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87년 설치돼 25년 동안 가동돼 온 동국제강 포항제강소 제1후판 공장이 오는 6월10일부터 가동이 중단되고 라인이 폐쇄된다고 하니 안타까울 뿐이다. 동국제강은 포항철강공단 2단지내 허허벌판에 공장을 지어 후판을 처음 생산하면서 당시 포항경제의 한축을 담당했다. 1후판공장은 동국제강의 작은 역사다. 동국제강이 포항에서 당당하게 자랑할 수 있었던 곳이 바로 1후판공장 이었다. 지금은 비록 노후설비가 돼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했지만 그 당시에는 동국제강 포항제강소를 먹여 살렸던 노른자위였다.
동국제강은 창업자였던 `대원` 장경호 회장에 이어 `송원` 장상태 회장 시대를 거쳐 현 장세주 회장에 이르는 반세기 동안 오직 철강 한 분야의 외길만 걸어 온 철강전문기업이다. 특히 후판분야에서는 독보적인 기술력을 자랑한다. 그 기술의 중심에 1후판공장이 당당히 자리를 잡았던 것이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었다. 생산성에서 뒤처지는 후판라인을 더이상 안고 가는 것도 무리수다. 당진공장에 포항 1후판공장 직원과 비슷한 인원으로 연간 200만t의 후판을 생산하고 있다. 연간 70만t에 불과한 후판라인을 무리하게 끌고 갈 수는 없었던 것이다. 동국제강 경영진은 최후의 선택을 한 것이다. 이런 결정을 하기까지 최고 경영자의 고통은 어떠했을까.
동국제강 포항제강소의 1후판공장 폐쇄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선 국내 빅3사 후판시장의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 2000년대 중반 조선업계의 후판 증설 요구로 포스코가 광양에 200만t,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이 당진에 각각 150만t씩을 증설했다. 그 당시엔 조선경기가 한창 좋았을 때였다. 그러나 그 때 증설했던 후판라인이 공급과잉으로 이어지면서 결국 이번 사태를 몰고 온 부메랑이 된 것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1후판공장에 투입되고 있는 직원 280여명(외주·협력사 포함)을 고용승계하는 점이다. 이들이 가장 우려했던 것 역시 고용승계 문제였다. 회사는 1후판 공장 직원들에 대해서는 당진, 인천공장에 전환배치하는 등 개인의사를 충분히 반영하겠다는 것. 동국제강이 자신 있게 내세우는 기업정신은 고용했던 사람을 함부로 버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때 동국제강을 먹여 살렸던 그 주인공들이 이젠 생존의 기로에 서게 됐다. 포항제강소 1후판 공장은 비록 폐쇄되지만 그 업적만큼은 길이 남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