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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 566돌에 부쳐

등록일 2012-10-09 20:40 게재일 2012-10-0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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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처음으로 한글을 공식표기 문자로 도입했던 인도네시아 바우바우 시에서 최근 한국어 교육기관과 한국인 교사가 철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말은 있지만 문자는 없는 세계 도처의 소수 민족에게 한글의 과학성과 우수성을 보여줄 대표적 한글 보급 운동이 무산돼 안타까운 일이다.

훈민정음학회와 문화체육관광부 등에 따르면 소수민족 찌아찌아 족이 거주하는 술라웨시 주 부톤섬 바우바우 시에 운영되고 있던 한국어 교육기관 `세종학당`은 운영 7개월 만인 지난 8월31일 철수했다. 찌아찌아 족은 독자 언어는 있지만 문자가 없어 고유 언어와 문화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가 훈민정음학회 건의로 2009년 한글을 표기 문자로 도입했다. 그 후 문화부, 서울시, 경북대학교 등의 노력으로 세종학당을 설립, 한글 교육을 해왔지만 예산 부족, 현지 시 당국과의 알력, 문화적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어왔다고 한다.

문화부는 세종학당을 맡을 다른 대학을 찾아서 운영을 재개할 계획이라고 한다. 한글 도입부터 운영과정에서 지적됐던 예산 등의 지원과 관련한 현지 당국과의 알력, 지역 사회와의 문화적 갈등 등을 잘 파악해 대표적 한글 보급 활동이 순조롭게 재개되기를 기대한다. 이는 인도네시아뿐 아니라 볼리비아, 태국 오지 등의 문자가 없는 소수 민족을 대상으로 표기 문자로서의 한글 보급 활동에도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다. 한글의 독창성과 우수성을 알리는 한글 문자 보급 활동은 그 대상이 소수에 국한되더라도 자랑스러운 문자를 유산으로 받은 후손으로서는 쉽게 포기하지 말아야 할 중차대한 사업이다. 이런 한글 세계화 사업에 더해 비약적인 한류 문화 확산의 뿌리도 한글 문화에 있음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한글날 566돌에 접하는 이런 저런 소식들은 여러 생각을 들게한다. 한글날은 자기 뜻을 제대로 전하지 못하는 백성들의 안타까운 현실을 타개하려 한글을 창제한 취지를 되새기고, 한글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게 해주는 날이다. 그래서 밖으로는 이처럼 한글의 우수성, 세계화에 대한 찬사와 기대, 안으로는 외래어 남용, 한글 오염에 대한 개탄이 교차하는 날이기도 하다. 올해 한글날은 일제가 1942년 조선말 큰사전 편찬사업을 주도한 조선어학회 학자들을 투옥한 조선어학회 사건 70주년이 되는 해여서 그 의미가 더욱 각별하다. 말과 글이 그 민족의 얼임을 보여준 숭고한 희생이 있었던 해란 얘기다.

이에 덧붙여 `공휴일이 많아 노동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지난 1991년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제외한 것은 역사를 망각한 얼 빠진 결정이라 아니할 수 없다. 국민들의 83.6%가 한글날을 공휴일로 지정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한글날은 민족의 얼이 새겨진 진정한 국경일이다. 한글날의 공휴일 제외는 재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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