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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스승의 길

등록일 2012-05-17 21:46 게재일 2012-05-1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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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은 제31회 스승의 날이었다. 포항을 비롯해 대구 경북지역 일선 학교에서 스승의 은혜에 감사하는 다채로운 행사들이 마련됐다.

한 초등학교 학부모들이 소신껏 아이들을 가르쳐 달라며 회초리를 전했는가 하면 교내 체육대회, 감사잔치, 감사 글쓰기, 특별공연 등 특색있는 스승의 날 행사가 이어졌다. 일선 교사들도 이날 하루만큼은 교육자로서 가슴 뿌듯한 보람을 느끼는 날이었다.

하지만 요즘 교육현실을 보면 교사들에게 스승의 날이라고 마냥 즐거울 수 없을 것이다. 군사부일체란 말로 존경의 대상이었던 스승의 권위는 바닥에 떨어졌다.

스승의 날에 행여 촌지라도 전하는 학부모가 없는지 사방에 감시의 눈이 번뜩이고 있다. 음료수 하나라도 받았다가는 자칫 금품이나 촌지를 받는 교사로 낙인 찍히니 오히려 부담스럽다. 그래서 스승의 날 아예 휴교를 했던 때도 있었고 지금도 스승의 날 행사를 아예 하지 않는 학교도 많다.

학생들의 생활지도는 갈수록 힘들어졌다. 학생의 인권이 지나치게 강조되면서 교사의 체벌이나 훈육이 금지된 마당이니 그릇된 길로 가는 학생을 보고도 못 본척 해야 한다. 교사의 사명감으로 훈육이라도 했다가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되려 폭행을 당하거나 경찰 및 교육당국에 고발을 당해 곤욕을 치른다.

이달 초 부산의 한 중학교 여교사가 2학년 여자 중학생에게 폭행을 당해 실신하는 일이 발생했고 경주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길에서 담배를 피우는 학생을 훈계했다가 학부모에게 두들겨 맞아 중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한 일도 있었다.

지난해 9월 교육부 국감자료로 제출된 2006년부터 2011년 4월까지 교권침해 현황에 따르면 이 기간 총 1천214건이 발생했고 이 가운데 교사에 대한 폭력, 협박 사례가 351건(30%)에 달했다. 가해자가 학생인 사례가 280건(80%), 학부모인 경우가 56건(16%)이나 됐다. 특히 2006년 7건에 불과하던 것이 2007년 36건, 2008년 51건, 2009년 74건, 2010년 146건으로 급증했다.

한국교원총연합회가 스승의 날을 맞아 교사들의 교직에 대한 만족조사를 한 결과 최근 1~2년간 `떨어졌다`고 응답한 비율이 81%를 차지했다. 교사들이 학생에게 두들겨 맞는 현실이니 언제든 교단을 떠나고 싶다는 뜻일 것이다. 스승이 존경을 받고 교직에 대한 사명감과 보람을 찾아야 올곧은 인재가 길러진다. 존경받는 스승상을 정립하는 일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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