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2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이 협정은 이미 러시아를 비롯한 24개국과도 체결했고, 앞으로 중국과도 체결이 필요한 국가적으로 도움이 되는 협정”이라며 “`즉석 안건`으로 국무회의에 상정하는 등 충분한 여론 수렴 과정 없이 처리할 일이 아니었다”고 강하게 질책했다고 한다. 즉, 협정의 필요성이나 당위성은 인정하지만, 처리절차가 매끄럽지 못했다고 나무란 셈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와 관련한 인사들에 대한 문책인사얘기는 나오지 않았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이다.
더욱 큰 문제는 이같은 중대사를 그르친 정부의 사태수습 태도다. 이번 일을 추진한 어느 부처에서도 책임지겠다는 얘기가 나오지 않고 있다. 아예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다. 외교부에서는 `청와대에서 지시했다`, 청와대와 국방부에서는 `실무총괄은 외교부가 했다`는 식의 발뺌만 거듭하고 있다. 참으로 한심하다. 이렇게 누구 하나 나서지 않고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려는 행태를 두고 `임기 말 정부의 전형적 모습`이란 평가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재추진하려면 이래서는 안된다. 협정체결에 대한 여야 정치권의 시각이 곱지 않을 뿐 아니라 반발도 많기 때문이다.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는 아예 이번 협정을 추진한 김황식 국무총리의 해임과 함께 협정 폐기주장까지 들고 나왔다. 협정을 주도한 청와대, 국무총리, 외통부장관, 국방부장관 다 책임을 물어야 하고, 협정도 연기가 아니라 폐기돼야 한다고 못박았다. 절차상의 문제뿐 아니라 내용이 시대에 맞지 않기 때문에 폐기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를 지켜보는 국민여론도 호의적이지 않다. 모 리서치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 65.2%가 `반드시 국민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 답해 사실상 국민의 70%가 이 협정을 반대하는 양상이다.
결자해지라고 했다. 정부와 청와대는 이번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사태와 관련, 명명백백하게 책임소재를 가려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리고 난 뒤 협정에 대한 대국회·대국민설득과 설명이 뒤따라야 한다.
첫 단추를 잘못 꿰면 일의 성사가 몇배나 어려운 게 당연한 법.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된 사안을 그대로 밀어붙여선 안된다. 민주정치의 성공여부는 정부가 국민여론을 얼마나 귀담아듣고 따르느냐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