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이 경찰 지구대와 파출소를 마구 부순 이유는 터무니없었다. 아예 아무 이유가 없었거나 주차단속과 음주운전 처리에 대한 불만때문이었다. 황씨는 주차단속에 항의하다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조사를 받고 풀려난뒤 굴착기 난동을 부렸다. 우씨는 자신과 부인 등이 음주운전으로 적발돼 면허가 취소되고, 벌금이 많이 나오자 홧김에 파출소를 향해 차를 몰았다고 한다. 법치주의를 허무는 이런 사건들은 사회질서 유지 차원에서 엄정하게 처벌해야 마땅하다.
우리 경찰은 정의롭지 못한 과거 때문에 시민들로부터 불신과 멸시를 받아온 게 사실이다. 일제시대 독립운동을 탄압하고, 독재정권 시절에는 민주화운동을 억압했던 어두운 역사 때문이다. 경찰의 고문치사 사건 등은 씻을 수 없는 역사적 과오로 남아 있다. 그래서 한때 경찰에 대항하고 공권력에 맞서는 게 정의처럼 여겨지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다. 경찰이 권력의 시녀이던 시대도 지났다. 지금 이 순간에도 시민의 재산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범인을 쫓거나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불철주야 뛰는 경찰들이 곳곳에 있다. 박봉에도 묵묵히 시민의 안전을 지키고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애쓰는 경찰관이 대다수다. 이런 경찰을 고맙게 여기거나 격려하기는 커녕 마음에 안든다고 두들겨 패고, 경찰서를 부순다면 우리 사회의 치안은 유지될 수 없고, 법치는 무너질 수 밖에 없다.
물론 경찰도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더욱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며칠전 인터넷에는 빗속에 1인 시위를 벌이는 장애인에게 우산을 받쳐준 경찰관이 큰 화제가 됐다. 여기서 답을 찾아야 한다. 사회적으로 소외받는 시민을 위해 봉사하는 헌신적인 경찰의 모습. 바로 그런 경찰상을 정립하는 일이 국민의 사랑과 존경을 받을 수 있는 최선의 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