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준 대통령 인수위원장은 17일 “인수위의 작업도 끝나지 않았고 아직 검토 작업이 진행중인 상황”이라면서 공약 수정론이 나오는데 대해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새 정부 출범전부터 정치권, 관련 부처 등 이행 당사자들 사이에서 공약 수정·폐기론, 속도 조절론 등이 나오는 데 대한 불편한 심경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인수위가 개별 공약에 대한 분석·진단 작업에 착수했다면 공약 이행 우선순위 선정뿐 아니라 수정 가능성에 대한 재검토도 이뤄져야한다.
특히 논란이 된 복지 예산에 대한 정밀한 분석과 이행 가능성, 효율성에 대한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는 새 정부 복지 정책을 이행하려면 내년부터 4년간 105조원 이상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예상했다. 기초연금의 경우 새누리당은 지방부담비를 제외하고 14조원 정도를 예상했지만 총 44조원 5천여억원이 추가로 필요하고, 4대 중증 질환 무료진료 역시 당초 공약 (연간 1조5천억원)의 두배 이상이 넘는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추계했다. 고령화 추세, 중증질환의 비급여 진료비 증가 추세 등을 감안하면 비용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보건복지부도 인수위 보고 당시 기초연금, 여성·보육 정책 이행에만 연간 12조~13조원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약이행 예산추계가 이처럼 차이가 나는 것 자체가 국민입장에선 혼란스럽다. 인수위는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하지만, 공약 수정, 이행속도 조절 등의 의견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닌 상황이다.
인수위는 기존 복지 공약에서 간과한 변수, 즉 인구 노령화, 출산율 등 인구 통계학적 변화나 주요 질환별 진료 양태 변화 추이, 국민연금 개편 계획 등을 고려에 넣어야 한다. 재원 대책에 대해서도 재검토해야 한다. 현재 거론되는 비과세감면 항목 정비, 지하경제 양성화로도 즉각 이행엔 한계가 있다. 부가세율 및 담배·주류부담금 인상으로 사회보장세를 신설하는 방안도 나오지만 중·장기적으로 법인세·소득세 인상 등 증세가 해법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상당하다.
어떤 공약은 일부 뒤로 미뤄야한다면, 또 만약 세금을 더 걷어야한다면, 그러한 사정을 국민에게 솔직히 말하고 이해를 구할 자신감과 용기가 있어야한다. 기초연금 재원을 국민연금보험료에서 일부 충당하겠다는 식의 편법과 임기응변은 안된다. 국민들은 박근혜 당선인에게 그런 신뢰와 원칙을 보고싶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