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김천시는 연례행사로 10월달에 김천시민체육대회를 개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연례행사라고 해도 모든 일에는`시`와 `때`가 있어야 하는 법이다. 태풍 산바로 주민들이 실의에 빠져 있는데, 시민잔치 성격의 체육대회를 추진하는 것은 후진행정이랄 수 밖에 없다. 태풍 산바는 김천시 중산면에 강우량 386mm라는 물폭탄을 뿌렸고, 이로인해 주택 276동이 침수되고, 축사, 비닐하우스, 농경지 등 1천274ha가 물에 잠기는 등 곳곳이 폐허로 변했다. 잠정집계지만 실제 피해는 이보다 더욱 심각하며, 피해금액만 해도 300억원 이상인 것으로 추산돼 경북도내 시·군 가운데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김천시는 지난 20일 김천시 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박보생 시장 주재하에 태풍 피해조사 및 긴급복구 대책 간부회의를 열고, 전 공무원들에게 피해복구 및 피해조사가 정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여달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박 시장은 10월 예정인 김천시민체육대회를 전격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앞서 김천시는 시의회와 시체육회에 지역 현안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절차를 취했다는 것이다.
김천시가 연례행사를 과감히 취소한 이유는 체육행사를 통해 시민들의 시름을 달래기보다 피해복구 등 현실적 대응에 나서는 게 피해를 입은 시민들을 돕는 일이란 판단이 섰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지역 화합차원에서 열리는 체육대회가 실효성이나 성과는 미미하고, 예산만 낭비한다는 지적과 함께 민선 지자체장이나 선출직들의 `광내기 행사`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경북지역 23개 시·군 가운데 태풍 피해로 행사를 취소한 곳은 김천시뿐이다. 김천시는 이번 체육대회에 쓰일 예산 8억원을 전액 태풍 피해복구비용으로 쓸 예정이라고 한다. 지자체가 시민들의 시름을 달래는 일을 최우선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칭찬해주고 싶고, 다른 지자체들이 본받아야 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