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원전이 1978년부터 상업운전에 들어간 이후 제어봉 안내관에 균열이 생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금이 간 6개의 안내관 가운데 균열이 큰 것은 깊이가 1㎝가 넘고, 길이도 6㎝에 가까운 것으로 확인돼 미세한 정도를 넘어선다. 심각한 문제는 제어봉 안내관이 원전의 핵심시설인 원자로의 헤드와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환경단체는 원전이 안내관 파열상태로 가동되면 고온·고압의 물이 관안으로 유입돼 제어봉 삽입이 어려워지고, 핵분열을 중단시킬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경고한다. 이렇게 되면 방사능 수증기를 방출시키거나 온도상승에 따른 원자로 폭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구멍이 난 것이 아니어서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는 한수원의 설명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대목이다. 국내 원전은 올해들어 최근까지 시운전까지 포함하면 10차례가 넘게 가동을 멈췄다. 한수원은 그때마다 원전 핵심부품에서 고장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 해왔다. 이젠 원전 핵심부품에도 중대결함이 나오고 있는 만큼 국민이 믿을 수 있는 근본적인 안전관리 대책을 내놔야 한다.
겨울철 전력수급에도 비상이 걸리게 됐다. 내년 1~2월 전력공급 최대능력은 8천200만KW인 반면 수요는 8천만KW다. 예비전력이 200만KW 밖에 되지 않는 빠듯한 수준이다. 기당 100만KW짜리인 영광 3·5·6호기가 연내에 가동되지 않으면 곧바로 블랙아웃 상태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게다가 월성 1호기는 설계수명 만료가 10여일밖에 남지 않아 연장운영이 불투명하다. 대정전사태 가능성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다. 허술한 전력수급 대책과 부실한 원전관리로 혼란을 키워온 전력당국과 한수원의 뼈를 깎는 반성과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