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만 경주시는 대규모 산업단지 조성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하지 않아 유감이다. 현 정부 출범 이후 각 지자체마다 산업단지 조성 붐이 일었다.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난 산업단지 시행자들의 면면은 자금력이 부족한 한탕주의여서 첫 삽조차 뜨지 못하고 지리멸렬하고 말았다.
특히 부실 시행자들로 인해 잔잔하던 시골마을의 부동산 값이 폭등하는 등 `부실정책`이 땅값만 올렸다는 비난이 터지고 있다. 실제로 현 정부 출범 이후 경주지역에 신청된 산업단지만 해도 18개였지만, 이 중 추진되고 있는 곳은 천북산단과 건천 산단 등 소수에 불가하다. 비단 경주 뿐 아니라 각 지자체마다 산업단지 조성 사례가 홍수를 이루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이 있는 사업장은 극소수라는 것이다. 진행 중인 산업단지도 실수요자가 아닌 공장 용지 분양을 위해 개발사업 성격을 띠고 있어 지역민과 윈~윈이 되지 않아 충돌을 빚어 왔다.
경주시는 대단위 산업단지를 조성해야 한다는 본보기로 외동읍을 꼽았다. 이 일대는 지역에서 대표적인 난개발 지역으로 울산 현대자동차와 관련된 중소 공장들이 1천500여개에 이른다. 이 때문에 환경문제나 도시미관을 해친다는 지적과 함께 민원도 끊이지 않고 있다.
어쨌든 경주시가 소규모 산업단지 개발을 과감히 탈피하고 대단위 산업단지를 개발, 대기업 및 해외투자기업 등을 우선 유치한다는 자세 변화는 후한 점수를 받을 만하다.
그렇지만 시가 대규모 산업단지 조성과 우량기업을 유치하려면 구호가 아닌 액션이 필요하다. 세제혜택이나 기반시설 무상제공 등 각종 인센티브, 인허가에 대한 원스톱(One Stop) 처리 등 행정적 지원이 앞서야 한다. 일선 지자체들이 `기업하기 좋은 도시`를 표방해왔지만, 실제 중앙 정부의 예산지원문제나 인허가 등 절차 등 실타래 처럼 꼬인 문제만 해도 수백 가지다.
기업하기 좋은 도시 실현을 위한 제도개혁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