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그 예상은 빗나갔다. 임단협 타결률은 오히려 작년보다 높았고, 무교섭으로 타결한 사업장이 많다는 사실에 또한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포항철강관리공단이 조사한 공단업체의 올해 임단협 진행상황을 보면 노조가 있는 57개사 가운데 8월말 현재 임단협을 마무리한 업체는 45개사로 76%의 타결률을 보였다고 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66%)보다 높은 실적이다. 이들 업체 가운데 조선내화, 동국제강, OCI, 코스틸, 한중 등 27개사는 무교섭으로 타결했다. 이들 업체 노사는 서로가 현재의 위기상황을 함께 인식한 것이다. 노조는 사를 믿고 모든 걸 위임했고, 사측은 노조원들에게 신뢰감을 심어준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특이한 것은 한국노총이나 민주노총 등 상급단체에 가입하지 않고 독자노선을 걷는 노조일수록 타결률이 높다는 점이다. 상급단체가 없는 15개사는 일찌감치 올해 임단협을 마무리 지었다. 세계적인 철강경기 침체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떨어지는 상황속에서 노사가 서로 소모전을 벌일 필요가 없다고 공감한 것이다. 회사가 어려울 때는 노조가 조금 양보하고, 철강경기가 살아나 영업이익이 발생할 때는 사측이 그에 합당한 성과급을 노조에게 지급하는 신노사문화가 이제 정착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12개사는 임단협 교섭을 진행중이다. 특히 현대제철은 노사 양측이 올해 임단협안에 대해 잠정합의까지 해 놓고도 노조가 1, 2차 찬반투표를 통해 수용안을 부결시켜 재협상을 벌이고 있어 안타깝다. 세아제강도 20여차례의 교섭에도 불구하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포항철강공단에서 다섯손가락안에 드는 대형 사업장이다. 지역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하루빨리 타결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악의 고비를 맞고 있는 철강경기를 생각하면 내년도 낙관할 수 없다. 아직도 교섭중인 사업장의 노사는 한발씩 양보해 슬기롭게 타결하는 지혜를 발휘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