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선은 여러가지 상징성을 띤 선거다. 1987년 체제 이후 보수와 진보진영이 각기 총결집해 일대일 구도로 맞붙었다. 여성이 주요 정당의 후보로는 처음 출마해 대권에 도전했고, 2002년에 이어 야권의 후보단일화도 우여곡절 끝에 성사됐다. 재외국민 투표가 처음으로 도입됐고, 현직 대통령이 당적을 보유한 가운데 사상 처음으로 대선을 관리했다. 대외적으로는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의 리더십 교체에 뒤이은 화룡점정격 선거라는 각별한 의미도 갖췄다.
그런 상징성에 견준다면 지금까지 진행돼 온 이번 대선의 과정은 `외화내빈`이었다. 대선구도가 가장 더디게 구축된 선거, 후보검증 기회가 턱없이 부족했던 선거, `박정희 대 노무현`이라는 과거 프레임에 갇힌 선거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안철수 전 예비후보의 등장과 퇴장을 거치면서 선거구도가 오랫동안 안갯 속에서 묻혔던 점, TV토론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법정토론 3회에 그친 점은 매우 아쉬운 대목이다. 흔히 미래의 선택으로 규정되는 대선에서 국가의 미래비전과 굵직한 정책 청사진, 한반도 운명에 대한 담론은 제대로 거론조차 되지 못한 채 유신과 참여정부의 공과를 둘러싼 여야의 공방이 전면에 부각된 것도 실망스러웠다. 새정치에 대한 갈망으로 표출됐던 `안철수 바람`에도 불구하고 선거 막바지에 고질적인 네거티브가 기승을 부린 퇴행적인 모습도 정치에 대한 냉소주의를 부추길까 걱정스러웠다.
이처럼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대선도 이제 선택의 시간만을 남겨두고 있다. 이번 대선의 결과는 세대, 이념, 계층, 지역의 투표성향이 뚜렷하게 반영될 것이란 전망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이번엔 `과반 대통령`탄생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어느 진영이 승리하든, 유권자들의 적극적인 주권행사로 힘있는 대통령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차기 대통령이 국정을 수행할 수 있는 든든한 밑천은 바로 유권자들의 한표 한표다. 참정권의 포기는 나의 미래를 남에게 선택하도록 하는 방관자적 행위다. 선거일에 수은주가 크게 내려갈 것이라는 예보가 있었지만 동장군을 녹일 만한 뜨거운 투표열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