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들은 일반 가맹점 수수료율인 2-3%보다 낮은 1% 대의 수수료를 대학 등록금에 매겨왔다. 그래도 대학들은 카드 납부를 꺼려왔다. 그런데다 지난 연말부터 시행된 개정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대학이 대형 가맹점에 포함돼 카드 수수료율이 1% 중후반 대까지 오르면서 카드결제를 허용하던 대학 중 일부가 가맹점에서 탈퇴하는 바람에 카드납부 가능 대학의 수가 더욱 감소했다. 서민들이 등록금 카드 납부를 선호하고 있고, 정부도 등록금 카드납부 활성화를 장려하고 있으나 상황이 오히려 악화하고 있다.
일반 서민들이 한 학기 400만-500만 원에 달하는 대학 등록금 부담은 크다. 국가장학금 사업에 따라 대학과 전문대학의 93.5%가 올해 등록금을 인하하거나 동결하기로 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목돈 마련은 여전히 힘겹다. 대다수 학생과 학부모는 대학 등록금의 카드 납부를 바란다. 카드로 결제하면 할부 이자를 내더라도 3~12개월로 할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학들은 카드 납부에 비협조적이다. 예컨대 상위권 대학인 고려대와 한양대는 등록금 카드 결제가 아예 안 된다. 카드를 받는 대학들도 특정 카드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국내 카드업계 1위인 신한카드는 등록금 결제가 가능한 대학이 7개 대학에 불과하고, 하나SK카드는 8개, 현대카드는 5개, 롯데카드는 12개 대학에만 각각 통한다. 삼성카드, 비씨카드, KB국민카드는 그보다는 낫지만, 수요를 충족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우리는 카드 만능시대에 살고 있다. 작은 물건들까지 카드로 살 수 있고 각종 요금 납부도 카드결제가 가능하다. 그런데 대학 등록금만 카드로 낼 수 없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카드로 등록금을 받으면 카드사에 수수료를 내야 하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줄어들 것이라는 대학들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할부이자 부담을 지더라도 카드로 결제하겠다는 것은 학생들의 선택사항이다. 등록금 카드결제 자체를 막는 것은 학생들의 선택권을 빼앗는 것이다. 경기 불황이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등록금 부담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는 등록금 자체를 줄이는 게 가장 좋은 해결책이지만 결제방식을 다양화하는 일도 중요하다. 대학들의 각성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