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국적악용한 병역회피 철퇴내려야

등록일 2012-10-11 20:41 게재일 2012-10-11 19면
스크랩버튼
국민에게 병역의무는 신성한 것이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도 아닌 현직 고위 공직자 자녀 33명이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하고 병역을 면제받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한다. 33명 중에는 정부기관의 장과 국립대 학장, 지자체장, 청와대 비서관의 자녀도 포함돼 있다. 개중에는 하나도 아닌 두 아들의 국적을 모두 포기시키거나 영주권을 취득토록 해 병역면제를 받은 고위 공직자도 4명에 달했다. 또 공직자 본인이 일시적으로 해외 영주권을 받아 병역면제를 받은 이후에 국적을 회복해 공직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도 2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뿐만이 아니다. 병역의무를 하지 않고 외국에서 불법체류를 하는 고위 공직자의 자녀도 2명이나 됐다.

우리사회 지도층 인사나 그 자녀들이 병역회피 등으로 지탄을 받은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시간이 갈수록 병역 기피 방법도 다양해지고, 지능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질병을 이유로 하거나 해외 원정출산 등을 악용한 병역회피 사례가 많았지만 지금은 가짜 해외 대학 재학 증명서까지 만들어 병역을 피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국적 포기를 통한 병역면제는 새삼스런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5년간 대한민국 국적을 버리거나 상실한 18-35세 남자는 1만5천560명에 이른다. 한해 평균 3천112명꼴이다. 이들 가운데 94%가 국내에서 태어난 후 나중에 외국 국적을 취득해 국적을 상실한 남자들로, 병역 회피가 의심되는 사람들이다.

병역법상 37세만 지나면 입영의무가 없어진다. 이 때문에 대한민국 국적을 버린 후 37세가 지나 다시 국적을 회복할 경우 합법적으로 병역을 피할 수 있고, 국적을 포기하더라도 대한민국 비자만 받으면 국내에서 활동할 수 있다. 이번에 드러난 고위공직자 자녀들의 병역면제 실태는 현행법의 이러한 틈새를 노린 병역회피가 공직사회는 물론 사회 기득권층에 만연돼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솔선수범해야 하는 사회 지도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부재와, 기강이 해이된 공직사회의 단면이 또다시 드러난 것이다.

반면에 스스로 군 입대를 선택한 해외 영주권자가 늘고 있다는 소식은 반갑다. 그 숫자가 최근 6년새 1천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이들은 외국에서 영주권을 취득해 병역이 면제됐지만 한국인으로서의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자 하는 이유 등으로 자진 입대를 선택했다. `국적세탁`의 방법으로 신성한 병역의무를 저버린 사람들로서는 평생을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차제에 국적을 악용한 병역회피를 막기 위한 병무 당국의 적극적인 자세도 필요하다. 법무부 등 관계기관 공조를 통해 대한민국 국적 상실이 병역회피를 목적으로 한 것인지를 가려내 국내 입국금지 등으로 경종을 울려야 한다.

기자수첩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