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비서실장과 대변인단 구성에서 영남출신과 친박계를 배제한 점은 대탕평 기조를 반영, 긍정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코드 인사`로 인해 출범 초기 인사 난맥상을 겪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의 사례가 반면교사가 됐을 것으로 짐작된다. 전문성에 방점을 찍는 인선 기조가 앞으로 이어질 대통령직 인수위원장과 인수위원 선정, 나아가 조각 과정에서도 적용되길 기대한다.
그러나 박 당선인이 보수논객을 넘어 `극우논객`으로 불리던 윤창중 `칼럼세상`대표를 수석 대변인에 기용한 것은 국민의 폭넓은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야당을 포함한 진보진영은 임명 철회를 요구하며 반발하고 있다. 윤 수석 대변인이 대선기간 내내 정치평론가로 활동하면서 진보진영을 과도할 정도로 심하게 비난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윤 수석 대변인은 과거 블로그에서 `정치적 창녀`, `더러운 안철수`, `완장찬 노란 점퍼세력` 등 자극적인 비유로 진보진영에 무차별적인 비판세례를 가했다.
윤 수석 대변인 인선에 대한 반발은 그가 박 당선인과 국민 사이에서 메시지 관리와 발신 역할을 맡을 수석대변인이란 보직때문에 본질 이상으로 증폭되고 있는 느낌이다. 그러나 보수진영 논리에 치우친 윤 수석 대변인이 차기 정부의 주춧돌을 놓는 정권이양기에 국민대통합을 위한 전령이 되기에는 미흡하지 않느냐는 지적도 일리가 있다. 또 이같은 인사논란은 박 당선인이 측근을 통해 인선결과만 통보하고, 발탁 이유를 구체적으로 내놓지 않는데서 비롯되는 측면도 있다.
이외에 과연 시스템 인사가 진행되고 있는지 여부도 의문이다. 공직 인선의 핵심은 검증이다. 박 당선인은 대선에서 승리한 이후 주로 자택에 머물면서 인선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는데, 인사참고 자료가 박 당선인에게 전달되고 있다는 보도가 거의 없었던 것으로 미뤄 우려되는 부분이다. 이는 결국 검증안된 인사의`깜짝 인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깜짝 인사는 감당하기 어려운 후유증을 낳을 소지가 적지 않다.
미국 대통령의 인선은 여론을 떠보는 작업을 거친 뒤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수전 라이스 주유엔대사가 후임 국무장관에 유력하게 검토됐다가 `여론 검증`끝에 낙마한 것은 좋은 본보기다. 이래야 대통령에게 돌아가는 정치적 부담이 적어진다. 조금 오래 걸려도 안전한 길을 택하는 것이 빨리 가려고 위험한 길을 택하는 것보다 나은 법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각료 인선안을 언론에 흘려 여론의 검증을 받고 난 뒤 발표하는 방식을 택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이 경우 지나친 여론재판이 부담스럽긴 하지만 결정적인 하자가 있는 인사를 국가정책을 결정하는 주요 보직에 선임하는 잘못은 피할 수 있다는 장점은 결코 무시할 게 못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