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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 불산가스 누출사고, 늑장대응의 표본

등록일 2012-10-09 20:40 게재일 2012-10-0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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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구미 불산가스 누출사고 피해 지역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다. 정부는 8일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 여론이 들끓는 가운데 내려진 결정으로, 사고 발생 12일 만이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면서 피해 지역에는 분야별 지원 기준에 따른 행정·재정 지원이 이뤄진다. 정부는 2차 공동 조사를 통해 후속 대책을 마련하는 한편 위험물 관리체계도 개선하기로 했다. 늦은 감은 있지만, 정부가 피해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사태 수습에 나선 것은 다행스럽다. 주민 건강에 미친 영향과 농축산물, 산림 등의 피해를 정확히 파악해 적절한 지원이 적시에 이뤄지도록 빈틈없이 준비해주기 바란다.

불산 누출 사고 대응 과정을 보면서 우리 정부가 과연 재난 대처 능력을 갖췄는지 의구심이 든다. 지난달 27일 사고가 일어난 지 일주일이 지나서야 차관회의를 열어 합동조사단 파견을 결정한 것부터 비판받아 마땅하다. 사고 수습책임을 해당 지자체에 떠넘기려는 속셈은 아니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꾸물럭거리는 사이에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주민 수백명이 후유증으로 고통을 겪으면서 보금자리를 떠나 피신했다. 농작물은 말라 죽고, 가축들에게도 이상 증세가 나타났다. 가스 누출 사고로 5명이 죽고, 18명이 부상한 것 말고도 병원 치료를 받은 사람만 3천명을 훨씬 넘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는 피해 규모 축소에 급급했다는 비난을 샀다. 관계 부처 간 정책 조율이 매끄럽지 않았다는 얘기도 들린다. 현지 주민들은 분노와 함께 극도의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일부 피해 주민들은 집단소송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고 한다.

현 시점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불산 누출이 주민 건강에 실제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정밀하게 파악하는 일이다. 또 현지 토양이나 지하수는 물론 하류 지역 식수원인 낙동강 오염 가능성 등 3차 피해 우려를 없애는 일도 시급하다. 그런 점에서 환경 당국이 오늘에서야 해당 지역 불산 잔류 현황에 대한 정밀 측정에 나선 것은 늑장 대응이라는 비난을 사기에 충분하다. 환경부와 해당 지자체의 책임 떠넘기기 때문이라고 하니 주민의 안전과 건강을 안중에 두지 않은 한심한 행태다. 각종 재난에 대한 예방 체계는 선진국 여부를 가늠하는 척도라고 할 수 있다. 선진국은 대체로 촘촘한 예방 체계를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사후 대처도 기민하고 완벽하다. 구미 불산 사고와 같은 대형 재난이 일어날 위험은 전국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이제라도 완벽한 예방 체계를 구축하고, 사후 처리 매뉴얼을 만들어 엄격히 시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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