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TV토론은 유명 언론인들의 사회로 진행된다. 1차 토론은 PBS방송의 짐 레러, 2차는 CNN의 캔디 크롤리, 3차는 CBS방송의 밥 시퍼가 사회를 맡았다. 이들은 모두 미국민들의 신뢰를 받는 경륜 높은 언론인이다. 수천만 명의 유권자는 토론을 보고 누구의 정책이 더 좋은지, 누가 더 믿음직스럽고 훌륭한 지도자인지를 판단한다. 유권자의 판단을 흐릴 수 있는 군더더기 행위는 일체 금지된다. 이 모든 과정은 초당적 기구인 대통령 후보 토론위원회에 의해 이뤄진다. 미국의 대선 TV토론은 무엇보다 후보들이 시종일관 정책을 놓고 대결한다. 누가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낼 지, 늘어나는 재정적자를 무슨 수로 메울 것인가 등이 이번 대선토론의 핵심 쟁점이었다. 어떤 외교와 국방정책으로 미국의 지도력을 유지하고 평화를 지킬 것인지, 부상하는 중국에 어떻게 대응할 방침인지 등도 핫이슈였다. 후보들은 정책과 구상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상대방 주장의 허점을 파고 든다. 허술한 논리나 군색한 말바꾸기는 여지없이 들통난다.
하지만 인신공격이나 소모적인 말싸움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의 대선판에서는 왜 저런 토론문화가 없나. 아쉽기만 하다. 대통령 선거가 채 두 달도 남지 않았는데, 대통령 후보들이 경제민주화를 어떻게 실현시켜 나갈지, 일자리를 얼마나 더 늘릴 수 있을지 아무도 일목요연하게 말해주지 않는다.
복지 확대에 공감하지만 엄청난 재원은 어떻게 조달하려는지, 경제성장의 동력을 어떻게 유지해 나갈 것인지도 알수 없다. 남북관계를 어떻게 발전시키고, 중국과 일본 문제는 어떻게 풀어나갈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선거판을 달구는건 온통 지나간 일이나 곁다리 문제들 뿐이다. 이대로라면 누가 정말로 나라를 잘 이끌어나갈 지도자인지에 대한 확신도 없이 투표소로 가야할 판이다. 지금이라도 국민들은 후보들이 대한민국을 어떻게 이끌어 나갈지 토론하고 경쟁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