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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싱크탱크 이대로는 안된다

등록일 2013-01-25 00:01 게재일 2013-01-2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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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싱크탱크 경쟁력이 선진국의 싱크탱크에 비해 형편없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산하 `싱크탱크와 시민사회 프로그램`이 발간한 `2012 세계 싱크탱크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싱크탱크 경쟁력 평가에서 50위 안에 드는 한국 연구기관이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최고의 싱크탱크로는 미국의 브루킹스연구소가 2년 연속으로 꼽혔다. 한국은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55위, 한국개발연구원이 57위, 동아시아연구원이 65위에 오른 정도였다. 반면 중국은 50위 내에 3개, 일본은 2개 싱크탱크가 포함됐다. 싱크탱크 숫자에서도 한국은 35개에 그쳐 미국(1천823개)은 물론 중국(429개)과 일본(108개), 대만(52개) 보다 적고, 방글라데시와 같은 수준에 그쳤다.

세계최고의 싱크탱크로 꼽힌 브루킹스연구소는 미국 정부의 정책에 가장 많은 영향력을 끼치는 기관으로 알려져 있다. 진보성향의 이 연구소에는 150여명의 유수한 연구원들이 탁월한 연구실적을 내놓고 있으며, 바로 정부 정책으로 이어진다. 헤리티지를 비롯한 보수성향 싱크탱크들 역시 대안을 제시하고, 그 결과를 정책에 반영한다. 연구원들이 행정부로 들어가 정책을 집행하고, 다시 싱크탱크로 돌아와 기존 경험을 바탕으로 더 좋은 연구성과를 내는 일도 보편화돼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한국 싱크탱크의 수준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우선 세계 유수의 싱크탱크들처럼 연구의 독립성을 유지하면서도 탄탄한 재정적 기반을 갖춘 연구기관을 찾아보기 어렵다. 50위권에 랭크된 대외경제정책연구원과 한국개발연구원은 정부의 영향력을 배제하기 힘든 정부 출연 연구기관이다. 삼성경제연구소 등 대기업 산하 연구기관들이나 여의도연구소 등 정치권 연구조직들 역시 독립성과 객관성을 기대하긴 힘들다. 특히 야당이나 진보진영에서는 외교안보, 경제, 복지, 환경 등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정부 여당과 다른 입장과 시각을 드러내면서도 체계적인 연구조직을 통해 정책 대안을 마련하려는 노력은 거의 하지 않고있다.

독재와 불의에 맞서 거리로 나서고 정치현안이라면 밤샘 토론도 마다하지 않는 게 우리 국민이다. 온라인에서 뜨거운 정치적 논쟁이 끊임없이 벌어지고 방송마다 평론가들의 설전이 넘쳐난다. 그러나 국가와 국민을 위한 최선의 정책은 논쟁이나 주장만으로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눈앞의 시시비비나 보수, 진보 논쟁에만 급급할게 아니라 정치적 신념이나 비전을 정책으로 구현해낼 수 있는 싱크탱크를 키우는게 중요하다. 이제라도 일반 국민은 물론 정부와 기업, 학계, 시민단체가 다함께 세계 수준의 싱크탱크를 육성하기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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