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안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미 인류는 원전사고의 엄청난 피해를 여러차례 경험했다. 대형 사고가 났던 미국 드리마일과 옛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비롯해 최근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보면 원전사고는 수십년이 지나도 회복이 어려운 상흔을 남긴다. 문제의 부품은 퓨즈, 스위치 등 수시로 교체하는 소모품이라고 하지만 이번 사태를 가볍게 보아서는 안된다. 원전은 무엇보다도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안그래도 올해는 원전 고장이 유난히 잦아 국민의 불안이 높아가는 참이었다. 국내 원전은 올해들어 최근까지 모두 9차례 가동을 멈췄다. 가동중단 일수는 모두 58일에 달한다. 국내 원전이 23기인 점을 감안하면 1기당 평균 2.5일간 가동을 중단한 셈이다. 작년에는 같은 기간(1~11월 초) 모두 5차례 고장이 발생했고, 가동중단일수는 24.5일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고장 건수와 가동중단 일수 모두 늘어난 것이다.
해당 업체들은 원전에 사용하는 안전성 품목을 구하기 어려울 때 기술평가와 성능시험을 거친 일반 산업용 제품을 인정하도록 한`일반규격품 품질검증제도`를 악용했다고 한다. 한수원은 이 과정에서 해외 품질검증기관에 검증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별도의 인증을 받는데 필요한 경비를 아끼려고 검증서를 위조한 업체가 1차적으로 문제지만 한수원 직원들이 고의로 해외품질검증기관에 인증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것은 아닌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영광 5·6호기의 가동 중단으로 당장 겨울철 전력수급에도 비상이 걸렸다. 당국은 올해 11~12월 예비전력을 275만~540만KW로 예상했지만 월성 1호기가 지난달 29일 발전을 중단한데 이어 이들 원전이 연말까지 가동을 중단하면 예비전력이 200만KW로 떨어지게 된다. 영광 원전 5·6호기가 내년에도 가동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면 예비전력이 30만KW에 불과한 상황이 초래된다. 최악의 경우 전국적인 블랙아웃(정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계획대로 열병합발전소 준공시점을 2개월 정도 앞당기고, 공공기관의 비상발전기를 모두 동원하더라도 다른 화력이나 원자력발전소에서 예상치 못한 고장이 발생하면 예비전력이 더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당국의 철저한 사후대책 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