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일본을 부러워하고만 있어서는 안될 일이다. 일본이 이처럼 노벨상 수상자를 많이 배출한 데는 오랫동안 축적된 기초과학 연구의 저력과 정부의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이 원동력이라는 분석이다. 또 대학의 자율적이고 독창적인 연구 풍토, 일본인 특유의 장인정신과 세태에 휘둘리지 않고 한우물을 파는 연구 자세 등도 기초과학 강국으로 우뚝서는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다. 패전 이후 일찍이 과학입국의 기치를 내건 일본은 1995년 과학기술기본법을 제정해 장기불황에도 불구하고 과학연구 예산을 꾸준히 늘려왔다. 2001년에는 50년 안에 노벨 과학 분야에서 30명의 수상자를 배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우리도 과거와는 달리, 지난 20여년간 기초과학 분야 등에 대한 R&D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GDP 대비 R&D 투자비율은 4%를 넘어섰다. 2012년 국가 R&D 투자 총액은 12조원으로 세계 5위 수준이다. 이만하면 우리 과학계도 머지않아 노벨상 수상의 낭보를 국민에게 선사할 때도 되지 않았느냐고 기대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과학분야에서 한국인 노벨상을 배출할 사회적 토대나 분위기가 돼 있느냐 하는 점을 보면 여전히 암울하고 아직 멀었다는 지적이다. 기초과학의 토대를 쌓아야 할 초중고 과학교육이 입시위주의 교육으로 황폐화됐고, 인재들의 이공계 기피 현상도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심지어 과학영재들도 진학할 때에는 기초과학을 외면하고있다. 청소년기의 창의적인 과학교육이 도외시되고, 이공계가 취업이나 보수 때문에 푸대접을 받는 사회 분위기를 바꾸는 데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