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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되지 않는 안전불감증

등록일 2012-10-11 20:41 게재일 2012-10-1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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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시민들을 공포에 몰아넣고 있는 불산 누출사고는 행정기관과 회사, 작업자 등 총체적 안전의식 실종에서 비롯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경찰이 발표한 불산사고 수사 결과에 따르면 작업자들이 불산 원료탱크에 주입 호스가 빠져 있는 상태에서 불산가스 주입밸브를 열어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작업자들이 밸브의 호스 연결 상태에 대한 안전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은 과실이었다.

회사의 안전관리도 허술했다. 이 회사 안전관리 책임자는 이날 충북 음성 공장에 출장을 가 자리에 없었고, 또 다른 안전관리자는 현장 관리를 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위험물을 취급하는 회사의 안전규칙이 완전히 망가진 상태나 다름없었다.

위험물질을 취급하는 이 회사가 첨단산업공장이 밀집해 있는 국가산업단지에 입주해 있는 자체도 문제거리였고, 정부의 유독물 사업장에 대한 안전관리도 허술했다.

중대산업사고예방센터에 따르면 이 회사는 설립 당시부터 관리 당국의 공정안전관리(PSM) 대상에서 제외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상 인화성 가스나 불화수소, 염화수소 등 21개 화학물질을 규정량(불화수소 1t) 이상 제조·취급·저장하는 사업장은 정기적인 점검·지도를 받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 회사는 `공정안전차등관리(PSM )명단`에 들어있지 않았고, 구미지방노동청은 이 업체가 설립된 이후 단 한 번도 관리감독을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제도가 처음부터 잘못됐고, 이후에도 고치려는 노력도 하지 않아 사고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결국 구미 불산사고는 안전불감감증이 빚어낸 예고된 인재였고, 이로 인해 엄청난 고통을 당하고 있다.

불소의 정식명칭은 불화 수소산이다. 제초제와 살충제, 살균제 원료로 사용되고, 유독성으로 피부에 쉽게 침투해 피부를 태우고, 호흡기를 통해 체내에 흡수되면 사망할 수 있는 위험한 물질이다. 이번 구미 불산누출사고로 5명이 숨지고, 8명이 입원치료중이다. 불산에 노출된 근로자와 주민의 진료건수가 5천여건에 이르고, 공원녹지와 농작물, 산림이 고사하는 등 엄청난 피해가 났고, 현재도 피해는 계속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는 대형사고가 날 때마다 안전불감증 문제가 제기되곤 한다. 우리는 하루하루 안전사고의 위험속에서 살고 있고 사고가 난 뒤 원인을 따져보면 거의 대부분 안전의식 결여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안전불감증 사고가 되풀이하고 있지만 우리 국민의 안전의식과 우리 사회의 안전문화는 크게 개선되지 않은 채 오히려 안전불감증에 익숙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든다. 우리가 살아가는 생활속에 안전사고의 그물이 겹겹이 쳐져 있고 모두 안전불감증이 적용된다. 이제부터라도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대책마련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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