사찰 결과를 수시로 보고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그가 CNK 주가 조작사건에도 연루됐다거나 포스코 회장 선임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얘기도 나왔다.
비리 혐의로 인한 그의 구속은 개인의 비극이 아니라 그를 중용한 이명박 정부의 비극이기도 하다. 검찰은 박 전 차관에 대한 의혹들을 낱낱이 파헤치기 바란다. 하나의 사건만 갖고 그의 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를 끝내서는 안된다. 수사는 이제부터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