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경제계는 당초 지난해 7월 복수노조 시행으로 올해 철강공단업체의 노사 간 임단협 교섭이 다소 난항을 겪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그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임단협 타결률은 오히려 작년보다 높았고, 무교섭 타결 사업장도 크게 늘었다.
포항철강관리공단이 최근 조사한 올해 공단업체 노사간 임단협 진행상황을 보면 노조가 있는 59개사 가운데 지난 10월말 현재 53개사가 타결해 90%(지난해 75~80%)의 높은 타결률을 보였다는 것. 특이한 것은 동국제강(주), 조선내화(주), OCI(주), 코스틸 등 28개사가 올 임단협을 무교섭으로 타결한 점이다. 동국제강 노사는 지난 4월 올 임단협을 무교섭으로 타결해 지난 1994년 노사가 항구적 무파업을 선언한 뒤 18년 연속 무교섭의 대기록을 세웠다.
조선내화 노사 역시 지난 5월 올 임단협을 무교섭으로 타결해 13년 연속 무교섭 달성 기록을 세웠다. 조선내화의 무교섭 타결 배경에는 15년 동안 노조위원장을 지낸 황인석 위원장의 리더쉽이 크게 작용했다. 그는 소모적이고 낭비적인 임금협상 요인을 없애 기업 경쟁력을 끌어 올렸다. 코스틸 노사도 지난 7월 올 임단협을 무교섭으로 타결하면서 10년 연속 무교섭 타결이라는 탄탄한 노사문화를 자랑하고 있다. 이밖에도 포스코패밀리사인 포스코건설, 포스코엠텍, 포스코켐텍, 포스코플랜텍 등도 올 임단협을 무교섭으로 타결했고, 홍덕스틸코드, 한중, 동방, 대한통운 등도 이에 동참했다.
IMF 외환위기 때에도 끄덕없이 버티어 온 철강공단 업체들이 요즘 무척 힘들어하고 있다. 상당수의 업체들이 유급휴가나 인력감축 등 구조조정 없이 버틸 수 있는 데까지 버티어보자는 분위기다. 하지만 구조조정의 한파가 언제 불어닥칠지 모른다. 자생력이 약한 기업은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살을 도려내야 하는 아픔을 겪어야 할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도 노사가 함께 힘을 모아야 할 때다. 포항철강공단에 이런 화합의 노사문화가 내년에도 계속 이어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